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野, 다수결로 밀어붙인 방통위법…내용은 다수결 막는 식물화법

본문

17219856188135.jpg

국민의힘 의원들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방통위법 개정안 표결을 앞두고 일방적인 법안 처리에 항의하며 회의장을 퇴장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 개정안(이하 방통위법)이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22대 국회에서 본회의 문턱을 넘은 두 번째 법안이다. 지난 4일 순직해병 특검법과 마찬가지로 방통위법도 야당 의원만의 단독 표결로 본회의를 통과됐다. 정치권에서는 방통위법 역시 ‘대통령 거부권 행사→‘재의결 투표 부결’을 거쳐 최종 폐기될 거란 전망이 유력하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법안 강행에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으로 맞섰으나, 190석이 넘는 야권의 의석수 앞에 무기력했다. 전날(25일) 오후 토론이 시작되자, 민주당은 단 2분 만에 소속 의원 170명 전원의 명의로 ‘무제한 토론 종결 동의의 건’을 제출했다. 그로부터 24시간이 지나자 우원식 국회의장은 토론 종결 여부를 무기명 투표에 부쳤다. 여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186명 전원 찬성으로 토론이 강제 종결됐다. 이어진 방통위법 표결에서도 야당 의원 183명이 전부 찬성표를 던져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17219856189588.jpg

언론노조 MBC본부 집행부 출신인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언론단체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리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장 앞에서 이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이날 통과된 방통위법은 “방통위 회의는 4인 이상 위원의 출석으로 개의한다”는 문구를 추가하는 내용이다. 언론노조 MBC본부 교육문화국장을 지낸 한준호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5인제 합의 기구인 방통위가 윤석열 정부에서 한동안 ‘2인 체제’로 운영됐는데, 이를 법으로 봉쇄하겠다는 취지다. 여권에선 “방통위를 무력화해, 8월 중 임기가 만료되는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의 친야(親野) 성향 이사진 임기를 연장하겠다는 게 법안의 진짜 의도”라고 지적한다.

24시간 동안 진행된 필리버스터 내내 여야는 ‘방통위 2인 체제’의 책임을 상대 당에 미뤘다. 국민의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인 최형두 의원은 “그간 방통위가 2인 체제로 운영된 것은 야당이 (국회 몫 방통위원을) 추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 법을 밀어붙이지 않고도 당장 국회에서 민주당 2인, 여당 1인 등 방통위원 3명을 추천하면 바로 문제가 해소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준호 의원은 “2인 체제가 만들어진 건 임기가 남아 있던 한상혁 전 위원장을 자르고, 민주당이 추천한 최민희 현 과방위원장을 (방통위원에) 임명하기 싫어 버틴 것 때문 아니냐”고 반박했다.

국회에선 연일 다수결을 근거로 법안을 강행 처리하는 민주당이 정작 방통위법에선 다수결을 막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반대 토론에서 “의사 정족수를 5분의 4로 하는 건 다른 위원회에서도 사례가 전무하다”며 “이 법이 시행되면 야당 추천 위원 2명만 불출석해도 회의가 불가능해진다. 민주당이 반대하면 방통위의 심의·의결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방통위 식물화법’”이라고 비판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29,964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