[문화] “흔한 솔방울도 선물하면 보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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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수도회 입회 60주년 기념 단상집 『소중한 보물들』 출간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회를 밝혔다. [뉴시스]

“광안리 바닷가에 있는 조가비, 산에 있는 솔방울… 그런 걸 주워다 곱게 말려서 짤막한 글귀와 함께 선물하면 그것이 보물이죠. 명언을 모아뒀다가 고민하는 눈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적절한 것을 골라 건네기도 하고요. 그런 즐거운 궁리를 자주 합니다.”

18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소중한 보물들』 출판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해인 수녀(79)가 밝힌 ‘보물’의 의미다. 신간에는 1964년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에 입회하면서 수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저자가 60년간 품어온 이야기들이 짧은 글과 사진으로 담겼다. 법정 스님(1932~2010)과 나눈 우정, 김수환 추기경(1922~2009)과 같은 병원에서 투병하며 겪은 일화 등 먼저 하늘로 떠난 소중한 인연들과의 추억을 비롯해 초등학생부터 90대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전 세대의 독자에게 저자가 나눠 준 덕담 등이다.

책에는 어머니의 편지도 담겼다. 이해인 수녀가 여섯 살 때 전쟁통에 남편을 잃고 홀로 4남매를 키워낸 어머니다. 어머니는 이해인 수녀에게 ‘작은 수녀에게’로 시작하는 편지를 자주 보냈다. ‘사랑하는 애기 수녀에게’ ‘귀여운 꼬마 수녀에게’ ‘그리운 작은 수녀님’으로 시작하는 서두가 애틋하다.

“지금도 어머니가 제 수호 천사라는 생각이 들어요. 죽음에 대해 생각할 때도, 어머니가 있는 곳으로 간다고 생각하면 두려움이 줄어듭니다.”

다음은 이해인 수녀가 어머니를 여읜 뒤 쓴 일기.

“엄마가 나의 애인이었네. 평생 곱고 순했던 엄마. 아침부터 밤까지 오직 엄마만 불러도 지루하지 않아. 무작정 언제라도 부르면 좋은 엄마, 힘이 되는 엄마, 부르는 것 자체로 기도가 되는 엄마, 이제는 세상에 없지만 내 마음속에 매일 새롭게 살아나는 엄마. 엄마는 나의 눈물, 나의 기쁨, 나의 그리움.”

이해인 수녀는 오랜 시간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이유를 ‘일상의 언어’에서 찾았다.

“제 시를 보면 종교적이거나 엄숙한 느낌이 안 들잖아요. 나무, 돌멩이, 새소리, 솔방울… 이런 것들을 관찰해 시로 썼기 때문에 어렵지 않고 공감하기 쉬워서 많은 분이 제 시를 사랑해주신 것 같습니다.”

그에게 시는 “수도생활을 지탱하게 해준 선물”이다.

“영롱한 구슬 같은 존재죠. 시가 있어서 수도 생활을 지탱할 수 있었습니다. 시인으로 산다는 건 매일 보는 광안리 바다를 보면서도 처음 보는 것처럼 감탄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가 독자들에게 남긴 마지막 당부는 “조금만 더 남을 생각하자”는 것.

“제가 6·25로 피난을 갔을 때 셋방에 살았어요. 그때 주인집이 우리 가족을 친척처럼 대했어요. 내 가족도 소중하지만, 그 사랑을 좀 더 키우면 좋지요. 서로를 귀하게 여기는 것이 인류애입니다.”

시 ‘봄 일기’에도 같은 당부가 담겼다. 신간에 포함된 10편의 미발표 시 중 하나다. 그는 취재진 앞에서 직접 이 시를 낭송하면서 “여러분이 이렇게 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를 읽는다”고 했다.

“제비꽃과 민들레가/좁디좁은 돌 틈에서/나란히 사이좋게 웃고 있는 봄/나도 저렇게 살아야지/힘들어도 힘들지 않게/누구하고나 사이좋게/정을 나누면서/바람에도 기분 좋게/흔들리면서/열심히 살아가는/꽃이 되리라/결심해보는/이토록 눈부신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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