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관세 올리고, IRA·칩스법 폐지 시사...'매운맛 트럼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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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세론이 커지면서 한국 기업들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19일 공화당 전당대회 대선 후보 수락 연설중인 트럼프 전 대통령. AP=연합뉴스

‘트럼프 대세론’이 확산하면서 한국 기업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한국 기업들이 대미 투자를 늘려가던 가운데, 트럼프가 연일 강도높은 자국 우선주의 발언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공화당 전당대회 대선 후보 수락 연설과 언론 인터뷰 등에서 모든 수입품에 대한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고, 세금과 금리는 낮춰 경기를 부양하는 트럼프노믹스 2.0의 기본 틀에 대해 밝혔다. 특히 반도체·전기차 등 한국 기업의 영향력이 큰 산업 분야를 콕 집어 비판했으며 인플레이션감축법(IRA)·칩스법과 관련해서도 축소·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트럼프가 더 강해져서 돌아왔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고민 깊어지는 배터리·차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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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기아차가 미국 현지공장을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시에 건설키로 최종 확정했다. 정의선 회장(당시 해외담당 사장, 왼쪽 둘째)이 조지아주 관계자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왼쪽 셋째는 정몽구 명예회장. 사진 현대차그룹

전기차에 ‘올인’했던 자동차 업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후보 수락 연설에서 “취임 첫날 전기자동차 의무명령을 폐기하겠다”고 발언한 것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 강화 등 전기차 확대 정책을 펼쳐왔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전기차 위주로 미국 내 투자를 늘려왔는데, 방향 전환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현대차 조지아 공장(메타플랜트아메리카)에서 전기차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 차를 생산하는 등 유연성을 가지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을 겨냥해 “우리는 자동차 제조업을 미국으로 가져올 것이다. 동의하지 않으면 자동차마다 100~2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한 발언 역시, 한국 기업에도 화살이 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미국이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타깃을 외국 자동차 업체로 둘 가능성이 높고, 그로 인해 한국 기업이 미국 내 생산을 늘려야 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산업(완성차·전기차·부품) 수출은 453억 달러로 4년 새 2배가량 증가했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는 미국 무역적자 원인으로 한국·일본의 자동차·부품을 지목한다”며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에 10% 보편적 관세를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미국 내 생산이 늘어나면 국내 투자와 일자리가 줄며 내수시장은 악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IRA 혜택을 받는 배터리 업체들의 고심도 깊어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인 IRA를 ‘새로운 그린사기’라고 비판하며 법안을 폐지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해 왔다. 최근 케즘(일시적 수요 둔화)을 겪으며 수익의 상당 부분을 보조금에 기대고 있는 한국의 배터리 기업 3곳은(삼성SDI·LG에너지솔루션·SK온) IRA 폐지땐 당장의 타격을 면할 수 없다. 최근 잠정 실적을 발표한 LG엔솔의 경우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1953억원이었지만, IRA상 세액공제액 4478억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252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트럼프 재선 후 IRA가 폐지되려면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 다수당을 차지하고 이탈표까지 방지해야 하는데, 공화당 의원·일부 지역의 이해관계를 따졌을 때 간단하지 않다”라며 “폐지까지는 아니더라도 행정부 권한을 활용해 IRA효과가 축소될 가능성은 높고, 이 경우 기업들이 미래 이익을 기대하고 단행한 대규모 투자는 전면 재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배터리 3사가 지난해까지 미국에서 가동 중인 생산 케파(능력)는 117GWh인데, 그동안 발표한 투자계획을 합하면 향후 2027년까지 635GWh로 늘어날 전망이다.

반도체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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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의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의 건설 현장. 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모두 가져갔다”며 대만에 방위비 청구서를 내밀었다. 초당적인 공감대를 형성해 통과시킨 반도체지원법(칩스법)에 따른 보조금에 대해서도 거세게 비판했다. 아직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반도체 산업을 명분 삼아 한국의 방위비 증액을 요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미국이 이미 약속한 보조금을 취소하진 못하더라도 앞으로 외국 기업은 (혜택에서) 배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 역시 “삼성·하이닉스가 미국 공장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가져가는 것에 관해 부담을 지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조금 취소가 되는 극단적 상황이 펼쳐진다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생산 시설 확장에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19일 대한상의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에서 “보조금을 주지 않는다면 우리도 완전히 다시 생각해 볼 문제”라고 언급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최첨단 패키징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주요 동맹국의 반도체 공급망을 활용했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미국 우선주의’를 최우선 가치로 여겨 향후 인텔·마이크론 등 미국 기업에 대한 노골적 특혜에 집중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하기 더 좋은 환경 조성될 것” 시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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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커빙턴시에 위치한 앱솔릭스를 찾아 세계 최초 글라스 기판 양산 공장을 둘러보며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연합뉴스

트럼프의 당선이 어떤 면에서는 긍정적이라는 해석도 있다. 전반적으로 기업하기 더 좋은 경제 환경이 조성될 거라는 분석이다. 최태원 회장은 “경제 전체, 특히 미국 경제를 부스트(부양)하는 움직과 노력 면에서는 트럼프가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장 역시 “우리나라 큰 기업들이 노조 없는 주에 (주로 진출) 했는데, (바이든은) 노조랑 관련된 기업들 먼저 생각할 테니 그건 (바이든 당선이) 우리에게 마이너스”라며 “그런 면에서 트럼프랑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올 초부터 미국 내 대관조직을 확대하며 11월에 있을 대선에 대비를 강화하고 있다. 포스코는 미국 남부에 있던 대관 조직을 워싱턴DC로 옮기고 규모를 3배가량 확충했으며, SK그룹 역시 계열사별로 흩어진 대관 통합해 SK아메리카스 올초에 신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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