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안 보고도 시간을 알 수 있는 회중시계... 브레게 박물관 소장 보물급 시계의 향연 [더 하이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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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엔드 시계 브랜드 브레게가 순회 전시를 진행 중이다. ‘브레게 뮤지엄 작품전 투어(Breguet Museum Treasures en Voyage)’로 보기 힘든 뮤지엄 피스를 꺼내 전 세계 주요 부티크에서 공개하는 방식이다. 시작은 지난 4월 미국 뉴욕이며, 서울에는 18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부티크에 상륙했다.
브레게는 이번 순회 전시를 위해 뮤지엄 피스를 총 여덟 가지 항목으로 분류했다. 복잡한 기능을 탑재한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스’, 브랜드 DNA 코드를 담아낸 ‘브레게 스타일’, 소리로 시간을 알리는 시계를 추린 ‘리피팅 시계’ 등 브랜드뿐 아니라 기계식 시계 역사에 중요한 제품을 테마에 맞게 나눈 것. 서울을 찾은 건 ‘디스플레이의 미학’ 파트로 시간 표기의 다양한 방식을 보여준다.
1841년 프랑스 정치인 카지미르 페리에가 산 ‘택트’ 시계 N°4720이 이 항목의 대표작이다. 실버 다이얼 위에 두 개의 카운터가 있는 회중시계로, 두줄로 엮은 체인과 키가 함께 달렸다. 택트 시계엔 주머니에서 시계를 꺼내지 않고도 시간을 알 수 있는 기발한 시스템이 있다. 회중시계 뒷면에 부착한 긴 화살표와 케이스 측면에 붙인 11개의 스터드 장식을 통해 시침의 위치를 파악하는 형태다. ‘서브스크립션’ 시계 No. 2053도 주목할 작품이다. 작은 시계를 만들고 싶은 창립자 아브라함-루이 브레게의 ‘로망’을 구현한 회중시계다. 18세기 기준으로 비교적 작은 지름 39㎜에 시곗바늘은 1개만 달았다. ‘지불’을 뜻하는 ‘서브스크립션’이란 이름도 흥미롭다. 당시 브레게는 시계 주문이 들어오면 시계값의 25%를 먼저 받은 것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저마다 이야기를 품은 시계
이번 전시는 9월 6일까지다. 부티크에 방문해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가이드 투어를 원하는 사람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브레게 부티크에 예약 후 방문하면 된다. 여덟 가지로 작품을 나눈 만큼 전시는 계속될 예정이다. 브레게 측은 ‘타임 & 센스’ 테마에 해당하는 뮤지엄 피스를 오는 10월 현대백화점 본점 브레게 부티크에서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번 ‘브레게 뮤지엄 작품전 투어’에 공수된 시계는 프랑스 파리 방돔 광장에 있는 브레게 박물관 소장품의 일부다. 브레게 뮤지엄은 1775년 브랜드 창립 이후 선보인 주요 작품을 보관·전시하는 장소로, 2000년에 문 열었다. 현재 브레게는 자신들이 판매한 역사 속 제품을 다시 사들이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브레게가 속한 스와치그룹을 만든, 고 니콜라스 G. 하이에크가 시작했다. 지금은 그의 손자이자 브랜드 회장인 마크 A. 하이에크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기계식 시계 분야의 중추
스위스 뇌사텔에서 태어났지만, 생애 대부분을 파리에서 보낸 아브라함-루이 브레게는 시계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퍼페추얼이라 불리는 오토매틱 시계, 소리로 시간을 알리는 미니트리피터에 사용되는 공 스프링, 시계에 사용된 최초의 충격 흡수 장치인 패러슈트가 그의 작품이다.
최고 업적은 중력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이스케이프먼트 장치 ‘투르비용’으로 1801년 6월 26일 특허를 받은 바 있다. 한편, 아브라함-루이 브레게는 창업 이래 자신이 만들고 판 시계의 내용을 정확하게 기록했다. 시계마다 독자적인 숫자를 새겼고, 비밀 장부에는 그 숫자와 함께 시계에 대한 설명, 판 날짜, 산 사람의 이름을 적었다. 이렇게 쌓인 장부는 박물관과 본사에 보관 중이다. 브레게 역사를 추적하고 아카이브 피스를 수집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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