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개식용 금지’에 흑염소 값 천정부지…보신탕 업주 “국민의 먹을 자유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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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염소 몸값, 5년 전보다 5배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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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강진군의 한 흑염소 농장에서 흑염소들이 무리지어 있다. 뉴스1

정부가 개고기 식용을 금지하고 나서면서 보양식 ‘대체재’로 알려진 흑염소 몸값이 치솟고 있다. 반면 식용 개 사육 농민 등은 “지원책을 내놓지 않으면 개 식용 종식에 협조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12일 충북 충주축협에 따르면 지난 9일 흑염소 경매시장에서 암염소가 ㎏당 평균 1만8600원에, 숫염소는 1만7500원에 거래됐다. 2019년 ㎏당 평균 3500원보다 5배 이상 오른 가격이다.

충주축협 관계자는 “개고기 먹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늘면서 흑염소가 주당 250 마리가량 거래되고 있다”며 “2019년 평균 20~30마리가 거래된 것보다 7~8배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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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 중인 흑염소 무리. 뉴스1

흑염소 거래는 지난 2월 ‘개 식용 종식법’(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이 공포하면서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이 법은 식용 목적으로 개를 도살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게 골자다. 또 식용 목적으로 개를 사육·증식·유통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개 식용 종식법은 공포 후 3년 뒤인 2027년 2월 전면 시행된다.

전국 염소 경매시장 7곳…올해만 5곳 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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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 중인 흑염소. 뉴스1

흑염소 가격이 오르고 유통량이 늘자 염소 경매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전국 2곳이던 경매시장은 올해 7곳으로 늘었다. 첫 경매는 2017년 충북 충주축협이 염소 경매를 시작했고, 2020년 충남 부여축협이 뒤이어 경매시장을 열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4월 경북 의성축협과 지난 5월 경남 함양산청축협에 이어 지난달에는 전남에서만 3곳이 개장했다. 강진축협 관계자는 “그동안 중간 유통상인들이 염소 가격 결정권을 쥐고 있어 농가 불만이 많았는데 화순축협·보성축협·강진완도축협 순으로 경매장이 개설돼 전남 지역 염소 농가가 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도에 따르면 전남 지역은 전국 흑염소의 25% 정도를 생산하는 최대 주산지다. 2022년 기준 전국 흑염소 농가는 1만73곳으로 43만2765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이 중 전남은 1495개 농가가 흑염소 10만8042마리를 사육 중이다. 전남에 이어 전북 7만9000마리, 충북 6만6000마리, 충남 4만4000마리 등 순이다.

식용 개 사육 농가 등은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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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경기도 성남 모란시장 가축거리에 있는 건강원 간판에 대부분 '흑염소'라고 적혀 있다. 이보람 기자

반면 식용 개 사육 농민과 종사자들은 “개 식용 종식법 시행과 관련해 이달 말까지 지원책이 나오지 않으면 개 식용 종식에 협조할 수 없다”고 나서 진통이 예상된다.

육견협회는 지난 9일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개 식용 종식법 제정 6개월, 공포 155일이 지난 지금까지 폐업·전원 지원에 대한 기준이나 기본계획마저도 제시하지 않은 채 권리를 지켜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식용 개 사육 농민과 종사자 기본권과 재산권은 방기·침탈돼 회복 불가능하게 됐고, 거리에 나앉을 날만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앞서 육견협회는 지난 3월 먹을 자유 훼손 등을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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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구 한 흑염소 요리 전문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염소탕. 김정석 기자

한편 개고기를 판매하던 식당 가운데 상당수는 메뉴 변경을 고민하는 곳도 많다. 전남 화순 한 식당 업주는 “원래 흑염소와 개고기 등을 팔아왔는데 개고기 손님이 줄어들자 작년부터 개고기를 메뉴에서 뺐다”며 “올해 초복 정도까지만 개고기를 팔겠다는 보신탕 식당 업주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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