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출국 직전 나타난 '김정숙 타지마할' 일정…檢, 문체부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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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 배우자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외유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주요 참고인을 소환하는 등 사실관계 확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조아라)는 지난 17일 문화체육관광부 국제문화정책과 소속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2018년 11월 4~7일 김 여사의 인도 출장에 앞서 문체부가 예비비 4억원을 편성받은 경위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국제문화정책과(당시 국제문화과)는 김 여사가 도종환 당시 문체부 장관의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함께한 ‘한-인도 문화협력 대표단’ 관련 업무를 맡았던 부서다.

검찰은 김 여사의 인도 방문을 주도한 문체부 뿐 아니라 최초로 일정을 제안받은 외교부, 예산을 배정한 기획재정부, 문체부와 대통령 전용기(공군 2호기) 수의계약을 맺은 대한항공 등에 출장 과정에서 절차상 위법이 있었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차제에 뚜렷한 법규가 없던 영부인 외교의 절차와 규정을 다듬을 기회가 될 수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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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게시한 경남 양산 평산책방에서 김정숙 여사와 찍은 사진. 사진 문재인 페이스북

① 출장 12일 뒤 항공 재계약?

현재까지 제기된 의혹 가운데 수사로 규명될 부분은 크게 3가지다. 먼저 출장 이후 변경된 대한항공 계약서다. 중앙일보가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 등에 따르면, 문체부는 “2018년 10월 26일 인도 모디 총리의 대통령 영부인에 대한 전혀 예상치 못한 임박한 초청”에 따라 출장 이틀 전인 11월 2일 대한항공과 ‘공군 2호기 조업 지원’ 수의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이 계약은 출장이 끝나고 10여일 뒤인 11월 19일 ‘변경 계약서’로 교체된다. 최초 계약에 없던 ‘아그라 공항’이 운항구간에 추가되면서다. 아그라 공항은 타지마할에서 차량으로 25분 거리에 위치한 가장 가까운 공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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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19일 체결된 문체부-대한항공 변경계약서. 사진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실

변경 계약에 따라 총비용은 2억 1699만원에서 2억 3670만원으로 1970만원 증가했다. 당시 문체부 국제문화과장 B씨는 출장 이후인 11월 15일 문체부 운영지원과장에 “운항구간 변경에 따른 추가 비용 발생”을 사유로 계약 변경 의뢰 공문을 전결했다.

수의계약 체결에 앞서 문체부가 기재부에 신청한 예비비 4억원은 신청서 송부(10월 29일)→국무회의 의결 및 문 전 대통령 재가(10월 30일)→예비비 배정 통보(10월 31일)를 거쳐 3일 만에 편성됐다. “최근 수년간 예비비가 3일 만에 편성된 경우는 주로 코로나19 대책 관련 긴급 지출”(기재부)임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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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문체부 운영지원과장이 문체부 국제문화과장에게 공군 2호기 수의계약 운항구간과 금액이 변경되었음을 알리는 공문. 사진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실

② 보고서마다 다른 ‘타지마할’ 유무

정부 보고서와 공문마다 타지마할 일정의 기재 여부가 들쑥날쑥한 점도 검찰이 눈여겨보는 대목이다. 인도가 김정숙 여사를 초청하기 전에 문체부가 작성한 장관 방인 계획서(10월 1일), 문체부의 예비비 신청서(10월 29일), 최초의 공군 2호기 수의계약서(11월 2일), 출장 이후 작성된 문체부의 출장 결과 보고서(날짜 미상)에는 모두 타지마할 일정이 빠져 있다.

반면에 출국 직전 도 전 장관이 받아본 출장계획서(11월 4일)와 변경된 공군 2호기 계약서(11월 19일) 등에는 타지마할 일정이 적혀 있다. 이를 두고 야권 내부조차 “현지에서 추가된 일정”이라는 황희·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장과 “사전 조율된 일정”이라는 도종환 전 문체부장관·문재인 전 대통령의 주장이 모순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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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③ 청와대 개입 여부는?

청와대 직원들의 예비비 편성·집행 과정 개입 여부를 두고도 증언이 엇갈린다. 문 전 대통령은 논란 직후인 지난달 5일 페이스북에 “대통령 부부의 해외순방 경비는 소관 부처에서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며, 청와대는 예산의 편성이나 집행에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문체부 국제문화과가 배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는 “청와대 등 관계기관과 논의 과정에서 예비비 사용이 제안되어 예비비를 신청했다” “공군 2호기 사용은 영부인 경호 등을 고려한 당시 대통령실의 결정” 등이라는 언급이 나온다. 검찰은 청와대 차원의 조직적인 의사결정 관여가 있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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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진실이 문체부 국제문화과로부터 받은 답변 일부. 사진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실

앞서 검찰은 김 여사를 여러 의혹으로 고발·진정한 이종배 국민의힘 시의원을 지난달 19일 고발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샤넬 재킷 의혹’과 관련해선 지난 1일 김일환 국립한글박물관장과 직원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한글박물관은 김 여사가 2018년 10월 프랑스 방문 당시 샤넬에서 빌려 입었던 재킷 대신 샤넬로부터 별도 제작된 다른 재킷을 기증받았다고 지목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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