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이초 1주기 추모 행렬…교사들 "민원 떠맡아, 달라진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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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 서이초 1주기 추모 공간에서 추모객들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이초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1년이 되는 날인 18일 전국 곳곳에서 추모행사가 열렸다. 이날 서울시교육청 앞에 마련된 추모 공간을 찾은 시민들은 조용히 국화꽃을 올리고 메모지에 글을 남겼다.

6년차 교사 이희정씨는 “강원도에서 오전부터 올라와 추모행사에 참여하고 있다”며 “서이초 사건은 교사들이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각성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광주교대 1학년인 박세현(20)씨는 “고3 때 교대나 사범대를 준비했던 다른 친구들은 서이초 사건 이후 진로를 바꿨다”며 “교사가 되려는 내 결심에는 변함이 없지만, 교권 침해 사례를 들을 때마다 가슴에 박히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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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시교육청 추모 공간에 추모객들이 남기고 간 메모가 걸려 있다. 서지원 기자

“교권 보호 강화” 반성과 다짐 이어진 추모식

이날 시교육청에서는 6개 교원단체와 교사유가족협의회가 공동 주관한 추모식이 열렸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교사 출신인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과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울시의회 의원과 교원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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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오른쪽)이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서이초 순직교사 1주기 추모식을 마친 후 추모 공간에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교육감은 추도사에서 “국회에서 교권보호 5법이 통과됐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다”며 “학교 현장의 실질적인 변화를 위한 교권보호 3법의 추가적인 제·개정을 제안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 이를 외면하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했다.

이 부총리도 “선생님의 정당한 교육 활동을 보호하는 것이 곧 아이들의 배움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기에 가는 길이 어렵더라도 끝까지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교육부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회장 강은희)는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공동 선언문’을 채택했다.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이 교원의 교육활동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고, 맞춤형 지원으로 모든 학생의 균등한 교육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법과 제도 개선, 행·재정 지원 강화에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장·예비교사들 “달라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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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경찰서 앞에서 교사유가족협의회 관계자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추모의 의미로 국화를 들고 있다. 뉴스1

추모 공간을 찾은 교사들은 서이초 사건 이후 1년이 지났지만 “긍정적 변화가 아직 체감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장은 “서이초 사건 이후로 교육활동 침해에 대한 교사들의 민감도가 높아졌지만, 각 학교에서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된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 등 달라진 법과 제도가 교사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는지는 물음표”라고 말했다.

교사인 장지윤(33)씨는 “돌아가신 그때와 달라진 게 없다. 법이 잘 돼 있어야 학교나 교사가 악성 민원을 차단했을 때 ‘우린 법대로 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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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에 마련된 추모 장소를 찾은 추모객들. 이보람 기자

예비교사인 교대생들도 목소리를 냈다. 이날 전국교육대학생연합(교대련)은 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대생 700명이 참여한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교사가 된다면 교육활동 중 가장 걱정되는 것(복수 응답 가능)으로 ‘학부모 악성 민원’(95.4%)에 이어 ‘교육활동에 어려움을 겪을 때 기댈 수 있는 보호 체계 부재’(62.9%)를 꼽았다. 교대련은 “정부는 교대생이 교사가 될 수 있도록, 교사가 돼서도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제대로 책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원과 학생 관리 등을 여전히 교사가 도맡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6개 교원단체와 전날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의 민원 처리 주체가 누구냐는 질문에 응답자 과반은 ‘담임·교과 교사(51.1%)’라고 답했다. 85%는 교육활동 방해 학생을 분리하고 지정 장소로 인솔하는 역할도 교사가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 설문에는 유·초·중·고, 특수학교 교원 등 5980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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