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시간당 100㎜ 폭우가 뉴노멀"…수도권이 위험하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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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에서 소방대원들이 침수된 공장에 고립된 근로자를 구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간당 100㎜ 비는 한라산이나 지리산 같은 산악 지형에서 내리는 현상이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평지인 도심에도 그런 비가 내리고 있거든요. 그만큼 (집중호우가) 심각해지고 있는 거죠.

장마 연구자인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최근 내리는 기록적인 폭우에 대해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한 시간에 100㎜가 넘는 극한호우가 수시로 쏟아질 정도로 장맛비의 강도가 전례 없이 강하다는 뜻이다. 극한호우가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이 됐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달새 극한호우 45번 관측…1시간 100㎜ 이상도 8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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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디자이너

기상청에 따르면, 장마가 시작된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8일까지 한 달 동안 1시간 강수량이 100㎜를 넘은 사례는 총 8번이었다. 모두 최근 열흘 이내에 발생했고 경기와 충남, 전라 등 서쪽 지역에 집중됐다. 시간당 100㎜는 넘쳐흐르는 물에 도로의 차량이 뜨기 시작하고, 대부분의 시설물과 건물 하단이 물에 잠기는 수준이다.

극한호우 기준인 시간당 72㎜ 이상의 비로 범위를 넓히면 총 45차례나 발생했다. 기상청은 1시간 누적 강수량이 72㎜에 이르는 극한호우가 관측되면 해당 지역에 호우 긴급재난문자(CBS)를 발송한다.

최근 사흘간 장맛비가 집중된 경기도의 경우, 파주시에 17일 오전 6시부터 1시간 동안 101㎜의 비가 내린 데 이어 18일 오전에는 평택시 현덕면에 시간당 89㎜의 물폭탄이 또 쏟아졌다. 이렇게 대비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퍼붓는 폭우에 도로는 물에 잠겼고, 침수 피해도 속출했다.

지난 10일에는 전북 군산시 어청도에서 146㎜가 1시간 만에 쏟아졌다. 충남 서천과 부여에서도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로 큰 피해를 입었다. 100~200년에 한 번꼴로 내리는 비가 며칠 간격으로 전국 곳곳에 쏟아진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기상 전문가는 “시간당 100㎜는 세계 어떤 도시도 대비할 수 없는 불가항력 수준의 비”라고 말했다.

중국서 수증기 폭발적 유입…돌풍·낙뢰까지 동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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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호우로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18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포곡터널 인근 도로 옹벽이 무너져 차량통행이 통제되고 있다. 뉴시스

이번 장마철에 유독 비의 강도가 강해진 이유 중 하나는 남서풍을 타고 중국 내륙에 있던 수증기가 폭발적으로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비구름의 연료가 되는 수증기가 서해를 거쳐 한반도에 유입된 이후 좁은 지역에 강하게 쏟아지는 국지성 폭우로 이어지다 보니 예측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올여름에는 대기불안정으로 인해 돌풍과 낙뢰까지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복합재해가 발생할 위험도 크다. 16일에도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장맛비와 함께 4500차례의 벼락이 쳐 정전 피해가 발생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남쪽의 고온다습한 공기와 북쪽의 건조한 공기가 강하게 부딪치면서 거대한 적란운이 만들어져 강력한 뇌우가 쉬지 않고 발생하는 것”이라며 “태풍급 강풍까지 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가하는 한반도 집중호우…수도권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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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시스

장기적으로도 여름철 집중호우의 빈도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손석우 서울대 교수 등 공동 연구팀이 1960년대 이후 동아시아의 집중호우(일 100㎜ 이상) 빈도를 분석한 결과, 한반도와 중국 내륙, 서일본 지역에서 증가 경향이 매우 뚜렷하게 나타났다. 모두 장마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곳으로, 장맛비의 강도가 그만큼 세지고 있다는 뜻이다. 국내에서는 수도권과 남부 지방, 제주도를 중심으로 폭우가 집중됐다.

손 교수는 “수도권이 다른 지역보다 집중호우가 많이 발생하는 건 바다가 바로 옆에 있기 때문”이라며 “경기만 해역이 여름철에 따뜻하다 보니 구름이 서해상에서 발달하면서 들어올 때 경기만에서 한 번 더 크게 성장해 많은 비를 쏟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장마철 막바지로 갈수록 정체전선이 주로 중부 지방에 머무는 경우가 많아 수도권에 상대적으로 강한 비가 집중된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장마 패턴이 깨지면서 장마철 이후에도 물폭탄 수준의 비가 쏟아질 수 있다. 2022년에도 8월 8일에 시간당 141㎜에 이르는 관측 역사상 가장 강력한 도심 폭우가 발생하면서 서울 강남 일대가 물에 잠겼다. 손 교수는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 여름철 재난 기상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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