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준석, 철들었어" 칭찬 많은데, 당 지지율은 뒷걸음 왜 [who&why]

본문

17223707684118.jpg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방송문화진흥회법(방문진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뉴스1

여당 대표를 지낸 초선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28일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토론자로 국회 본회의에 데뷔했다. 방송 4법 중 방송문화진흥회법 처리 과정이었는데, 그는 종이 한장 쥐지 않고 단상에 올랐다.

2시간 45분간의 즉석연설에서 이 의원은 “방송장악은 독이 든 사과고 복어 같은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동시에 민주당이 강행한 방문진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의 언론 장악을 당장 막을진 몰라도 매번 또 다른 갈등을 낳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회를 대표해 우원식 국회의장이 낸 타협안에 다시 한번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우 의장이 여야에 “사회적 논의 기구를 구성해 공영방송 제도를 도출하자”는 중재안을 냈지만, 여당 거부로 불발된 것을 언급한 것이다.

우 의장은 5박 6일간의 필리버스터가 끝난 30일 본회의에서 중재안 수용을 거듭 촉구하며 “이 의원도 무제한 토론에서 아쉬움을 토로하지 않았나”며 이를 인용했다. 정치권에선 야권의 방송 4법 강행 처리 국면 때 “이 의원 존재감이 돋보였다”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17223707685465.jpg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26일 청문회가 사흘째 ‘빵집 선결제’ 의혹 공방으로 뒤덮이자 이 의원은 “논의가 파편화되면서 무엇을 검증하려는지 국민들이 이해를 못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왜 이렇게 빵 얘기가 많이 나오나 궁금해하실 것 같아서 한번 좀 정리하겠는데 본질은 빵이 아니라, 후보자의 거짓말”(황정아 의원)이라고 잠시 물러섰다.

이 의원은 이 후보자에겐 “역사적으로 ‘유대인이 정·재계를 장악하고 있다’ 등 간단한 세계관으로 문제 해결을 시도하다 보면 과격한 수단이 동원되곤 했다”면서 “‘좌파 언론노조가 문제’라는 이 후보자의 인식은 잘 알겠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론은 갖고 있나”고 질문했다.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번번이 날을 세우던 이 후보자도 “굉장히 중요한 질문”이라며 정성껏 답변해 눈길을 끌었다.

17223707686934.jpg

2022년 당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런 이 의원의 의정 활동에 대해 여당 일각에선 “원내 입성한 뒤 철이 든 것 같다”(재선 의원)는 반응이 나온다. 이 의원은 2022년 친윤계와의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국민의힘 대표직에서 축출된 뒤 박한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달 23일 자신의 지역구(경기 화성을) 인근에서 발생한 ‘성범죄 무고’ 사건에 대해 공개 메시지를 한동안 자제한 점도 눈에 띈다. 경기 화성동탄 경찰서가 죄 없는 20대 남성을 성범죄자로 몰아 강압 수사를 벌였다는 의혹이다. 이 의원은 4일 ‘경찰서 성범죄 기소의견 송치율’ 통계를 언급하며 “(동탄 경찰서가 다른 경찰서와 비교해 성범죄 강압수사를 한다는) 통계적 이질성은 안 보인다”는 메시지를 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경선 때 한동훈·나경원 후보가 사건 발생 직후 “억울한 사람이 생기면 안 된다”고 한 것과 대비됐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대남(20대 남성) 팬덤이 두터운 이 의원이 언급을 참은 게 의외”라는 평가가 나왔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진상 확인이 이뤄지기 전에 성급한 메시지를 내기보다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려 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17223707688263.jpg

개혁신당 이준석-천하람 의원이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국회부의장, 상임위원장 선거 투표에 참석해 밝은 표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변화에 대해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논란거리를 바로 물고 놓지 않던 이준석만의 매력이 반감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개혁신당 지지율도 4월 총선 이후 3~4%대를 맴돌고 있다.

이 의원과 가까운 인사는 “원외 시절의 ‘즉각적인 전투’ 성향이 팬덤을 불러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중도층 민심을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며 “여야 전면전 속에 양측 지지층이 결집해있지만, 이 의원이 무게감 있는 의정활동을 이어가면 제3지대의 공간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30,775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