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동차 매달려 용변 보다 숨진 동료…"급X 지옥" 기관사의 자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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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지하철 2호선 이도훈 기관사가 낸 신간 '이번 역은 요절복통 지하세계입니다' 표지 이미지. 사진 이야기장수

지난 2007년 12월, 서울 지하철 승무원이 전동차에서 떨어진 후 뒤따라오던 전동차에 치여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망한 승무원은 근무 중 갑자기 배탈이 나서 기관실 문을 열고 전동차에 매달려 용변을 보다 떨어졌다고 한다. 사건은 큰 충격을 안겼고 기관사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하도록 하는 촉매제가 됐다.

서울교통공사는 2008년, 코레일은 2017년부터 지하철 기관사들에게 '휴대용 화장실'을 지급했다. 기관사들이 '배변 봉투'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과거 한 지하철 기관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사람 죽고 나서 변기 하나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관사에게 용변은 여전히 어려운 문제다. 일단 운행을 시작하면 운전실을 떠나기 어렵기 때문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화장실에 가고 음식도 조절하지만 생리 현상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부산 지하철 2호선 이도훈 기관사는 최근 이같은 애환을 담은 책 『이번 역은 요절복통 지하세계입니다』(이야기장수)를 출간했다. 그는 기관사의 중요한 업무 역량 중 하나로 '대장 관리능력'을 꼽으며 기관사의 삶을 소개했다. 그는 책에서 "'급X'이 터져 나올 것 같은 상황에서 화장실에 못 가는 고통은 지옥에 있는 것과 같으며 그런 상황이 오면 '내 삶에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닌가'하고 스스로를 돌아볼 정도"라고 고백했다.

책에 따르면 기관사들은 운행 중 용변이 급해지면 일본에서 사 온 지사제를 먹기도 하고, 생리 현상을 참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팔의 혈을 누르는 등 갖은 방법을 동원한다. 그래도 못 참겠다면 운전실에 있는 간이 변기와 비닐을 씌운 쓰레기통을 이용한다.

하지만 달리는 전동차에 쭈그리고 앉아 한 손에 핸들을 쥐고 용변을 보는 것은 엄청난 자괴감을 불러일으키는 일이라고 기관사들은 토로한다. 거점 승강장까지 가면 긴급 상황에 교대해주는 대기 기관사가 있지만 그 순간까지 엄청난 인내가 필요하다.

용변 문제 외에도 기관사들을 힘들게 하는 일은 많다. 그 중 하나가 지하철 선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다. 기관사에게 트라우마를 남기기 때문이다.

비상시 일반 열차의 제동거리는 100m가 넘는다. 때문에 선로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고 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이도훈 기관사는 책에서 전동차에 치인 20대 청년이 사망한 사고를 겪은 동기 기관사가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이야기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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