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지는 28일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 건물의 모습. 연합뉴스

티몬ㆍ위메프(티메프) 미정산 사태를 계기로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의 판매대금 정산 관행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플랫폼에 입점한 소상공인은 물건이나 서비스를 팔아도 길게는 두 달이 넘어서야 판매대금을 받을 수 있고, 자금이 융통되지 않는 시기를 버티기 위해선 연 6%대 이자의 '선정산 대출' 상품을 써야 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이커머스 플랫폼 입점업체를 대상으로 선정산 대출 상품을 제공하는 곳은 KB국민은행·신한은행·SC제일은행이다. 이들이 지난해 취급한 선정산 대출은 1조2300억원이 넘었다. 올해 상반기 취급액은 7500억원대다.

▶위메프 37~67일 ▶쿠팡 30~60일 ▶무신사 10~40일 ▶SSG 10~40일 ▶G마켓 5~10일 등 주요 플랫폼의 정산주기에 맞춰 대출이 이뤄진다. 평균 대출 기간은 60일 정도. 플랫폼을 통해 판매한 매출채권의 담보력이 크지 않아 대출 금리는 신용대출에 가까운 연 6%대다. 해당 은행의 한 관계자는 “소상공인 등이 플랫폼에 납품하고 일정 기간 이후 돈을 받는데, 이 공백 기간을 선정산 대출 서비스가 메우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미용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이모(46)씨는 “추가 신용대출 받기가 여의치 않아, 높은 이자 부담에도 선정산 대출에 먼저 손이 간다”며 “플랫폼을 떠나려 해도 다른 판로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반대로 플랫폼은 두 달 이상 판매대금 지급을 미루고 이 돈을 정기예금 등에 넣어만 둬도 이자를 챙길 수 있는 비정상적 거래 구조라는 비판이 나온다.

티메프 판매대금 정산이 미뤄지면서 선정산 대출을 받은 입점업체는 원금과 이자 상환에 애를 먹고 있다. KB국민은행에선 지난 25일 티메프 관련 선정산 대출 만기가 도래했고, SC제일은행에서도 선정산 대출 미상환 사례가 나오고 있다. 해당 은행은 이들 대출 건을 연체 처리하지 않고 대출금 기한 연장, 원리금 상환 유예, 이자율 인하 등의 방법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난 26일 금융감독원은 15개 국내은행 부행장을 불러 선정산 대출 업체에 대한 지원을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티메프에서의 소비자 환불은 속도를 내고 있다. 티몬은 28일 오전까지 600건의 주문을 취소하고 환불 절차를 진행했으며 도서문화상품권 선주문 2만4600건을 취소 처리했다고 밝혔다.

결제취소를 중단했던 페이사와 PG사(결제대행업체)도 속속 환불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28일 오전부터 티메프에서 네이버페이로 결제한 금액에 대해 결제 취소ㆍ환불 요청을 받기 시작했다. 카카오페이도 이날 오후부터 결체 취소ㆍ접수 채널 운영에 나섰다. 27일부터 앱과 고객센터 등을 통해 이의제기 신청을 받는토스페이에 이어 토스페이먼츠가 29일 오전 8시부터 이의제기 신청을 받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