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5박6일 필리버스터 종료…최장 기록 경신해도 남은 건 막말과 '강행처리→거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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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의 ‘방송 4법’(방송통신위원회설치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강행 처리에서 비롯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정국이 5박 6일 만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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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한교육방송공사법(EBS법) 개정안과 관련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종결 동의를 표결하는 투표가 시작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30일 오전 한국교육방송공사법(이하 ‘EBS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24시간 40분 만에 종료시켰다. 강행처리에 반발한 국민의힘이 본회의장을 빠져나간 뒤 야당 의원 189명의 전원 찬성으로 EBS법은 통과됐다.

방송4법 필리버스터 대치는 25일 민주당이 방송4법 중 방송통신위원회설치법(방통위법)을 본회의에 상정하면서 시작됐다. 방송4법은 공영방송 이사진 정수를 확대해 정부·여당 추천의 영향력을 낮추고, 이사진 임면권이 있는 방통위의 의결 정족수를 확대하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공영방송 독립성 보장을 위한 ‘공정방송 4법’”(박찬대)이라며 법안 처리를 강행했고, 국민의힘은 “공영방송 영구장악을 위한 입법폭주”(추경호)라며 필리버스터 카드를 꺼냈다.

이후 5박 6일간 방송 4법을 놓고 ‘본회의 상정→필리버스터→24시간 뒤 강제 종료→야당 단독 처리’가 반복됐다. 방통위법은 26일, 방송법은 28일, 방문진법은 29일 각각 본회의를 통과했다. 필리버스터 주자로 24명의 여야 의원들이 나섰으며, 표결시간을 제외한 4개 법안 토론에 109시간 34분이 걸렸다. 2016년 민주당의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192시간 25분)에 이은 두 번째 최장 토론이다. EBS법 반대 토론자로 나선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13시간 12분 동안 발언해 역대 최장 기록을 세웠다.

여야의 강대강 대립으로 필리버스터가 이어졌지만, 표결 때를 제외하면 본회의장은 대부분 한산했다. 여당 의원들은 조를 나눠 본회의장을 돌아가며 지켰지만, 야당 의원들은 사무실에서 대기하다 표결 때 본회의장에 가서 찬성표를 던졌다.

법안과 무관한 여야 의원들의 거친 설전도 반복됐다.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필리버스터 중 “윤석열 정부의 방송 장악이 박근혜 정부의 계엄 문건과 비슷하다”는 취지로 발언하자 김희정 국민의힘 의원은 “주제와 관계없는 발언으로 국민의힘 의원을 야유하고 모욕하는 발언만 한다”고 항의했다. 박 의원은 여당 의원석을 향해 “뭐하는 건가. 이자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뒤 마이크를 치우고 “이 XX들이”라고 했다. 이학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이 다 보고 계신다”며 제지했지만, 박 의원은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을 부르며 “옛날에 행정관으로 내 밑에서 일했던 친구”라며 설전을 이어갔다.

김용태 의원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법인카드 사용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을 비판하며 “이 후보자 법인카드 사용 의혹이 잘못됐다면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법인카드 의혹도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전 대표를 비판한 (민주당)의원들 있느냐”며 “이 전 대표에게 공천받고 배지 단 것 아니냐”고 따졌다.

야당이 방송4법을 강행 처리하자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0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방송4법 강행 처리 규탄대회를 열어 “국민의힘은 집권 여당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대통령의 재의요구를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원 후 2달 동안 의석수를 앞세운 야당의 쟁점법안 강행 처리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반복되면서 의원들 사이에서도 “무의미한 정쟁의 도돌이표”라는 자조가 나온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필리버스터에 대해 “면피용”(초선 의원), “매일 패배의 날”(중진 의원)이라는 반발도 나왔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동물, 식물 국회보다 더 최악”이라며 “의미 없는 정쟁으로 국회의 권위만 실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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