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단독] 동교동 DJ사저, 카페 되나? 100억에 커피업체 사장에 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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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소재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 일명 '동교동 사저'라 불린다. 김효성 기자

지난 24일 매각된 김대중 전 대통령(DJ) 동교동 사저의 매수자는 커피 프랜차이즈업체 대표로 파악됐다.

동교동 사저(서울 마포구 동교동 178-1번지)의 대법원 부동산 등기를 확인한 결과 박모(51)씨 등 3명은 지난 2일 김홍걸 전 의원과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지난 24일 소유권 이전을 완료했다. 지분은 박씨가 20%, 정모(45) 씨가 60%, 또다른 정모(46) 씨가 20%로 지분을 나눴다. 세 사람의 주소는 경기 성남시 수정구 한 아파트로 명기돼 가족으로 추정된다. 매매대금은 100억원, 등기상 은행 근저당이 96억원 잡힌 것에 미루어볼 때 80억원가량을 대출받아 매입한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대법원 법인 등기를 살펴본 결과 박씨는 전국에 59개 점포를 둔 커피프랜차이즈업체 A사의 대표였다. 또한 전국에 35개 지점을 가진 B바리스타학원의 대표이자, 바리스타 자격증을 주관하는 협회 대표이기도 했다. 동교동 사저 반경 150m 이내에도 A사 카페 1개 점포, 창업지원센터 1개, B바리스타학원 1개가 영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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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이희호 여사의 유족을 위로하기 위해 서울 동교동 사저를 찾아 고인의 영정에 헌화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사저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2016년 경의선이 지하화되면서 동교동에 카페거리가 생겼고 이즈음부터 A사의 카페도 성업했던 것으로 안다”며 “동교동 사저를 매입한 것도 카페 등 상업용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거주용으로 쓰려고 했다면 대출이 그만큼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박씨는 사저를 매입한 직후 리모델링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야권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 계획은 듣지 못했지만 1층 일부엔 기념공간을 만들고, 별도의 차고건물은 증축할 거라고 들었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A사측에 매입 목적, 용도 등을 물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동교동 사저가 상업용으로 쓰일 수 있다는 관측에 일부에선 당혹감도 감지된다. 동교동 사저는 DJ가 1961년 입주한 뒤 미국 망명, 영국 유학, 일산 사저 생활 등을 빼고는 2009년 8월 서거할 때까지 줄곧 지낸 곳이다. 동교동의 한 주민은 “DJ의 사저가 있다는 점이 동네 주민에겐 자랑이었다”며 “방치되는 것보다 개방되는 게 좋겠지만, 역사적 의미가 적은 공간으로 쓰일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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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소재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의 대문에 적힌 명패. '김대중' '이희호'라는 이름이 한자로 새겨져 있다. 김효성 기자

김홍걸 전 의원은 2019년 이희호 여사 서거 후 2021년 소유권을 이전받았다. 형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과 상의없이 매각했다고 한다. 김 전 의원은 “거액의 상속세 문제로 세무서 독촉을 받아 어쩔 수 없이 작년에 매각을 결정했다”며 “사저에 DJ 기념관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목포와 수도권 한 곳에 유품 전시장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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