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살인자ㅇ난감’ ‘황야’ 이희준…FDA박지환과 코미디로 흥행 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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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핸섬가이즈'는 전원 생활을 꿈꾸던 목수 ‘재필’(이성민)과 ‘상구’(이희준, 왼쪽)가 뜻밖에 악령이 들린 집으로 이사 오며 벌어지는 슬래셔 코미디다. 사진은 우연한 사고로 얽힌 대학생 미나(공승연, 오른쪽)와 상구가 설거지하며 춤추고 노래하는 행복한 한때. 사진 NEW

“이성민 선배가 꽁지머리‧태닝 분장까지 하시기에 저도 질세라 부황 자국을 만들어 달라고 했죠. 경찰 역의 박지환 배우가 첫 촬영 때 우리 외모‧연기에 충격받았다더군요.”(이희준)

‘핸섬가이즈’ 한국영화 흥행 1위 #코믹 캐릭터 변신 배우 이희준 #"이성민과 더 웃긴 분장 경쟁 #'범죄도시' 박지환 충격받더라"

천만영화 ‘서울의 봄’ 배우 이성민, 넷플릭스 스릴러 ‘살인자o난감’ 이희준의 웃기기 경쟁이 흥행 역주행을 터뜨렸다.
두 사람이 주연한 오컬트 코미디 영화 ‘핸섬가이즈’(감독 남동협)가 지난달 26일 박스오피스 4위로 개봉한 뒤 닷새 만에 2위로 올라섰다. 600만 고지를 향해가는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2’에 이어 2위, 한국영화 중엔 흥행 1위다. 닷새 간 누적 관객수는 46만명.

'살인자ㅇ난감' '황해' 잊어라, "이분 코미디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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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가장 웃긴 영화″로 입소문 나며 흥행 역주행 중인 '핸섬 가이즈'. 코믹한 이미지로 변신한 배우 이희준을 개봉(6월26일) 전날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사진 BH엔터테인먼트

'핸섬가이즈'는 캐나다 호러 코미디 '터커&데일 vs 이블'(2010)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착한 목수 콤비가 험악한 외모 탓에 연쇄 사망 사건에 휘말리는 B급 코미디에 한국형 오컬트를 섞어냈다.
“잔인하다”는 평도 있지만, “생각 없이 갔다가 웃음 전염됨”, “한국에 이런 B급 코미디는 없었다”(메가박스 실관람평) 등 오랜만에 극장에서 웃었다는 호평이 많다. 순제작비 49억원의 ‘핸섬가이즈’가 올 여름 극장가 흥행 복병으로 떠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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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초 공개된 넷플릭스 8부작 드라마 '살인자ㅇ난감'에서 이희준이 연기한 전직 형사 '송촌'은 살벌하고 막무가내 악역이었다. 사진 넷플릭스

흥행 비결은 단연 배우들이다. 정치 누아르 ‘남산의 부장들’(2020)의 대통령(이성민)‧경호실장(이희준) 등 묵직한 역할을 도맡아온 두 배우가 ‘다 내려놓은’ 코믹 캐릭터를 선보였다.
“우리가 뭐 빠지는 게 있노”라며 자신만만한 콤비 중에서 ‘섹시남’ 상구 역의 이희준은 “이분 코미디언이냐?”는 관람평까지 나왔다. 외모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은 상구는 좋아하는 노래에 맞춰 춤출 땐 마냥 밝아지는 초긍정 캐릭터다. 재필과 함께 전원 생활을 꿈꾸며 구매한 숲속 집이 귀신 들린 폐가로 밝혀지며 소동에 휘말린다.

"학생은 아직 안 죽었군요" 이희준이 다 살렸다

넷플릭스 액션영화 ‘황야’의 미치광이 과학자, ‘살인자ㅇ난감’의 흉포한 전직 형사, 디즈니+ SF 드라마 ‘지배종’의 국무총리 등 잇따라 악역을 맡았던 이희준의 반전이다. 개봉 전날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그는 “(극단 차이무 등) 연극 무대부터 20년간 같이 해온 이성민 배우와 코미디를 함께하는 기회가 신나고 소중했다”면서 “망할 수도 있는 B급 감성 영화에 용기 내준 남 감독님이 고마웠다”고 눈을 반짝였다.
극 중 “학생은 아직 안 죽었군요~”라는 상구의 대사는 상대를 걱정하는 듯 하면서도 '한방 먹이는' 묘한 톤으로 객석을 웃음 바다로 만든다. 이희준은 남 감독의 느릿느릿한 말투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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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핸섬가이즈'로 장편 데뷔한 신인 남동협 감독은 "실제론 잘생긴 배우들을 어떻게 하면 못나 보이게 할지가 가장 고민이었다"고 말했다. 사진은 도로에 방치된 의문의 사체를 치우고 있는 목수 재필(왼쪽, 이성민)과 상구(이희준). 사진 NEW

-물에 빠진 대학생 미나(공승연)를 구해준 뒤, 함께 설거지하는 장면에서 수준급 춤 실력을 보여준다.  

“대본엔 ‘상구가 미나한테 춤을 춰준다’밖에 없어서 난감했다. 친한 김설진 안무가한테 조언을 구했더니, ‘상대한테 잘 보이려고 추는 거니까 좋아하는 동작을 그 여자를 위해서만 하면 된다’더라. 좋아하는 몸짓을 자신있게 마음껏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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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핸섬가이즈'는 오컬트 장면에선 확실히 무섭다. 중반부까지 코미디에 이어 연쇄 사망 장면은 원작의 슬래셔 설정을 수위 조절했다. 실제 화면 속엔 잔인한 장면을 덜어냈음에도 설정만으로 "잔인하다"는 관객 반응도 있었다. 사진 NEW

-숲속 ‘드림 하우스’를 무대로 온갖 사건 사고가 벌어진다.  

“실제 산장을 지어 촬영‧리허설을 하니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다. 박지환 배우는 좀비가 되는 장면에서 너무 이상한 동작을 준비해서 감독이 자제시키기도 했다. 저와 성민 선배도 거의 모든 장면에서 다른 버전을 시도했다. 다들 의욕에 넘쳤다.(웃음)”

-인상적인 장면을 꼽자면.  

“재필의 입에서 말벌이 나오는 장면. 현장에서 성민 선배가 (실제론 없는 말벌을) 확 뱉고 날아가는 걸 쳐다볼 때 제일 재밌었다. 상구가 (염소귀신한테 맞고) 날아가는 장면은 원래 넘어지는 거였는데, 현장에 마침 와이어가 있어서 직접 와이어에 매달려 연기했다. CG(컴퓨터그래픽)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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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범죄도시4'에서 'FDA경찰' 역할로 천만 관객에 웃음을 안긴 배우 박지환은 영화 '핸섬가이즈'에선 이사온 재필과 상구를 의심하는 동네 경찰(사진) 역할로 활약한다. 사진 NEW

-상구는 어떤 인물인가.

“‘모두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는 대사처럼 평화주의자다. 사람들이 자신 때문에 불편하지 않길 바라는 인물이다. 그래서 재필과 (인적이 드문) 숲속에 집을 산 것 같다.”

-“학생은 아직 살아있군요” 대사 때 웃음이 터진다.  

“전혀 예상 못 했다. 상구 입장에선 정말 반가운 마음에 진지하게 그렇게 말한 거다. 코미디는 연기자가 진지해야 한다. '이러면 웃기겠지' 하는 순간 이상해진다.”

-영화처럼 외모 때문에 오해받은 적도 있나.  

“말 안 하면 무서워 보이는지, 의외로 저를 무서워하는 후배도 있다. 보통 땐 덩치가 있는 편인데도 오히려 사람들이 날  막 대하는 것 같다. 식당 가면 비키라고 밀치고, 예식장에선 꼭 나한테 포크 어딨냐고 묻는다. 편하게 생겨서 그런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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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준은 영화 '핸섬가이즈'를 낯설게 느낄만한 예비 관객에게 "생각 없이 기분 좋게, 100분을 즐길 수 있는영화다. 허술하지 않고 잘 짜인 코미디"라고 초대장을 건넸다. 사진 NEW

-최근 악역이 많았는데 후유증도 있나.  

“‘살인자ㅇ난감’도 그렇고, tvN 드라마 ‘마우스’ 때는 비극에 갇힌 주인공을 연기해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이상한 행동도 하고 괜히 화를 낸 적도 많다.”

-연기의 희열이라면.  

“성민 선배처럼 좋은 배우와 앙상블을 이룰 때다. 그저께 바쁘고 피곤해서 짜증이 올라올 때, 문득 21살 때가 떠올랐다. 부모님 반대에도 연극하겠다며 다니던 학교(영남대 화학공학과)를 포기하고 서울에서 고시원 살면서 대학로를 두 바퀴씩 걸어 다녔다. 2003년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에 입학했다.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뭐라 할까, 갑자기 뭉클해지더라.”

-최근엔 연출도 한다고. 

“공황장애를 심하게 겪은 적이 있는데, 빠져나오는 방법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첫 단편 ‘병훈의 하루’(2018)를 만들었다. 지금 편집 중인 두 번째 단편은 영화 ‘대학살의 신’과 비슷하게 거실에서 가족끼리 45분간 떠드는 이야기다. 사비 4000만원을 털어 만들었다. 진선규 형 등 20년 지기 배우들, 같이 작품한 스태프들이 참여해줬다. 갚아야 할 빚이다. 감독할 생각은 없는데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자꾸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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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핸섬가이즈'는 묵직한 역할을 도맡아온 배우 이희준(왼쪽부터), 이성민의 색다른 변신을 만날 수 있다. 상영시간 101분, 15세 관람가. 사진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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