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발목 덮는 러프가 문제랴…안병훈-김주형 “다른 나라 국가는 못 듣죠!”[올림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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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의 르골프 내셔널 골프장에서 만난 안병훈(왼쪽)과 김주형. 파리=고봉준 기자

프랑스 수도 파리에서 차로 40여분을 달려 도착한 르골프 내셔널 골프장(파71·7174야드)은 ‘찜통’ 그 자체였다. 성난 뙤약볕이 종일 필드를 달궜고, 아무런 움직임 없이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굵은 땀방울이 주르륵 흘렀다.

체감온도 38도를 넘나드는 무더위에도 안병훈(33)과 김주형(22)은 꿈쩍없이 연습 그린을 지켰다. 지칠 법도 하지만, 연신 퍼터를 휘저으며 손 감각을 익혔다. 한국시간으로 1일 개막하는 2024 파리올림픽 골프 남자 경기를 앞두고 안병훈과 김주형을 30일 만났다. 치열한 태극마크 경쟁을 뚫고 국가대표로 의기투합한 코리안 브라더스는 “시상대에서 다른 나라 국가를 들을 수는 없다.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둘 모두에게 의미가 큰 태극마크다. 안병훈은 골프가 112년 만에 정식종목으로 돌아온 2016 리우올림픽에서 왕정훈(28)과 함께 나섰다. 당시 성적은 공동 11위.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2020 도쿄올림픽 출전을 벼렸지만, 남자골프 세계랭킹에서 밀려 국가대표가 되지 못했다. 파리올림픽은 지난 8년간 쌓아온 의욕을 분출할 기회다.

대를 이은 올림피언으로서의 각오도 남다르다. 안병훈의 부모님은 1988 서울올림픽에서 탁구로 ‘한중 커플’ 연을 맺었던 안재형(59)과 자오즈민(55). 둘은 이듬해 결혼했고, 2년 뒤 안병훈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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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파리올림픽 골프 국가대표 안병훈이 30일(현지시간) 프랑스 생캉탱앙이블린 골프 나시오날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024.07.30.

현장에서 올림픽 선배들의 응원을 받을 안병훈은 “부모님이 서울올림픽에서 따셨던 메달(은 1·동 2)은 구경하기가 어렵다. 금고 같은 곳에서 철저히 봉인된 상태”라면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갖고 있지 않은 금메달을 꼭 가져오고 싶다. 나는 부모님과 달리 크게 걸어놓겠다”고 웃었다.

김주형은 이번이 생애 첫 번째 태극마크다. 어린 시절부터 해외에서 생활해 국가대표가 될 기회가 많지 않았다. 흰색 상의 왼팔의 태극기를 자랑스럽게 쳐다보던 김주형은 “나라를 대표한다는 것이 이렇게 영광스러운 일인지 처음 알았다. 잘하고 싶은 욕심이 크지만, 들뜬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어릴 때부터 친한 (안)병훈이 형과 함께해 더 설렌다.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이다. 시상대에서 다른 나라 국가를 들을 수는 없다. 반드시 애국가를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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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의 르골프 내셔널 골프장에서 연습을 하고 있는 로리 매킬로이(가운데). 파리=고봉준 기자

안병훈과 김주형은 한국 남자골프를 대표하는 정상급 선수다. 올 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도 각각 준우승 1회, 톱10 5회와 준우승 1회, 톱10 2회로 선전했다. 장타가 무기인 안병훈은 올해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가 314.야드(4위)나 되고, 안정된 티샷의 김주형은 페어웨이 적중률이 65.66%(25위)로 높다. 현재 남자골프 세계랭킹은 안병훈이 32위, 김주형이 20위다.

이들 외에도 이번 파리올림픽에는 로리 매킬로이(35·북아일랜드)와 스코티 셰플러(28), 잰더 쇼플레(31·이상 미국), 존 람(30·스페인) 등 최고의 기량을 갖춘 선수 60명이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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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 코치가 30일(한국시간) 르골프 내셔널에서 지도를 펼치며 코스를 설명하고 있다. 파리=고봉준 기자

1라운드 경기는 1일부터 열린다. 장소는 르골프 내셔널. 프랑스골프협회가 1990년 설립한 골프장으로 넓은 평원 지형이라 산비탈은 많지 않다. 대신 이번 대회를 위해 러프를 잔뜩 길러나 선수들을 괴롭힐 작정이다. 이들을 곁에서 돕는 김형태(47) 코치는 “코스 자체는 우리나라의 잭니클라우스 골프장과 비슷한데 러프가 워낙 길다. 딱 선수들이 어려워하는 한 뼘 조금 더 되는 길이다. 여기에서 어떻게 빠져나오느냐가 타수로 직결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프랑스 오픈을 통해 이 코스를 먼저 경험한 김주형은 “1년 전에는 비가 많이 와서 코스 자체가 소프트했다. 그러나 지금은 햇빛을 많이 받아서인지 단단해진 느낌이다. 문제는 스코어를 내려면 역결의 러프를 잘 피해야 한다. 또, 마지막 16~18번 홀에서 어떻게 페널티 구역을 피해가느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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