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됐어" K원전 수출 손뼉친 尹…정치참여 뒤엔 그 원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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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에서 물러난 윤석열 대통령이 2021년 6월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정치 참여를 선언하던 모습. 중앙포토

“됐어!”

한국수력원자력이 총사업비 24조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17일 밤.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정진석 비서실장과 함께 이를 보고받은 윤석열 대통령이 책상을 툭 치며 한 말이다. 곧이어 성태윤 정책실장의 심야 긴급 브리핑을 TV 생중계로 지켜본 윤 대통령은 미소를 띤 채 수시로 손뼉을 쳤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18일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주재한 자리에서도 “탈원전 정책을 극복하고 세계적 추세에 따라 다시 원전 산업을 회복시켜 우리 산업과 지역 전체가 큰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며 “우리 경제가 발전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도록 정부도 관리를 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밤에는 대선 후보 시절인 2022년 1월 25일 페이스북에 쓴 “탈원전 백지화, 원전 최강국 건설” 문구를 다시 게시했다. 대선 후보 시절 약속을 지켰다는 걸 상기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이 환호하는 건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임하며 전방위 세일즈 외교를 펼친 게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22년 6월 스페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와 환담을 가진 때부터 원전 세일즈에 총력을 기울였다.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도 지난해 7월 리투아니아 나토 정상회의 만찬 때 동석한 걸 시작으로 지난해 9월 미국 유엔 총회, 지난주 미국 나토 정상회의에서 잇달아 회담을 하는 등 정성을 들였다. 특히, 체코 정부의 결정이 임박했던 지난주엔 윤 대통령이 미국에서 체코 대통령을 만나는 사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체코 현지로 급파해 ‘산업 패키지 지원’ 방안을 담은 대통령 친서를 체코 총리에게 전달하는 등 양동 작전까지 펼쳤다.

여권에선 24조원 원전 수출 잭폿을 윤 대통령의 정치 역경과 연결해서 보는 시각이 적잖다. 윤 대통령이 정치에 뛰어든 핵심 이유 중 하나로 탈원전 문제가 꼽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때 검찰 총장이던 윤 대통령은 이른바 ‘조국 사태’로 당시 여권 핵심부와 마찰을 빚은 끝에 임기 2년을 못 채우고 2021년 3월 중도 사퇴했다. 윤 대통령은 그해 7월 “검찰총장을 관둔 것 자체가 월성원전 사건 처리와 직접 관련이 있다”며 “정치에 참여한 계기가 된 것 역시 월성원전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고 직접 밝혔다.

월성원전 사건은 문재인 청와대와 정부가 2018년 월성원전 1호기의 경제성 평가를 조작해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는 의혹이다. 대전지검은 2020년 11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수원 등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했다. 공교롭게도 이는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이 대전고검과 지검을 방문한 지 일주일 뒤에 이뤄졌다.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정치 수사이자 검찰권 남용”(이낙연 전 대표)이라고 비판했고, 윤 대통령은 그만큼 압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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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75주년 정상회의가 개최된 미국 워싱턴DC 월터 E.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체코 정상회담에서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악수하는 모습.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2021년 6월 정치 참여를 선언하면서 “법을 무시하고 세계 일류 기술을 사장시킨 탈원전”이라며 문재인 정부를 직격했다. ‘검사 윤석열’이 ‘정치인 윤석열’로 바뀌던 변곡점에 탈원전 비판이 자리 잡고 있던 것이다. 정치인으로서 내건 첫 키워드도 탈원전이었다. 윤 대통령은 정치 참여 선언 엿새 만인 그해 7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비판을 주도해온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를 만났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방문해선 원자핵공학과 학생들을 만났다. 당시 윤 대통령을 가까이서 지켜본 한 인사는 “탈원전 정책과의 싸움은 정치인 윤석열에게 상징 같은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자연스레 탈원전 정책을 바로잡는 건 윤석열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가 됐다. 6대 국정 목표 중 첫 번째가 ‘상식이 회복된 반듯한 나라’였고, 그 중 코로나19 피해 복구와 감염병 대응체계 고도화 등의 당면 과제를 제외하면 ‘탈원전 정책 폐기 및 원자력산업 생태계 강화’가 사실상 첫 번째 국정과제였다. 이는 곧 정책으로 이어졌다. 올해 예산을 편성하면서 탈원전 정책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원전 중소·중견기업에 1000억원 규모의 융자 지원 사업을 신설하는 등 원전 생태계 복원에 힘썼다.

해외 언론도 이번 체코 정부의 결정을 윤 대통령의 성과와 연결짓고 있다. 영국 로이터 통신은 17일(현지시간) “윤 대통령은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추가로 수출해 한국 원전 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2022년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소개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민관이 하나 돼 원팀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한 결과”라면서도 “대통령이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서 직접 원전 세일즈 정상외교에 나선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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