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빈곤층, 코로나19에 더 취약했다…의료급여 수급자 치명률 5.8배

본문

17223169207494.jpg

지난해 12월 서울의 한 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한 시민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경제적 빈곤층이 코로나19에도 더 취약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의료급여 수급자가 비수급자보다 코로나19 발생률은 낮았지만, 입원율과 사망률·치명률이 크게 높았다.

이혜진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년 1월~2022년 12월 5198만4158명의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해 사회경제적 여건에 따른 코로나19 발생률·입원율·사망률 등의 차이를 분석한 논문을 30일 발표했다.

연구팀이 의료급여(기초생활보장) 대상자와 건강보험 가입자를 비교한 결과, 의료급여 수급자의 코로나19 발생률은 10만명당 3만2737명으로 전체 발생률(10만명당 4만601명)보다 낮았다.

하지만 중증이나 사망에 이를 위험은 전혀 달랐다. 코로나19 환자 중 사망한 사람의 비율인 치명률은 의료급여 수급자가 평균 대비 5.8배 높았다. 전체 치명률은 10만명당 259명이지만, 의료급여 수급자는 10만명당 1521명에 달했다.

코로나19로 입원한 비율도 의료급여 수급자(10만명당 5663명)가 전체 평균(10만명당 2106명)의 2.6배였다. 사망률(전체 사망자 중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비율) 역시 의료급여 수급자는 10만명당 498명으로 평균(10만명당 105명)보다 4.7배 높았다. 이러한 '건강 격차'는 유행 후반기로 갈수록 더 커졌다.

의료급여 수급자 중 감염자는 비교적 적지만, 입원이나 사망한 경우가 많았던 건 증상이 있어도 병원에 가지 않고 참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보험청구 자료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의료 서비스를 받지 않았거나 무증상 감염자인 코로나19 환자는 파악되지 않은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 사회경제적 여건과 코로나19로 인한 입원·사망과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한 추가 분석도 진행했다. 그 결과 입원·사망 위험도는 경제적 수준이 낮은 경우, 장애가 있는 경우, 동반 질환이 많은 경우일수록 높게 나타났다. 또한 남성과 노인, 비수도권 거주자 등에서 이러한 위험도가 높게 나타났지만, 예방접종을 한 경우엔 낮아졌다.

이번 논문은 국제 학술지인 '역학과 건강(Epidemiology&Health)'에 실렸다. 이혜진 교수는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보다 낮은 코로나19 치명률을 유지했지만, 세부적으로는 저소득층·장애인 같은 취약계층이 더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면서 "향후 감염병 유행 시 취약계층이 건강불평등을 겪지 않도록 대응전략과 사회안전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7223169209284.jpg

이혜진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왼쪽), 이진용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오른쪽). 사진 분당서울대병원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30,631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