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0년 일한 퇴직금 못받아”...CCTV 감시 속 파나마 영사관 韓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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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 대사관 부산 영사사무소에서 일하던 한국인 직원들이 부당한 업무 지시 등을 호소하며 그만뒀다. 근무 기간이 최장 30년에 달하는 이들은 대사관 측으로부터 별다른 설명을 듣지 못한 채 퇴직금도 받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두 달째 퇴직금 미지급, 설명도 없었다”

2일 파나마 대사관 부산 영사사무소에 근무했던 A씨와 부산지방고용노동청 등에 따르면 A씨 등 영사관 직원 3명은 지난 4월 17일 동시에 퇴직했다. 이들은 부산항에 드나드는 파나마 선적 선박 탑승 시 필요한 해기사 면허 발급 업무를 주로 맡았다고 한다. 해기사란 항해사·기관사 등 면허를 소유한 사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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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부산지방고용노동청으로부터 받은 체불 임금등 사업주 확인서, [사진 A씨]

A씨는 “대사관측이 2개월째 퇴직금을 주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라며 “국내 최저임금 인상분 반영 시에도 ‘본국 승인’을 이유로 수개월씩 처리가 늦어지곤 했다. 퇴직금 지급도 비슷한 이유에서 안 되는 것으로 짐작한다”고 했다. A씨 등은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 이 같은 사실을 신고하고 ‘체불 임금등ㆍ사업주 확인서’를 발급받았다. A씨에게 발급된 확인서를 보면 노동청은 A씨가 2019년 3월부터 올해 4월까지 파나마 대사관 부산 영사사무소에서 근무한 사실과 퇴직금(1756만원) 미지급이 확인된다고 밝혔다.

“영업 지시에 CCTV 감시” 직원 동시 사직, 왜?  

근무 기간이 5~30년에 달하는 이들은 부당한 업무지시와 폐쇄회로(CC)TV 감시 때문에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영사사무소가 발급하는 해기사 면허와 관련해 더 많은 물량을 유치해오라는 취지의 지시가 있었고, 이를 거부하자 해고 압박이 이어졌다는 내용이 사직서에 담겼다. A씨는 "해기사 면허 물량을 왜 유치하라고 했는지 이유는 잘 모르겠다"라며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부산 영사사무소 내부를 감시할 수 있는 CCTV가 설치됐다”고 설명했다. 대사관 측은 부산 영사사무소 직원들이 업무 시간에도 자리를 비우는 등 근태가 의심된다며 지난 4월쯤 CCTV를 설치했다고 한다. 퇴사한 이들 중 2명은 2022년부터 계약서가 갱신되지 않는 등 문제로 인해 업무 경력 증빙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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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 대사관 부산 영사 사무소에 설치된 CCTV를 통해 들여다보이는 사무실 내부. 직원들은 CCTV를 통해 부당한 업무 감시 등이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사진 A씨]

이에 대사관 관계자는 통화에서 “상부에 보고하고 검토했지만 답변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A씨 등이 대사관 측과 작성한 계약서를 보면 업무상 기밀ㆍ보안 유지에 대한 주의 의무와 함께 ‘파나마 총영사에 의해 전개되는 활동과 관련된 모든 업무 또는 서비스의 관리, 보조·수속을 위한 서비스 제공’을 맡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노무사 “공관 韓 직원, 퇴직금 문제 다반사”

A씨 등은 법률구조공단에 퇴직금 문제와 관련한 민사 소송을 제기해달라고 신청했다. 노동청에서 받은 체불 임금등ㆍ사업주 확인서도 함께 공단에 제출했다. 공단 관계자는 “내용을 검토해 소송 필요성이 인정되면 변호사를 배정한 뒤 소송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외교부에도 도움을 청했지만 ‘노무 분쟁에는 관여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소송을 통해 권리를 찾겠다”고 말했다.

주한 해외 공관 종사에게 자문하는 강남노무법인의 정봉수 대표 노무사는 “노동청 체불 임금등ㆍ사업주 확인서는 퇴직금을 지급하라는 명령의 개념으로, 불응하면 계좌 등을 압류할 수도 있다”며 “확인서를 발급받았다면 A씨 등이 소송에서 이길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정 노무사는 이어 “100곳 가까운 주한 해외 공관에서 한국인 수천명이 일한다. 퇴직금을 받지 못해 곤란을 겪는 사례가 많다”며 “이런 경우 해당 국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외교관 면책 특권은 형사에만 적용될 뿐 민사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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