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손흥민도 헌혈 못 하게한 '이 질병' 기준, 13년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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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한 시민이 헌혈버스에 누워 헌혈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건복지부가 13년째 그대로인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vCJD) 관련 영국·유럽 체류자 혈액관리 규정 완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외국과 비교해 헌혈금지 조건이 과도하다는 전문가 의견과 빡빡한 국내 혈액 수급 상황 등을 반영한 것이다.

9일 복지부·의료계에 따르면 이른바 '인간 광우병'으로 불리는 vCJD는 전 세계적으로 233건 발생했다. 영국(178건)에서 주로 나타났고, 2019년 프랑스에서 마지막 사례가 보고됐다. 정부는 이 질병의 전파 위험을 고려한 헌혈금지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영국과 유럽 대상이다.

영국·유럽 장기 체류시 헌혈 금지…누적 1.8만명

영국에서 1개월(1980~1996년 기준) 또는 3개월(1997년 이후) 이상 체류한 사람은 영구적으로 헌혈할 수 없다. 그 외 유럽 국가에선 1980년 이후 5년 이상 체류했다면 역시 국내서 헌혈 불가다. 헌혈금지 대상으로 등록된 인원만 누적 1만8000명에 달한다. '현재까지'라는 기간 규정 때문에 해마다 약 1000명 안팎씩 추가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2015년부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무대에서 활약 중인 축구선수 손흥민도 헌혈할 수 없는 셈이다.

헌혈금지기준은 vCJD 위험이 불거진 2002년에 처음 생겼다. 2011년 일부 손질만 거친 뒤 계속 유지되고 있다. 국민 건강을 위한 조치라지만, 주요국보다 기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의료계·법조계 등이 참여한 전문가자문회의도 복지부에 "현 기준이 과도하게 설정된 만큼 국외 사례 등을 고려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실제로 많은 국가가 최근 들어 헌혈 제한 규정을 삭제하거나 완화하는 추세다. 미국·호주는 2022년 vCJD 관련 헌혈 제한 규정을 전면 폐지했다. 호주는 수혈을 통해 vCJD가 발생할 가능성이 14억5000만분의 1이라는 위험도 분석 결과를 근거로 삼았다. 캐나다와 이스라엘도 지난해 헌혈 제한을 풀었다. 대만·태국 등 규정을 유지하는 곳들도 대부분 영국에서 1980년∼1996년 체류한 사람만 헌혈을 제한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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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을 든 항공편 탑승객이 1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에서 이동하고 있다. 영국, 유럽 등에서 장기 체류할 경우 vCJD 관련 헌혈금지 대상에 오를 수 있다. 뉴스1

외국선 제한 규정 삭제·완화…혈액 수급도 '경고등'

국내 혈액 수급에 경고등이 들어온 것도 vCJD 규정 완화를 압박하는 요인이다. 헌혈자 수는 2018년 288만명에서 지난해 278만명으로 줄었다. 헌혈량도 같은 기간 686만 유닛에서 677만 유닛으로 감소했다. 특히 저출생·고령화 속에 주 헌혈 층인 10~20대가 줄어드는 반면, 암·만성질환 수술에 따른 수혈 수요는 늘어나면서 혈액 수급 불균형이 갈수록 빨라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지난해부터 학회 의견 청취, 전문가 회의 등을 거쳐 영국·유럽 헌혈금지기준을 바꾸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우선 헌혈을 영구 제한하는 '현재까지' 문구 대신 vCJD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1996년(영국), 2001년(유럽) 체류까지로 시기를 좁히기로 했다. 또한 지역별 차이 고려 없이 일괄적으로 헌혈을 제한하는 '유럽'은 프랑스·아일랜드 등 위험도가 높은 국가만 선별하기로 했다.

이러한 변경 사항은 다음 달 열리는 복지부 혈액관리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그 후 정부는 헌혈 기록·문진 등과 관련한 고시 개정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준이 바뀌면 기존 헌혈금지 등록자 중 상당수가 다시 헌혈할 수 있게 된다. 금지명단에서 자동으로 빼주거나 이들이 헌혈하러 갈 때 다시 문진을 거쳐 제외하는 등의 적용 방법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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