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삶의 터전 잃었는데 또 댐이라니"…후보지 주민들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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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구군 방산면 민통선 안에 있는 두타연. [중앙포토]

지역경제 침체, 주민 건강 악화 우려 

“소양강댐 건설 이후 강원도 양구군민들은 수없이 많은 고통을 인내하며 극복해왔는데, 양구에 또 다른 댐을 건설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소양강댐 악몽' 양구 주민 강한 반대 #충남 등 곳곳서 "댐 계획 철회하라"

환경부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후대응댐 후보지 14곳을 발표한 가운데 강원 양구(수입천)가 후보지에 포함되자 양구군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서흥원 양구군수는 “양구군은 1973년 소양강댐 건설로 수인리, 웅진리, 원리 등 상당수의 주민이 이미 삶의 터전을 잃었다”며 “도로가 끊겨 육지 속의 섬으로 전락했고 지역경제 침체, 주민 건강 악화 등 큰 고통을 받아온 만큼 또 다른 댐 건설을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말했다.

양구군이 신규 댐 후보지 발표 직후 반대 입장을 밝힌 건 다양한 이유가 있다. 양구군에 따르면 신규 댐의 총저수용량은 1억t으로 의암댐(8000t)보다 훨씬 큰 규모다. 이 댐 건설 예정지인 방산면은 천연기념물인 열목어와 산양의 최대서식지인 두타연 계곡이 있다. 두타연은 60여년간 민간인 출입 통제 지역으로 생태환경이 그대로 보존돼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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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섭 환경부 장관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후대응댐 후보지(안) 14곳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두타연과 두타사 모두 수몰 

하지만 댐이 건설되면 두타연과 천년 고찰인 두타사가 모두 수몰된다. 이어 고방산 인근에 있는 10만2479㎡(3만1000평)의 농지와 주택, 펜션, 창고 등도 수몰될 위기에 처한다.

방산면 일대는 2001년 댐 후보지로 포함되었다가 주민 반대로 2007년 12월 후보지에서 제외됐던 곳이다. 이에 지난해 10월 양구군 관계자들은 환경부를 방문해 방산면이 신규 댐 후보지로 검토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동시에, 대상에서 제외해 줄 것을 건의했다. 양구군 관계자는 “방문 당시 환경부 관계자로부터 댐 건설을 희망하는 지자체도 있으니 지역 주민이 반대하면 건설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었다”며 “양구군민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양구군에 또 다른 댐을 건설하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충남서도 주민 반대...충남도는 "댐 필요" 입장 

지천댐 건설 예정지로 선정된 충남 청양과 부여군에서도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평생을 살아온 터전이 사라지는 데다 댐 건설에 따른 재산권 침해와 농축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충남도와 청양군, 부여군 등에 따르면 지천댐을 건설로 청양군 장평면 죽림리(15가구)와 지천리(40가구), 부여군 은산면 거전리(44가구)와 용두리(40가구) 등에서 139가구가 물에 잠기게 된다. 이들은 주택과 토지 보상금을 받고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야 한다. 청양에서는 지난 91년과 99년, 2012년 세 차례 댐 건설이 추진됐지만 “고향이 물속에 잠기는 걸 볼 수 없다”는 주민들의 반대에 모두 무산된 바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충남도는 설명회를 통해 지천댐이 식수원이나 공업용수로 사용되지 않고 수자원 관리용으로 건설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환경부는 지천댐을 발전이 가능한 다목적댐으로 발표했다. 지천댐은 담수량이 5900만t으로 인근 보령댐(1억1000만t)의 절반 가량이다. 담수량으로만 보면 예당호와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충남도는 홍수와 물 관리 차원에서 댐 건설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022년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3년 연속으로 수해가 발생한 데다 대청댐과 보령댐만으로는 생활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지난해 말 기준 충남의 물 자급률은 20% 수준에 불과하다. 환경부 발표에 따라 주민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갖고 김태흠 도지사가 직접 현장에서 주민을 만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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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정부, 전국에 14개 기후대응댐 건설 추진 

한편 정부는 극한 호우와 가뭄에 대비하기 위해 14개의 기후대응댐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가 주도로 신규 댐 건설이 추진되는 건 2010년 이후 처음이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최근 극한 호우로 인한 피해가 증가하고, 지난해에는 남부 지방에서 기상관측 이래 가장 긴 227일간의 가뭄이 발생했다”며 “극한 홍수와 가뭄에 대비하기 위해 기후대응댐이 필요한 14곳을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해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 발표한 14곳은 나름대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곳이지만 무조건 추진한다는 건 아니다”라며 “지역 수요와 정책적 필요성 등을 과학적으로 검토한 결과 해당 지역이 최선이라고 발표한 것이다. 앞으로 현장 목소리를 듣는 등 협의해야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댐 건설을 통해 한 번에 80~220㎜의 비가 쏟아져도 방어할 수 있는 홍수 조절 능력과 220만 명이 사용할 수 있는 연간 2.5억t의 물 공급 능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기후대응댐 후보지는 ▶한강권역 4곳 ▶낙동강권역 6곳 ▶금강권역 1곳 ▶영산강ㆍ섬진강권역 3곳 등이다. 한강권역은 강원 양구군 수입천 다목적댐 등 4곳, 낙동강권역은 경북 예천군 용두천홍수조절댐 등 6곳이다. 금강권역은 충남 청양군 지천 다목적댐 1곳, 영산강ㆍ섬진강권역은 전남 화순군 동복천 용수전용댐 등 3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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