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유령아동' 사라진다…출생신고 안해도 자동등록, 가명 출산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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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에서 태어나는 아동의 출생 정보가 곧바로 지자체에 통보되는 출생통보제가 시행된다. 사진은 18일 서울의 한 구청 민원실에 붙은 출생통보제 안내문. 뉴스1

병원이 태어난 아동의 출생 사실을 자동으로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해야 하는 '출생통보제'가 19일부터 시행된다. 출산 사실을 알리기 꺼리는 임산부가 가명으로 출생을 통보하고 입양 절차 등을 밟을 수 있도록 하는 ‘보호출산제’도 함께 시행된다. 출생신고 없이 방치되는 '그림자 아동'을 막는다는 취지다.

두 제도는 지난해 수원의 한 가정집 냉장고에서 살해된 영아가 발견된 사건을 계기로 급물살을 탔다. 정부가 2015~2022년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는 되지 않은 아동 2123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249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8일 브리핑에서 "지금까진 아동의 출생등록이 보호자의 자발적 출생신고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었다.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아동의 소재와 신원을 파악하기 어려웠다"며 "출생통보제로 병·의원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동을 파악하고 보호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출생통보제 시행으로 산모가 아이를 낳은 의료기관은 태어난 아이의 정보를 14일 이내에 해당 시·읍·면에 통보하게 된다. 정부가 구축한 출생통보시스템을 통해 개별 병원이 입력한 정보가 자동으로 가족관계등록 시스템에 통보되는 식이다. 이런데도 신고의무자(부모 등)가 1개월 이내에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지자체는 의무자에게 7일 이내에 신고하도록 통지한다. 그 후에도 출생신고가 이뤄지지 않으면 지자체가 법원의 허가를 받아 직권으로 출생을 등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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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이 제도엔 태어난 모든 아동을 공적 체계로 끌어들이자는 목적이 깔려있다. 하지만 미혼모 등 출산 사실을 주변에 알리기 꺼리는 위기임산부들이 병원 밖에서 아이를 낳고 유기하는 사례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를 고려해 보호출산제도 함께 적용하게 됐다.

신원을 밝히고 출산하기 어려운 임산부가 보호출산을 신청하면, 가명과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할 수 있는 관리번호가 나온다. 임산부는 이를 사용해 의료기관에서 산전 검진과 출산을 할 수 있다. 아이 출산 후 임산부는 최소 7일간 아동을 직접 양육할지 고민하는 숙려기간을 가진 뒤, 지자체 아동보호 전담요원에게 아동을 인도한다. 그 후 지자체는 입양 등 보호를 위한 절차를 밟게 된다.

정부는 보호출산제를 두고 아이 양육이 힘들 경우 선택하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호출산 선택 전 상담을 의무화하는 등의 장치를 뒀다. 임산부는 보호출산 신청 전 원가정 양육 지원 관련 상담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정부는 전국에 16개 위기임산부 지역상담기관과 24시간 상담전화 '1308번'을 신설했다. 또한 전국 121개 한부모가족시설에 대해 기존의 연령·소득 같은 입소기준을 폐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보호출산제 도입으로 양육을 쉽게 포기하는 산모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는 남아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은 "위기임산부 마음을 돌릴만한 양육비·주거 지원책 등이 마련돼야 하는데, 이번 대책으로는 부족하다"며 "이대로라면 보호출산제가 아이를 합법적으로 유기하는 통로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에선 장애아동·미숙아 유기가 늘어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아권익연대·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등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는 출생 후 한 달 이내 익명출산, 유기가 가능하게 해 장애아동 유기를 부추기고 있다"며 "신생아의 권리를 박탈하는 보호출산제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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