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LG엔솔, 2분기 영업익 반토막…K배터리 기는데 中 CATL은 훨훨

본문

17219388226118.jpg

미국 테네시주에 위치한 얼티엄셀즈 제2공장에서 현지 직원들이 배터리 생산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사진 LG에너지솔루션

한국 배터리 업계에 한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 났고, 미국 세액공제 혜택을 제외하면 사실상 2500억 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세계 1위 배터리 업체인 CATL을 비롯한 중국 기업들은 2분기에도 견조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배터리 업계의 돌파구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국내 1위 배터리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올 2분기 연결기준 매출 6조16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8% 줄었다고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1953억원으로 57.6% 감소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에 따른 공제액을 제외하면 252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량을 하향 조정했고, 리튬 같은 광물 가격 약세로 판가도 하락한 영향이다.

17219388227521.jpg

김영옥 기자

시장 악화에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 1월 제시한 ‘전년 대비 한 자릿수 중반 퍼센트(%) 성장’에서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로 대폭 축소했다. IRA에 따른 수혜 규모도 45~50GWh(기가와트시)에서 30~35GWh로 낮췄다. 설비 투자(CAPEX) 규모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했다.

하반기에도 국내 배터리’업체들의 부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수요 회복이 더딘 데다 중국산 저가 배터리 공세 등 악재가 이어져서다. 게다가 배터리 핵심 원료인 리튬 가격 하락세가 이어져 하반기에도 배터리 가격은 낮은 수준이 예상돼 한파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다음 주 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SDI와 SK온도 저조한 성적이 예상된다. 2차전지 소재 업체 포스코퓨처엠은 2분기 매출이 1조원 밑으로 떨어졌고, 영업이익 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8% 감소했다고 이날 밝혔다.

17219388228861.jpg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전경. 사진 LG에너지솔루션

시장이 악화하자 업체들은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는 미국 미시간주에 짓고 있던 3공장 건설을 최근 일시 중단했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당분간 전략적으로 필수적인 부분에 한해서만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K온도 설비 투자 규모를 점차 줄일 전망이다.

미국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마련한 국내 배터리 업계는 미 대통령 선거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IRA 폐지’ 입장은 악재가 될 수 있다. 산업연구원은 “트럼프 재집권 시 행정명령을 통해 IRA 지원 규모를 축소할 가능성이 크고, 한국 기업의 미국 내 투자도 전면적인 재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721938823023.jpg

LG에너지솔루션의 글로벌 채용 행사인 BTC에 참석한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가운데). 사진 LG에너지솔루션

반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미국의 견제에도 훨훨 날고 있는 CATL·BYD(비야디) 등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2분기에도 호실적을 낼 전망이다. CATL은 올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한 105억 위안(약 2조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한수진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국 내 전기차 시장 상황이 양호한 편이고, CATL은 유럽에서도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어 2분기 실적도 1분기와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CATL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2019년 0.6%에서 지난해 35.1%까지 상승했다.

CATL은 중국의 풍부한 광물 자원을 기반으로 수직 계열화를 이뤄 가격 경쟁력이 압도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내수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저가 전기차 판매를 위해 중국의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많이 찾게 된 점도 CATL 호실적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CATL은 올 1~5월 비중국 시장 배터리 점유율에서 26.9%로 1위를 차지해 2위 LG에너지솔루션(25.6%)을 꺾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이 주도한 LFP 비중이 커지면서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업체들도 LFP 생산 설비를 확대하는 중이다.

국내 업체들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 첨단 기술 개발과 품질 경쟁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원빈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배터리 업계에서 중국과 우리가 가격으론 경쟁하기 어렵다보니 국내 업체들의 글로벌 점유율이 축소되고 있다”며 “차세대 기술 개발에 집중해 성능과 품질 면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등의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화재 위험이 낮고 에너지 밀도가 높아 개발시 리튬 이온 기반 배터리를 대체할 가능성이 큰데, 시장 선점 효과를 위해 조기 개발·출시 경쟁이 치열하다.

관련기사

  • 반도체∙AI∙OLED 전방위 역습…中 첨단기술 연구, 美 제쳤다 [차이나테크의 역습]

  • 한국産 90%던 폴더블 OLED, 이제는 중국産이 53% [차이나테크의 역습]

  • 차값 깎아주다 이익 33% 깎였다…테슬라 2분기 어닝 쇼크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29,808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