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2006년 정원 감축, 정부 주도라는 의협에 복지부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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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의협)의 주도로 개원의와 일부 의대 교수들이 집단휴진에 나선 지난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의사들이 '의료농단' 등 문구가 적힌 대형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 증원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이번에는 2000년대에 의대 정원이 감축된 배경을 두고 진실 공방을 벌였다. 보건복지부는 당시 감축이 의약분업에 반발하던 의료계 요구를 수용한 것이라 주장하는 반면 의협은 정부가 주도한 것이라고 맞선다. 의협은 심지어 “이는 의사들을 악마화하는 거짓말”이라고 주장한다.

 시발점은 지난 26일 국회 청문회이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의대증원 규모가 ‘400명’이었던 이유에 대해 “의약분업 당시 감원된 351명에 의사과학자 몫으로 50명을 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400명이라는 증원 규모가 미래 의사 수급 등을 정교하게 추계해서 정해진 게 아니라는 취지의 설명이었다.

 의협은 다음날(27일) 반박했다. 의혀븐 보도자료에서 “2000년대 의대정원 감축은 의약분업으로 인한 것이 아니다”라며 “복지부 장·차관의 국회청문회 위증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정부가) 2020년 추진한 연간 400명 증원도 과학적 근거가 없음을 자인한 것”이라고 했다. 또 “2003~2006년 351명을 감축한 것은 1990년대 정부, 국책연구소, 학계가 공통으로 의사 수 과잉으로 인한 의료비 증가 등을 우려를 보고한 감원 조정 의견을 바탕으로 정부가 주도해서 시행한 것”이라며 “‘의사 달래기’ 용으로 의대 정원을 감축했다는 윤석열 정부의 주장은 의사들을 집단 이기주의로 매도하기 위해 만든 거짓말”이라고 했다.

 그러자 정부가 28일 보도자료를 내고 반박했다. 보건복지부는 “의약분업 합의 후속 조치로 의대정원 351명이 감축된 것은 사실”이라며 “이를 거짓이라고 주장하는 의협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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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는 28일 ″2000년대 의대 정원 351명 감축이 의약분업 합의 후속으로 추진된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2000년 4월 22일자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결의문을 제시했다. 사진 복지부

2000년 내내 의료계가 의약분업 반대 투쟁을 하면서 그 해 11월 의정합의에 이르렀다. 당시 파업의 주도권을 행사하던 의협이 정원 감축을 주장한 건 사실이다. 의협의 싱크탱크인 의료정책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2000년 의사파업 연구’ 보고서에 첨부된 2000년 4월 22일자 의협 대의원회 결의문에는 “의사인력 배출 동결 및 감축 조정을 실시하라”는 요구가 담겨있다.

2002년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인 의료제도발전특별위원회에서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돼고, 2003년 7월 보건복지부가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자 의협은 2003년 8월 14일자 보도자료에서도 “정부의 이번 정원 감축 계획은 그동안 의료계가 요구해온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감축의 필요성을 인정해 감원 정책으로 전환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며 “이번 10% 감축에서 만족하지 말고, 우수한 의사인력 양성을 위해 30% 감축 방안을 단계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했다.

의협이 밀어붙여서 정원을 줄인 것은 맞다. 하지만 떠밀린 정부도 정원 감축의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2003년 7월 복지부는 정원 축소를 발표하면서 "의사 수가 적정 규모를 초과하면 경쟁이 격화돼 의사들이 불필요한 의료 행위를 하기 때문에 적정선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복지부는 28일 보도자료에서 의협의 과거 자료를 제시하며 “명백히 확인되는 사실을 거짓말이라고 주장해 국민에게 혼란을 끼치고, 정부의 정당한 증원 정책을 근거 없이 호도하는 의협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의협 주장대로 2000년대 정원 감축이 정부가 주도한 게 아닌 점은 분명해 보인다. 정부가 주도했다는 의협의 주장이 사실에 부합해 보이지 않다. 다만 정부가 마지못해 그랬다고는 하지만 정원 감축에 동의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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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의협)의 싱크탱크인 의료정책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2000년 의사파업 연구’ 보고서에도 "의협은 의사파업 당시 의과대학 입학정원 10% 감축에 합의했고, 나아가 20%까지 정원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고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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