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현이 27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CNTS 사격장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사격 10m 공기소총 혼성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딴 뒤 시상대에서 메달을 깨물고 있다. 2024.7.27 샤토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024 파리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의 첫 번째 메달을 따낸한 ‘엄마 사수’ 금지현(24)은 “둘째아를 낳고 다음 올림픽에도 도전하겠다”고 힘차게 말했다.

금지현은 2000년생 동갑내기 박하준과 함께 27일(현지시간) 프랑스 앵드로주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대회 10m 공기소총 혼성 1·2위 결정전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합계 승점 12점으로 16점을 합작한 사격 강국 중국의 벽을 넘지 못했다.

비록 금빛 메달을 가져오지 못했지만, 한국 선수단의 1호 메달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만으로도 값진 성과다.

금메달이 걸린 마지막 승부는 매치플레이 형식으로 진행됐다. 양팀 남녀 선수가 1발씩 돌아가며 쏴 1차 시기 합계가 높은 팀이 승점 2점을 가져간다. 시기별로 합산 점수가 같으면 승점 1점을 나눠 갖는다. 이러한 방식으로 총 승점 16점을 먼저 획득한 팀이 승리를 확정한다. 한국은 1차 시기에서 먼저 2점을 따냈지만, 금지현이 흔들리면서 3차례 내리 져 2-6으로 끌려갔다. 이후 2점씩 주고받는 공방전이 계속된 가운데 12-14로 뒤진 14차 시기에서 마지막 2점을 내줘 12-16으로 졌다.

금메달 결정전이 끝난 뒤 박하준은 곧바로 도핑테스트를 받아야 해서 자리를 비웠다. 짝꿍을 대신해 금지현이 은메달 소감을 먼저 이야기했다.

금지현은 “솔직히 혼성 경기는 동메달을 목표로 잡았다. 그런데 막상 은메달을 따니까 아쉬움이 생겼다”며 멋쩍게 웃었다. 이어 “1·2위 결정전 진출을 확정한 뒤 가족들과 잠시 통화를 했다. 어머니는 벌써 울고 계시더라. 딸은 전화가 귀찮은지 영상통화를 계속 피했다”고 말했다.

박하준이 27일(현지시간) 프랑스 앵드로주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10m 공기소총 혼성 1·2위 결정전에서 은메달을 딴 뒤 오륜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샤토루=고봉준 기자

엄마 사수로서 따낸 메달이라 의미가 남달랐다. 지난해 첫째아이를 임신한 상태에서 파리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는데 지난해 5월 출산한 맏딸의 돌이 막 지난 시점에서 은메달을 획득해 기쁨이 더했다.

출산만큼 힘들다는 육아와 선수 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금지현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비공식적으로 공약 하나를 걸었다. 메달을 딴다면 둘째를 가지겠다는 계획이었다. 금지현은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마음대로 되는 일은 아니지 않은가. 일단 도전은 해보겠다. 둘째를 낳고 다음 올림픽에도 도전하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금지현은 끝으로 “임신을 한 뒤 ‘너는 애국자다’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었다”면서 “선수가 임신을 했다고 하면 편견의 눈으로 바라보는 분들이 있다. 그러나 그런 시선에도 기죽지 말고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해낼 수 있는 후배들이 나왔으면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