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규가 23일 충남 천안의 우정힐스 골프장에서 벌어진 코오롱 한국오픈 최종라운드 6번 홀에서 티샷한 볼을 바라보고 있다. 김민규는 7월 스코틀랜드 로열 트룬 골프장에서 열리는 디 오픈 챔피언십 출전권도 얻었다. [AFP=연합뉴스]

김민규(23)가 23일 충남 천안시 우정힐스 골프장에서 열린 코오롱 제66회 한국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5개, 보기 2개로 5타를 줄여 합계 11언더파 273타로 역전 우승했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우정힐스 골프장에서 홀로 두 자릿수 언더파를 기록하면서 경쟁자들을 여유 있게 물리쳤다. 3주 만에 KPGA 투어에서 우승을 추가하면서 시즌 2승째를 거둔 그는 이날 우승 상금 5억원을 받았다. 통산 3승. 그는 또 7월 스코틀랜드에서 열리는 디 오픈 출전권도 획득했다.

2001년생인 김민규는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곧장 유럽으로 건너갔다. 유러피언 투어를 거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진출하겠다는 꿈을 안고 일찌감치 넓은 무대로 나갔다. 그 이후 항로는 순탄했다. 3부 투어에서 2차례 우승해 2부 투어로 승격했고, 2부 투어에서도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우며 PGA 1부 투어 입성을 앞뒀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 19가 전 세계를 덮치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PGA 투어 진출의 꿈을 접고, 국내로 돌아와야 했다.

2020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 데뷔한 김민규는 기대와 달리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2020년과 2021년, 모두 우승을 거두지 못했다. 그러다 2022년 6월 한국오픈에서 정상을 밟으면서 불투명했던 앞날을 장밋빛으로 바꿨다. 그는 이어 지난 2일 끝난 데상트코리아 매치플레이에서도 우승을 추가하면서 KPGA 투어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우승컵에 입을 맞추고 있는 김민규. [AFP=연합뉴스]

마지막 날 챔피언 조에선 8언더파 단독선두 송영한(33), 7언더파 2위 강경남(41), 6언더파 3위 김민규가 동반 라운드를 했다. 송영한과 강경남 모두 국내외 투어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지만, 김민규는 주눅 들지 않고 차분하게 타수를 줄여나갔다. 전반 버디 2개와 보기 1개로 순항하다가 8번 홀(파5)에서 3m 거리의 이글 퍼트를 성공시켜 송영한과 합계 9언더파 공동 선두가 됐다. 이어 경쟁자들이 주춤한 사이 파4 12번 홀에서 버디를 추가해 3타 차 단독선두로 치고 나갔다.

운도 따랐다. 아일랜드 지형의 파3 13번 홀(217야드)에서 김민규는 4번 아이언을 잡고 티샷했다. 그런데 이 샷이 왼쪽으로 감기더니 ‘풍덩’ 소리를 내며 물에 빠지는 듯했다. 그러나 운 좋게도 공은 수면 위를 튀긴 뒤 그린 옆 러프에 떨어졌다. 물에 빠졌던 줄 알았던 공이 살아있음을 확인한 김민규는 침착한 어프로치로 공을 핀 1m 거리에 붙여 파세이브에 성공했다.

코오롱 제66회 한국오픈 최종 순위

위기를 넘긴 김민규는 14번 홀(파4)에서 결정적인 버디를 잡아 승부를 결정지었다. 파3 16번 홀에선 티샷 실수로 1타를 잃었지만,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4m가 넘는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뒤 우승을 자축했다. 송영한은 합계 8언더파 2위를 차지해 챔피언 김민규와 함께 디 오픈에 출전하게 됐다.

김민규는 2년 전 한국오픈 연장전에선 조민규(36)를 물리친 뒤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달 초 데상트코리아 매치플레이에서 동갑내기 조우영(23)을 물리치고 우승한 뒤에도 울음을 참지 못했다. 그러나 이날은 눈물 대신 미소를 보이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역대 9번째로 한국오픈에서 2승을 달성한 김민규는 “꿈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행복하다”며 “13번 홀에선 페이드를 구사하려다가 공이 잘못 맞았다. 캐디가 ‘볼이 물을 맞고 나왔다’고 했는데 믿기지 않았다. 그린 근처에 가서 공을 확인한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순간 SK텔레콤 오픈 당시 최경주 선배님의 샷이 생각났다”고 밝혔다. 이번 우승으로 대상 포인트(3926점)와 상금 1위(7억7228만원)의 자리에 오른 김민규는 “남은 시즌 좋은 결과를 내서 대상을 거머쥘 수 있도록 하겠다. 또, 2년 전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던 디 오픈에서도 후회 없이 쳐보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