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티메프, 급한 불부터 끈다…카드사서 '소비자 우선환불'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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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티몬·위메프 정산이 지연되고 있는 판매자의 숨통을 틔우기 위해 정책 자금 투입을 검토한다. 카드사를 통해서는 피해 규모가 크거나 환불이 시급한 소비자에 대한 우선 환불에 나선다. 판매자·소비자의 ‘급한 불’은 우선 끄겠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티몬과 위메프에 대해선 자금 조달로 문제를 해결하라는 압박 강도를 높이는 '투 트랙' 전략을 가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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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기반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큐텐 계열사인 위메프와 티몬 정산 지연 사태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25일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 앞에서 환불을 원하는 피해자들이 우산을 쓰고 사측을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판매자 대출, 소비자 환불 방안 찾아

금융감독원은 25일 주요 카드사 최고사업책임자(CCO)를 긴급 소집해 티몬·위메프 사태 대응책을 논의했다. 카드사와 결제대행업체(PG사)는 사태가 발생하자 거래와 환불을 모두 중단했는데 일차적으로 카드사가 환불에 응하고 티몬 등에 추후 정산받도록 해달라는 게 금감원 요구다. 쉽게 말해 카드사가 먼저 소비자에게 보상해주고, 추후 티몬 등에 해당 대금을 청구하는 식이다. 여신금융협회를 통해 취소·환불 절차를 공지할 예정이다. 여행업계에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협조를 구하는 데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나서기로 했다.

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판매자에 대해선 정책 자금을 투입해 대출 통로를 열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소상공인 등 규모가 작은 영세 판매업체는 티몬·위메프로부터 정산을 받지 못할 경우 폐업까지 다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영세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정책 기금에서 대출이 가능한지 알아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판매사 중 대형사는 자체 자금이나 은행권 신용 대출로 해결할 수 있어 굳이 지원이 필요하지 않다”면서 “다만 자체적으로 해결이 어려운 영세한 사업자는 정부 기금 등을 통해서 지원이 가능한지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미정산 대금 1600억원대 추산

공정거래위원회와 금감원은 이날 오후부터 위메프와 티몬에 대한 합동 현장점검과 조사에 착수했다. 대금환불 의무 위반 등 전자상거래법 위반 여부 조사와 함께 판매업자에 대한 미정산 대금과 소비자 환불 취소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 측에서 금융당국에 제출한 미정산 대금은 1600~1700억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유동성 확보 계획을 최대한 빨리 제출하라고도 요구했다. 금감원은 전날엔 티몬 경영진을 직접 만나 자금 조달 방안 마련을 압박하기도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영업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신뢰가 중요한 만큼 미정산 사태를 최대한 문제 없이 해결하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며 “이와 관련해 해결 방안을 계속 찾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본사 나서라” 압박

카드사를 통한 환불이나 판매자에 대한 정책대출 지원은 모두 단기적인 수습일 뿐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티몬·위메프의 유동성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소비자에게 환불하거나 판매업자에게 줘야 하는 돈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와야만 사태 진정이 가능할 것이란 풀이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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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 부원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브리핑룸실에서 티몬·위메프 정산지연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열고 “티몬 측에 책임 있는 자세로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합동 점검반에서 업체 측과 추가적 대화를 통해 사태 해결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과 공정위는 현실적으로 티몬과 위메프 자체적으로 해결이 어려울 수 있는 만큼 싱가포르에 있는 큐텐 본사가 나설 것을 촉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큐텐과도 협의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달 넘는 대금 정산 기간 들여다본다

티몬과 위메프의 유독 긴 대금 정산 기간이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되기도 했다. 쿠팡·이마트 등 대규모유통업자는 관련 법에 따라 40~60일 이내에 판매대금을 정산토록 하지만, 이커머스 업체는 관련 규정이 없다. 티몬은 거래가 발생한 달의 마지막 날을 기준으로 40일 뒤에, 위메프는 익익월 7일에 거래대금을 정산한다. 네이버·G마켓·옥션 등이 거래확정일 기준 1~2일 이내에 판매대금을 정산하는 것과 차이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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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 조사원들이 25일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별관 사무실을 방문해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뉴스1

티몬·위메프가 소비자로부터 받은 돈을 두 달 이상 가지고 있다가 정산을 하다 보니 이 자금을 사업 확장에 활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그러다 정산 대금이 부족해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현장점검을 통해 정산을 해줘야 할 돈을 다른 곳에 썼는지, 어디에 썼는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며 “현재 사태를 촉발한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와 금융당국이 늦장 대응에 나섰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려워졌다. 티몬과 위메프의 환불·정산 지연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건 여행·항공권이 취소된 지난 22일이지만, 실제 대금 정산 지연은 11일부터 시작됐다. 위메프가 491개 판매자에 대해 369억원의 대금 정산을 지연하면서다. 이후 판매자 이탈과 매출 감소로 인한 추가 정산 지연으로 이어지면서 소비자 피해까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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