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베네수엘라 부정선거 항의 시위로 11명 사망…러 "결과 받아들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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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군경이 시위대원을 체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대선 개표 부정 의혹에 항의하는 베네수엘라의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10여명이 사망했다. 격화하는 시위에 미국 등 서방은 3연임 성공을 선언한 니콜라스 마두로(62)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외신들은 미국 등이 마두로 대통령을 제재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고 지적했다.

베네수엘라 인권단체 포로 페날은 3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대선 항의 시위로 이날 오후 4시까지 15살과 16살 아이를 포함해 현재 1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시위대와 정부 측 군과 경찰이 충돌하면서 사상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번 시위를 ‘야당이 획책한 쿠데타’라 규정하고, 야당 정치인 등 시위자 700여명을 구금했다고 밝혔다. 타레크 윌리암 사브 검찰총장은 “경우에 따라선 테러 혐의 적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살필 것”이라고 했다.

레미히오 세바요 내무·법무부장관은 “차베스 동상 파괴 등 국가 분열을 획책하기 위한 직접적인 공격을 차단하고 범법자를 찾아내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베네수엘라 시민들은 남미 좌파 포퓰리즘의 우상인 차베스 동상을 쓰러뜨리며 부정선거에 분노를 표출했다.

앞서 29일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29일 마두로 대통령이 야당 후보인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75)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공표했다.

그러나 최종 개표 결과는 여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야당은 자체 집계를 통해 우루티아 후보의 당선을 선언했다. 베네수엘라 현지 TV가 공개한 후보별 득표율을 집계하면 출마자들의 총 득표율이 109.2%에 달하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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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가 마두로 대통령측 선거물을 불태우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투표소 단위로 완전하고 투명하며 상세한 투표 데이터를 즉각 공개해야 한다”고 입장을 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은 마두로를 쫓아낼 만한 수단이 없다”며 미국의 딜레마를 지적했다.

세계 1위의 원유 보유국인 베네수엘라의 석유 수출을 금지하는 제재를 강력하게 단행할 경우 미국 대선 기간 중 유가가 인상할 수 있고, 그렇다고 아무 조치를 하지 않으면 베네수엘라 난민 증가로 미국 남부 국경에 위기가 닥칠 수 있어서다. 러시아와 중국이 마두로 대통령의 당선을 지지하고 있는 점도 한 부담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미국 행정부의 한 고위 관료 역시 파이낸셜타임스(FT)에 “(미국 석유 기업들이 베네수엘라 석유와 관련해 받은) 허가를 (제재를 위해) 소급해 변경하는 방안은 현재로써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러시아는 "야당은 대선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친러시아 성향인 마두로 정권을 두둔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는 (베네수엘라) 야당이 패배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고 이해한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해야 하며 이번 선거의 승자를 축하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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