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현(왼쪽)과 박하준. 파리=김성룡 기자

2024 파리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의 첫 번째 메달이 나왔다. 값진 은메달을 일군 주인공은 사격 10m 공기소총 혼성에서 짝을 이룬 박하준(24)과 금지현(24)이다.

2000년생 동갑내기 박하준과 금지현은 27일(현지시간) 프랑스 앵드로주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대회 10m 공기소총 혼성 1·2위 결정전에서 합계 승점 12점으로 16점을 합작한 중국의 벽을 넘지 못하고 은메달을 따냈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1호 메달이다.

당초 한국은 박하준과 반효진(17)을 혼성 파트너로 고려했다. 그러나 샤토루 현지에서 금지현이 최상의 컨디션을 보이면서 박하준의 짝꿍으로 금지현을 택했고, 이 전략이 주효했다.

10ｍ 공기소총 혼성은 본선 1차전에서 남자 선수와 여자 선수가 각각 30분 동안 30발씩 쏜다. 합산 점수가 높은 1위와 2위 팀은 금메달 결정전으로 향하고, 3위와 4위 팀은 동메달 결정전을 치른다.

한국은 앞서 열린 예선에서 1위를 놓고 중국과 엎치락뒤치락 자리다툼을 했다. 경기 초반에는 선두로 치고 나가기도 했지만, 중반 이후 리드를 내준 뒤 좀처럼 1위로 올라가지 못했다. 그러나 카자흐스탄이 넘본 2위 자리는 철저히 지키면서 1·2위 결정전 진출을 확정했다.

금지현(왼쪽)과 박하준이 과녁을 조준하고 있다. 파리=김성룡 기자

이어 금메달이 걸린 마지막 승부는 매치플레이 형식으로 진행됐다. 양팀 남녀 선수가 1발씩 돌아가며 쏴 1차 시기 합계가 높은 팀이 승점 2점을 가져간다. 시기별로 합산 점수가 같으면 승점 1점을 나눠 갖는다. 이러한 방식으로 총 승점 16점을 먼저 획득한 팀이 승리를 확정한다.

한국은 1차 시기에서 먼저 2점을 따냈지만, 금지현이 흔들리면서 3차례 내리 져 2-6으로 끌려갔다. 이후 2점씩 주고받는 공방전이 계속된 가운데 12-14로 뒤진 14차 시기에서 마지막 2점을 내줘 12-16으로 졌다.

한국 사격은 한때 올림픽 효자 종목으로 통했다. 1988 서울올림픽에서 차영철이 50m 소총 복사 남자에서 처음으로 은메달을 따냈고, 4년 뒤 열린 바르셀로나 대회에서 여갑순과 이은철이 10m 공기소총 여자와 50m 소총 복사 남자에서 동반 금메달을 획득해 효자 종목으로서의 포문을 열었다.

이어 강초현이 2000 시드니올림픽에서 10m 공기소청 여자 은메달을 따 ‘초롱이 신드롬’을 일으켰고, 진종오가 2004년 아테네 대회 50m 권총 남자 금메달, 2008년 베이징 대회 50m 권총 남자 금메달과 10m 공기권총 남자 은메달을 연거푸 획득해 ‘사격 황제’로 올라섰다. 진종오는 2012 런던올림픽 10m 공기권총 남자와 50m 권총 남자 2관왕 그리고 2016 리우올림픽 50m 권총 남자까지 제패한 뒤 화려하게 은퇴했지만, 3년 전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선 김민정만이 25m 권총 여자 은메달로 유일하게 입상하면서 한국 사격은 잠시 침체기를 맞았다.

그러나 박하준과 금지현이 이번 대회 첫 번째 경기에서 메달을 신고하며 재기의 신호탄을 쐈다는 평가다. 박하준은 10m 공기소총 남자, 금지현은 10m 공기소총 여자 경기가 남아있어 추가 메달 획득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