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하마스 1인자, 이란 대통령 취임식날 테헤란서 피살…중동 정세 격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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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수장 이스마일 하니예(가운데)가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오른쪽),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 단체 지도자 지아드 나칼레와 만나 대화하고 있다. 벽에 이란 혁명의 창시자 고(故)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초상화가 벽에 걸려 있다. AP=연합뉴스

중동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이스라엘과 휴전 협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고 정치 지도자가 이란 대통령의 취임식날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암살됐다. 앞서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에선 헤즈볼라의 최고위 지휘관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사망했다. 몇 시간 만에 중동의 시아파 맹주 이란이 지원하는 두 무장정파의 주요 인사가 연달아 숨졌다.

이에 따라 일부 진척을 보였던 팔레스타인 전쟁 휴전 논의가 다시 위기를 맞고,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충돌이 본격화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아울러 지난 4월 이스라엘과 제한적인 본토 공습을 주고받은 뒤 충돌을 자제했던 이란의 대응 양상에 따라 중동 전체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도 이어졌다.

하마스는 31일(현지시간) 하마스 정치국 최고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살해됐다고 발표했다. 이란혁명수비대(IRGC)도 성명을 내고 하니예가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후 그의 거주지를 표적으로 한 이스라엘의 급습을 받아 경호원과 함께 살해됐다고 밝혔다. 하마스와 이란의 발표대로 이스라엘 측 소행이 맞다면 이스라엘의 이란 본토 직접 공격은 지난 4월 19일 이후 102일 만이다.

하니예는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30일 이란을 방문했다. 이란 수도 테헤란엔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란의 후원을 받는 하마스,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등 각종 무장 정파의 고위 관계자들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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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이란 테헤란 의회에서 열린 마수드 페제쉬키안 이란 신임 대통령의 취임식에 하마스 최고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마스, 보복 가능성 시사…이스라엘은 논평 거부

하마스 측은 보복을 다짐했다. 하마스가 운영하는 알아크사TV에 따르면, 하마스 고위관계자 무사 아부 마르주크는 하니예 암살은 “처벌받지 않을 수 없는 비겁한 행위”라며 “(그의 죽음은)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니예 사망과 관련해 즉각 논평은 거부했다. 이스라엘은 앞서 골란고원 축구장 폭격에 대한 보복으로 같은 날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 남부를 공습해 헤즈볼라 최고위 지휘관인 슈크르를 제거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AP통신은 “이스라엘은 모사드 정보 기관의 암살 작전에 대해선 공식 입장을 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긴급회의를 소집해 관저에서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 하마스 암살에 대응하는 이란의 전략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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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교외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파괴된 건물. 신화=연합뉴스

하니예는 올해 62세로 1980년대 1차 인티파타(민중봉기) 당시 하마스에 합류했다. 하마스 창립자인 아흐메드 야신의 개인비서 노릇을 하며 세력을 키웠고, 2004년 야신 창립자가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고 숨진 뒤 복수를 맹세했다. 2005년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의 통치권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넘기자 이에 반발해 이스라엘과 전면 투쟁을 선언했다.

이후 2006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하마스의 대승을 이끌며 총리직에 올랐지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의 갈등으로 해임됐다. 이후 하마스가 일방적으로 가자지구 통치를 시작하면서 가자지구 지도자를 맡았다. 2017년 2월 야히야 신와르에게 지도자 자리를 넘겨준 뒤 같은 해 5월에 정치국장으로 선출돼 카타르에서 생활해왔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이 발발한 후에는 이집트·카타르·미국이 중재한 이스라엘과의 휴전협상에 참여해왔다.

“헤즈볼라 등 통해 이란 반격 커질 수도”

이스라엘과 이란은 오랫동안 자국 개입 사실을 숨긴 채 상대방의 요인이나 시설을 공격하는 ‘그림자 전쟁’도 벌여 왔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자국 내에서 암살 작전을 진행했다고 믿고 있다. 2021년 이란의 핵 과학자 모흐센 파크리자데이 원격 조종 무기로 살해된 사건, 2022년 5월 테헤란에서 이란 혁명 수비대 사령관 사야드 코다이 대령을 겨냥한 총격 사건이 대표적이다.

NYT는 “하니예가 죽기 불과 몇 시간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등 최고지도자들을 긴밀히 접촉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안전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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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공습의 표적이 된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교외에 붙어 있는 포스터.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가운데)와 이마드 무그니예(왼쪽), 그리고 이란의 카셈 솔레이마니(오른쪽)의 모습. AFP=연합뉴스

이란의 후원을 받는 두 무장정파 요인의 잇따른 사망에 중동 정세는 요동칠 전망이다. 하마스 측 분석가인 이브라힘 마훈은 NYT에 “이스마일 하니예의 살해는 하마스에게 큰 타격이지만 하마스는 이전에도 하마스 지도자들인 아흐메드 야신과 압델 아지즈 란티시의 죽음을 겪은 바 있다”며 “하마스 정치 지도자의 살해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전쟁에 한계선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성일광 고려대 중동이슬람센터연구위원은 “하마스는 차기 후계자를 세울 테지만 이미 궤멸 상태라 이스라엘에 대한 대대적인 반격은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오히려 헤즈볼라에서 반격하면 이란도 끌려갈 수 있어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조지타운대 중동학 교수인 나데르 하셰미는 하니예의 죽음으로 "이 지역(중동)은 그 어느 때보다 전면전에 가까워졌다"고 BBC에 전했다. 그는 "이것은 중요한 발전"이라며 "레바논의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하니예의 죽음 전까지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의 공격에도 역내 긴장을 더 이상 고조시키지 않을 것이란 가정이 일반적이었지만, 이번 사건이 그 계산을 뒤집었다는 것이다. 하셰미 교수는 "이제 이란은 이 갈등을 확대할 모든 명분을 쥐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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