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가속페달만 최대 99% 밟았다"…시청역 참사 한 달 만에 결론

본문

17224824587364.jpg

류재혁 남대문경찰서장이 1일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시청역 역주행 교통사고 종합 수사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뉴스1

‘시청역 역주행’ 사고 원인이 운전자의 ‘운전조작 미숙’ 때문이라는 경찰 조사 결과가 1일 발표됐다. 지난달 1일 참사 발생 뒤 한 달만에 나온 결론이다.

서울 남대문경찰서(서장 류재혁)는 이날 오전 10시 최종 수사결과 브리핑에서 “국과수의 사고 차량 감정 결과 가속장치 및 제동장치에서 기계적 결함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EDR 기록분석에 따르면 제동 페달은 사고 발생 5.0초전부터 사고 발생시(0.0초)까지 작동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동안 사고 차량 운전자인 차모(68)씨가 주장해 온 ‘차량 급발진’을 반박하는 수사 결과를 내놓은 셈이다. 남대문서는 또 “CCTV 영상과 목격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서도 충돌 직후 잠시 보조 제동 등이 점멸하는 것 이외에 주행 중에는 제동 등이 점등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아울러 가속페달의 변위량은 최대 99%에서 0%까지로 ‘피의자가 밟았다 뗐다’를 반복한 것으로 기록되었고, 사고 당시 피의자가 신었던 오른쪽 신발 바닥에서 확인된 정형 문양이 가속페달과 상호 일치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차씨는 그동안 “주차장 출구 약 7~8미터 전에 이르러 ‘우두두’하는 소리와 함께 브레이크가 딱딱해져 밟히지 않았다”며 차량 결함으로 인한 사고라는 주장으로 일관해왔다.

남대문서는 “국과수 감정 결과 등을 검토 한 바 피의자의 주장과는 달리 운전조작 미숙으로 확인된다”며 “1일 오전 피의자를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업무상과실치사상)교특법제3조제1항, 형법제268조 위반 혐의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앞서 차씨는 같은 혐의로 30일 구속됐다.

1722482458874.jpg

'시청역 역주행 참사' 가해 차량 운전자 차 모씨가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차 씨는 지난 1일 오후 9시 27분쯤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호텔에서 차량을 몰고 나와 역주행하고, 안전 펜스와 보행자들을 덮친 후 차량 2대를 차례로 추돌했다.이 사고로 시청 직원 2명과 은행 직원 4명, 병원 용역업체 직원 3명 등 총 9명이 숨졌다. 뉴스1

지난달 1일 오후 9시 26분, 차씨가 몰던 G80 차량이 서울 시청역 인근 조선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나온 뒤 좌회전해 세종대로 방향 일방통행 4차로 도로를 250m가량을 역주행했다. 이 과정에서 급가속하며 마주 오는 차량과 인도의 행인을 잇달아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9명이 사망하고 7명이 다쳤다.

경찰 브리핑에 따르면 차량이 보행로 방호 울타리를 들이받던 시점에 차량 최고 시속은 107km를 기록했다. 차씨는 인도를 들이받을 당시 상황에 대해 ”인도 위에 사람은 보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17224824590249.jpg

지난달 31일 오후 6시에 방문한 시청역 역주행 교통사고 현장에는 차량용 방호 울타리가 새로 설치 돼 있었다. 서울치와 서울경찰청, 도로교통공단 등 유관기관은 지난달 4일부터 사고 관련 대책을 강구 중이다. 신혜연 기자.

사건 발생 한 달을 앞둔 지난달 31일 오후 6시, 사고 발생 지점인 서울 시청역 인근은 퇴근을 앞둔 시민들로 북적였다. 사고 현장에 있던 추모 공간은 사라지고, 평소처럼 생활 쓰레기만 분리배출 돼 있었다. 사고 당시 훼손됐던 방호 울타리는 차량용 방호 울타리로 교채 돼 있었다.

17224824591642.jpg

지난달 31일 오후 6시에 방문한 시청역 역주행 교통사고 현장 인근. 평소 역주행이 자주 발생하던 골목길에 통행 금지 표시가 돼 있다. 서울치와 서울경찰청, 도로교통공단 등 유관기관은 지난달 4일부터 사고 관련 대책을 강구 중이다. 신혜연 기자.

길을 걷던 시민들은 새로 만들어진 방호 울타리를 바라보며 “이걸로 차를 막을 수 있겠냐”는 반응을 보였다. 새로 생긴 울타리를 이리저리 둘러보기도 했다. 경찰 브리핑에서 차씨는 ‘인도 쪽으로 왜 핸들을 돌렸느냐’는 질문에 “속도가 줄어들 거란 생각에 보행자용 울타리를 충격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17224824593038.jpg

지난달 31일 오후 6시에 방문한 시청역 역주행 교통 사고 현장. 웨스틴조선호텔 앞에는 역주행 방지를 위한 핑크색 유도선이 새로 그려졌다. 서울치와 서울경찰청, 도로교통공단 등 유관기관은 지난달 4일부터 사고 관련 대책을 강구 중이다. 신혜연 기자.

사고 차량이 출발한 웨스틴조선호텔 앞에는 역주행을 막기 위해 우회전 보행을 안내하는 분홍색 유도선이 새로 추가됐다. 평소 역주행이 종종 발생하곤 했던 사고 지점 인근 골목길에는 통행금지를 표시하는 시설물이 설치돼 있었다. 경찰과 서울시, 도로교통공단 등 유관기관은 지난달 4일부터 사고 현장 일대 교통사고를 줄이고 보행자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대책 회의를 진행 중이다.

서울시 측은 “조선호텔 인근에 ‘역주행 금지’ 안내 보조물을 설치하는 방안은 호텔 측 동의를 얻기 위해 기다리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측은 또 “보행자용 방호 울타리는 보행자의 무단횡단을 예방하는 용도이지, 100km로 달려오는 차량을 막기 위한 용도는 아니다”며 “그럼에도 우선 사고 지점에 차량용 방호 울타리를 설치했고, 논의 결과에 따라 추가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측은 기존에 시행하기로 했던 ‘도로 다이어트’(보행자 통로 확보 사업)와 함께 시청역 일대 교통 환경을 개선하는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38,924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