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실. 뉴스1

지난해 동기 교사와 결혼한 4년차 초등교사 김모(28)씨는 둘이 합쳐 한 달에 500만 원 정도를 번다. 그는 “외식을 일주일에 한 번으로 자제하고 신용카드도 안 만들면서 돈을 아끼고 있다”면서도 “생활비와 보험료 등을 빼고 나면 늘 빠듯하게 저축한다”고 말했다.

김 씨의 급여 명세서를 살펴보니 실수령액에 ‘251만 7000원’이 찍혀 있었다. 기본급(12호봉) 238만 4200원에 교직 수당과 담임 수당 등이 더해진 금액이다. 김 씨는 “(교사 월급이) 일하는 것에 비해 적다고 느낀다”며 “방학이라도 없으면 나를 포함해 교사 중 최소 30%는 바로 그만둘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세종시 한 초등학교 입구에 '수업권과 학습권을 지켜 주세요'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뉴스1

인사혁신서 산하 공무원보수위원회(공보위)가 내년도 교사 등 6급 이하 공무원 보수를 3.3% 인상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교사들은 “턱없이 부족한 인상 폭”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6일 교육계에 따르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2021년부터 누적된 공무원 보수의 실질 인상률은 -7.2%로 사실상 삭감”이라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경남지부 청년위원회는 “1년차 신규교사의 월급 219만 3500원을 최저임금 기준으로 나누면 2024년 최저시급(9869원)보다 약 754원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18일 전북 전주시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에서 열린 서이초 1주기 추모제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교사들은 박봉이 교직 기피의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대학생·구직자 653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이들의 신입 희망 초봉은 4136만원이었다. 입사시 가장 중요하게 선택하는 기준으로는 ‘만족스러운 급여 및 보상제도’(36.1%)를 가장 많이 꼽았다. 한 초등교사는 “10년을 일해야 월급에서 앞자리 3을 볼까 말까”라며 “대입과 임용고사를 통과하고 선택하기에는 직업의 매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교대 합격선이 낮아진 것이 그 방증”이라고 말했다.

12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공개한 신규교사 급여명세서 예시. 교총

교직을 떠나는 젊은 교사들도 늘고 있다. 지난해까지 4년차 초등교사였던 이모(28)씨는 올해 한의대에 입학했다. 그는 “월급이 물가상승률을 못 따라가니까 점점 적어진다고 느꼈다. 20대 교사들이 퇴직할 때쯤이면 공무원 연금이 안정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도 있었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선 ‘전국 50등 엘리트 초등교사가 8년 만에 퇴사한 이유’, ‘MZ교사 1년 만에 관뒀습니다’ 같은 영상이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월급에 대한 불만은 고(高)연차에서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인사혁신처가 4급 이상의 공무원 보수를 동결하는 규정을 발표하면서, 4급 상당인 교장의 임금도 동결됐다. 교장들이 이에 반발하면서 일부는 조기 퇴직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서울 공립 유·초등학교의 명예퇴직 교장은 2021년 20명, 2022년 25명에서 지난해 33명으로 늘었다. 공·사립 중학교와 고교의 교장도 2022년 27명에서 지난해 33명이 명예퇴직했다.

지난달 11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신규교사 발령 100일, 저연차 교사 정책 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총은 교원 보수(기본급)를 최소 10%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성철 교총 대변인은 “그간의 물가상승률과 인상 폭을 고려한 최소한의 기준”이라고 말했다.

수당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교육부가 올해 담임 수당을 월 13만원에서 20만원으로 올렸지만, 이를 한 달 출근 일수(22일)로 계산하면 하루 약 9090원 정도에 불과하다 보니 교사들이 담임 맡기를 기피한다는 얘기다.

한 6년차 초등교사는 “점심과 쉬는 시간에도 학생을 지도해야 하는 등 노동의 가치와 부담은 큰 편인데, 담임 수당을 반 학생 20명으로 나누면 ‘1인당 하루 500원꼴’이라는 자조적인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교직 수당을 포함한 수당 개선안은 현재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