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딸 김주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해외에서 김 위원장의 새 약제 확보에 나서고 있는 정황이 국가정보원에 포착됐다. 국정원은 북한이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를 유력 후계자로 내세우며 후계자 수업에도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29일 국회 정보위원회는 비공개 전체회의를 열고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등이 출석한 가운데 국정원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국정원은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에 대해 “몸무게가 140㎏에 달하고 체질량 지수가 40대 중반에 달하는 등 초고도 비만 상태”라며 “30대 초반부터 고혈압과 당뇨 증세를 보였고, 건강 상태를 개선하지 않으면 가족력인 심혈관 계통 질환이 나타날 수 있어 면밀하게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고 정보위 여당 간사인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이 전했다. 야당 간사인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존 약만으로 (질환을) 다스리기 어려운 상황도 일부 있지 않겠느냐는 추정이 있었다”며 “(국정원이) 기존 약제가 아닌 다른 약제를 찾는 동향을 포착했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또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다고 파악했다고 보고 했다. 이 의원은 “김주애의 과거 약 60% 이상 활동이 아버지와 군사 분야 활동에 함께 나서는 것이었다”며 “후계자나 수령에 대해서만 쓰는 ‘향도’(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는 뜻의 북한어)라는 표현을 쓰는 거로 봐서 상당한 정도의 후계자 구도가 어느 정도 굳혀져 가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고 전했다. 다만 김정은의 건강상 변화 때문에 후계자 수업이 빨리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건강 상태와는) 직접 관계가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이 29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가정보원은 또 올해 들어 북한이 총 14회에 걸쳐 48발의 미사일을 발사하고, 우리나라를 향해 오물풍선 3600개를 살포한 것으로 집계했다. 국정원은 북한이 오물풍선의 내용물을 퇴비·폐비닐, 종이, 쓰레기 등으로 바꿔온 데 대해 “우리 대응에 혼선을 주려는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오물풍선을 다중밀집 구역 혹은 주요 보안시설에 집중적으로 투하하거나 위험물질로 가장한 백색 가루를 동봉하는 등 운영 방식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며 “NLL(서해 북방한계선) 인근 긴장 조성, 확성기 타격 등 다른 도발 수단도 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고했다.

이날 국정원은 미국에서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위반 혐의로 기소된 대북 전문가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 사건과 관련한 보고도 했다. 국정원은 “이 사건이 기소된 이후에야 (미국 측에서) 연락,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와 관련 박 의원은 “기소 이전에 미 연방수사국(FBI)으로부터 언질이 있었는데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아 사건이 더 커진 것 아니냐는 야당 의원의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국정원은 “이번 사건으로 한·미 동맹의 훼손은 일절 없고, 안보협력에도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정보위 여야 의원들도 이 같은 의식에 대체로 동의했다. 박 의원은 “기소된 사유도 간첩죄가 아닌 FARA를 위반한 이유이며, 수미 테리가 한반도 전문가로 미국의 건전한 오피니언 리더로 활동한 것은 인정했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K-FARA법’(한국형 외국인대리등록법) 제정 필요성과 함께, 간첩죄에 대해서도 그 대상을 북한 외 다른 국가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한다. 우리 기밀이 새는 것을 막음과 동시에 미국 등 동맹국을 상대로도 보다 동등하게 정보 교류를 하기 위한 취지다. 박 의원은 “이 부분에 대해선 여야가 크게 입장차가 아직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