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너무 잦은 휘슬에 ‘휘슬’ 불겠다…돌아온 ‘만수’

본문

17206249309575.jpg

프로농구 최다승 지도자에서 KBL 경기본부장으로 변신한 유재학 전 감독. 신뢰·공정을 바탕으로 심판부를 이끌겠다는 각오다. 전민규 기자

프로농구 지도자 시절 1만 가지 이상의 수를 가졌다고 해서 ‘만수’라고 불렸던 유재학(61) 전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이 프로농구에 돌아왔다. 감독이 아닌 KBL 경기본부장이라는 직함으로 농구 현장에 복귀했다.

유 본부장은 9일 서울 강남구 KBL에서 중앙일보와 만나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오전 8시 30분까지 출근한다. 아내가 ‘그 나이 돼서 생전 경험해 본 적 없는 출퇴근을 한다’며 웃더라. 나도 아침저녁으로 지하철을 타려니 어색한 점이 많다”며 멋쩍게 웃었다.

KBL은 최근 새로운 변화를 맞았다. 총재사가 KCC에서 DB그룹으로 바뀌면서 김희옥 총재가 물러나고 이수광 총재가 새로 수장을 맡았다. 집행부 역시 대거 교체됐는데 농구계의 관심은 문경은 경기본부장의 후임 인선에 쏠렸다. 이전에는 총재사가 경기본부장을 직접 임명했지만, DB그룹은 KBL 9개 구단의 추천을 받아 최종 후보 3인을 추렸고, 이 가운데서 가장 적임자라고 평가한 유 전 감독에게 중책을 맡겼다.

앞으로 3년간 KBL 경기부와 심판부를 관장하게 된 유재학 본부장은 “현대모비스 총감독에서 물러난 뒤 1년 동안 푹 쉬었다”면서 “올해 2월 ‘경기본부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주위의 의견은 반반으로 갈렸다. 원로 분들은 ‘네가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며 맡으라고 하셨고, 젊은 친구들은 ‘잘해도 욕먹는 자리를 뭣 하러 가느냐’며 반대하더라.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중책을 맡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유 본부장은 지난 1일 신임 총재 취임식에서 “KBL이 외국에 비해 선수들 사이의 몸싸움을 너무 엄격하게 판정하고 있다”면서 변화를 시사했다.

유 본부장은 “현재 KBL에서는 선수 몸끼리 조금만 부딪쳐도 심판이 휘슬을 분다. 이는 국제농구연맹(FIBA) 룰과는 전혀 다르다. 우리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하나도 지나치게 엄격한 심판 판정”이라며 “현재 규칙은 공격자에게 너무나 유리하다. 또, 농구가 자꾸 끊긴다면 재미가 반감된다. 이를 정상으로 돌려놓자는 뜻이다. 조만간 심판들과 함께 이와 관련해 의견을 나눌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농구대잔치 시절 기아자동차의 주전 포인트가드로 활약했던 유 본부장은 감독으로 변신한 뒤 눈부신 업적을 남겼다. 1998년 인천 대우를 시작으로 팀 이름이 신세기와 SK 빅스, 전자랜드로 바뀌는 동안 계속 지휘봉을 잡았고, 2004년부터 2022년까지는 현대모비스 감독을 지냈다. 그동안 정규리그 1257경기에서 통산 724승 533패를 기록했다. 역대 최다승 2위는 560승의 부산 KCC 전창진 감독이다. 두 감독의 승수 차이는 164승이나 된다. 그는 또 플레이오프 최다승(58승), 챔피언결정전 최다승(24승), 정규리그 및 챔피언결정전 최다우승(이상 6회) 등 KBL 역사상 지도자로서 가장 화려한 발자취를 남겼다.

유 본부장도 감독 시절에는 심판진과 부딪히는 경우가 잦았다. 그러나 이제는 심판들과 같은 배를 탄 처지가 됐다. 유 본부장은 “총재님께서 ‘신뢰’와 ‘공정’을 강조하시더라.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두 단어를 소중히 여기며 경기본부장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30,193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