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아이랑GO] 서울 한복판에 백로가?…청계천서 생태계 공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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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심심해~”를 외치며 꽁무니를 따라다닌다고요? 일기쓰기 숙제하는데 ‘마트에 다녀왔다’만 쓴다고요? 무한고민하는 대한민국 부모님들을 위해 ‘소년중앙’이 준비했습니다. 이번 주말 아이랑 뭘 할까, 고민은 ‘아이랑GO’에 맡겨주세요. 이번에는 서울 한복판 청계천에서 자연 생태계를 살필 수 있는 전시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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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중류인 두물다리 근처에서 청계천을 둘러본 소중 학생기자단.

도심 속 우리와 공존하는 동식물 이야기

고층빌딩이 즐비한 서울 한복판, 각종 민물고기와 날갯짓을 하는 백로를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청계천이다. 청계천과 그 생태계에 대해 알아보려면 서울시 성동구 마장동에 있는 청계천박물관을 찾아가보자. 현재 전시 중인 ‘우리를 지켜주세요’를 통해 복원된 청계천에서 살아가는 동식물의 이야기와 멸종위기에 처한 전 세계 식물의 현황을 알아볼 수 있다.

2024년 우리가 보는 청계천은 청계광장부터 중랑천 합류부까지 총 길이 8.12km의 도시 하천이다. 이는 2003~2005년 진행한 복원 공사를 통해 조성된 모습이다. 청계천이란 이름은 1914년 실시된 하천조사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조선시대에는 수도 한양의 한복판을 동서로 가로지르며 흐르는 모래 하천이었다. 물을 많이 머금지 못하는 모래 하천의 특성상 수시로 범람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그런데 근대화 과정에서 인구와 산업시설이 증가하고, 1950년대 말 한국전쟁 이후 서울로 몰려든 사람들이 청계천 주변에 판잣집을 짓고 살기 시작하면서 청계천은 생활하수와 산업폐수로 오염돼 도시민의 건강을 위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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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 학생기자단이 청계천박물관 상설전시실에서 김민정(오른쪽) 연구원과 함께 청계천의 역사를 살펴봤다

하천에 덮개 구조물을 씌워 겉으로 보이지 않도록 하는 일을 복개(覆蓋)라 한다. 청계천이 도시 발전의 걸림돌이라고 판단한 정부는 1958~1977년 청계천 전 구간을 복개하는 공사를 한다. 이 공사를 통해 청계천은 청계로가 됐고, 청계로 위에는 청계고가도로가 놓였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청계고가도로가 노후화하고, 고속성장과 개발이 아닌 생태환경과 역사문화유산 조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청계천 복원사업이 결정됐다. 상류와 중류에 해당하는 청계광장부터 성동구 마장동 신답철교까지 5.84km 구간이 2003년부터 2년 3개월 동안 공사를 거쳐 복원된 하천이다. 약 600여 년에 이르는 청계천에 대한 이야기는 청계천박물관 상설전시실에서 더 상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

청계천은 서울시설공단의 청계천관리처에서 ‘청계천종합상황실’을 운영하면서 관리한다. 청계천은 본래 비가 내리지 않으면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이기 때문에, 항상 물이 흐르는 하천으로 만들려면 매일 정수한 한강물 4만 톤과 지하철역 및 한전에서 발생한 유출 지하수 2만 톤을 공급해 생태환경을 유지해야 한다. 덕분에 매년 청계천을 위해 총 100억원 정도를 사용할 만큼 유지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지만, 도심에서 보기 힘든 깨끗한 물이 흐른다는 장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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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우리를 지켜주세요’에서 청계천의 생태계와 전 세계 멸종 위기 식물의 현황을 알아본 소중 학생기자단.

덕분에 1년 내내 맑은 물이 평균 수심 40cm를 유지하며 흐르는 청계천엔 다양한 생물이 산다. 2022년 서울연구원이 실시한 ‘한강 생태계 조사연구’에 의하면 청계천에는 식물 492종, 어류 21종, 조류 41종 등이 산다. 2003년 복원 전 서식 생물 종 수가 식물 121종, 어류 7종, 조류 9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생태계 구성원이 훨씬 다양해졌다.

청계천은 구간별로 자주 보이는 생물의 종류가 다르다. 식물은 전 구간 고르게 분포하는 편인데 물고기와 조류 등은 구간별로 차이가 있다. 정수된 물이 방류되는 청계천 상류(청계광장~청계4가)에는 맑은 물에서만 사는 버들치·참갈겨니와 백로·쇠백로 등이 살고, 중랑천과 만나는 하류엔 왜가리·청둥오리·잉어·붕어 등 훨씬 다양한 생물이 산다.

청계천 하류의 ‘철새보호구역’에서는 논병아리·고방오리·흰죽지·백할미새 등 도시에서 보기 힘든 철새도 볼 수 있다. 청계천의 철새보호구역이 청계천 상류와 한강, 서울숲까지 이동하는 새들이 잠시 쉬어가고 먹이를 먹을 수 있는 쉼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 수달·새호리기·삼백초·제비붓꽃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 원앙·황조롱이 등 천연기념물, 청개구리·해오라기·중백로·광대나물 등 기후변화지표종도 청계천이나 천변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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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에 살고 있는 버들치(위 사진)와 잉어. 청계천은 구간별로 많이 보이는 어종이 다르다. ⓒ서울시설공단

장이안·이시온 소중 학생기자는 이렇게 도심에도 다양한 동식물이 있어야 하는 이유를 궁금해했다. 인간을 포함한 각종 동식물이 살아가는 세계를 생태계라 하는데, 생태계의 안정성을 유지하려면 다양한 생물이 상호작용해야 한다. 대표적인 예가 생태계에서 먹이를 중심으로 이어진 생물 간의 관계인 먹이사슬이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인간이 주도하는 개발이 이뤄지고, 대기 및 수질오염과 기후변화로 인해 다양한 생물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있다. 세계 각국은 특정 지역에 살고 있는 생물의 다양한 정도를 의미하는 생물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해 유엔생물다양성협약을 체결했지만 여전히 생물다양성은 세계 곳곳에서 위협받고 있다.

흔히 ‘멸종 위기 생물’ 하면 동물을 먼저 떠올리곤 하지만, 여러 생물의 서식지이자 먹이 역할을 하는 식물도 위험한 상황이다. 영국 왕립식물원의 ‘2020 세계 식물 및 균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는 약 40만 종의 식물이 있는데, 이들 중 약 600종은 이미 멸종됐다. 또한 멸종위기에 처한 식물은 약 40%에 달한다. 식물이 생존에 위협을 받는 이유는 농사로 인한 서식지 파괴(32.8%), 식량·의약품·화장품 등 생물자원 활용(21.1%), 기후 변화와 환경오염(18.3%) 등이 주된 이유였다. 즉, 인간이 일으킨 변화 때문에 식물이 고통받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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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에서 볼 수 있는 뱀딸기·붉은토끼풀(위 사진부터). 청계천에는 492종의 식물이 산다. ⓒ서울시설공단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전 세계 생물종의 멸종 위험도를 평가해 9개 등급으로 분류한다. 멸종위기 범주에 포함되는 관심대상·위기등급에 해당하는 식물을 ‘우리를 지켜주세요’ 전시에서 살펴볼 수 있다. 미국·멕시코에 서식하는 변경주 선인장, 푸딩·아이스크림·소스·사탕을 만들 때 사용하는 바닐라, 한국 고유종으로 크리스마스트리로도 사용하는 구상나무 등 친숙한 식물들이 멸종위기종이다.

이는 청계천이 복원 당시 ‘자연이 있는 도시하천’을 기본 방향으로 잡고 청계천 양안에 여울·소와 모래톱을 조성하고, 다양한 꽃과 나무를 심어 약 8만 평의 녹지를 조성한 이유이기도 하다. 다양한 종류의 식물이 살면 곤충·어류·포유류·조류 등 여러 생물이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이 되기 때문. 덕분에 청계천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삼백초·제비붓꽃과 기후변화지표종인 광대나물 등 약 492종의 식물이 살고 있다.

생태계를 조성한 뒤에는 잘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도 중요하다. 청계천이 조성된 지 20여 년이 지나다 보니 환상덩굴·돼지풀 등 생태계 교란 식물도 자라고 있다. 이런 식물은 위해종이기 때문에 서울시설공단의 청계천관리처에서 뿌리째 뽑아 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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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에 사는 왜가리. 청계천에는 41종의 조류가 산다. ⓒ서울시설공단

청계천의 역사부터 생태계, 전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인 식물들의 이야기까지. 전시에서 생물 다양성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여러 이야기를 살펴본 소중 학생기자단은 밖으로 나가 청계천을 살펴보기로 했다. 청계천박물관은 청계천 중류에 해당하는 두물다리 앞에 있다. 다리 아래 산책로로 내려가자 계란을 연상시키는 개망초꽃, 잎 표면에 흰 무늬가 있는 붉은토끼풀 등 6~7월에 볼 수 있는 여러 식물이 눈에 들어왔다. 개천에는 몰개·쉬리·버들치·피라미·밀어·민물검정망둑 등의 물고기가 살고 있었다. 또 개울을 건널 수 있도록 조성된 돌다리 주변에는 새끼 백로가 날갯짓하며 먹이를 찾고 있었다.

서울관광재단이 2023년 발표한 내국인 대상 ‘서울 생태관광지 인식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방문한 서울의 생태관광지는?’이라는 질문에 15.4%의 응답자가 청계천을 꼽았다. 한강(25.3%) 다음으로 높은 순위다. 492종의 식물, 21종의 어류, 41종의 조류가 살아가는 청계천의 생태계는 인구 939만의 대도시 서울이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지구는 인간만 사용하는 곳이 아닌 만큼, 최대한 다양한 생물과 함께 공존해야 인간도 그 생태계 안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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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안(왼쪽)·이시온 학생기자가 청계천의 생태계를 살펴보기 위해 청계천 중류에 있는 두물다리 아래 구역을 찾아갔다.

'우리를 지켜주세요'

기간: 2024년 9월 8일(일)까지

장소: 서울 성동구 청계천로 530 청계천박물관 기획전시실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입장마감 오후 5시 30분, 월요일 휴관)
관람요금: 무료

아이랑GO를 배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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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 뭘 할까 고민은 아이랑GO에 맡겨주세요. 아이와 가볼 만한 곳, 집에서 해볼 만한 것, 마음밭을 키워주는 읽어볼 만한 좋은 책까지 ‘소년중앙’이 전해드립니다. 아이랑GO를 구독하시면 아이를 위한, 아이와 함께 즐길 거리를 풍성하게 받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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