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3대째 가업’ 남자 사브르는 왜 강할까…“나이 많다고 OUT? NO!”[파리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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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째 내려오는 가업의 비결은 무엇일까. 2024 파리올림픽에서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3연패를 지켜보며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은 ‘2대째 주장’ 김정환(41) 해설위원은 1일(한국시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대표팀은 세대교체를 빠르게 진행하지 않는다. 선배가 후배에게 최대한 많은 경험을 전수할 수 있도록 차분하게 세대를 바꿔가면서 대표팀이 최강의 전력을 유지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은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헝가리를 45-41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2012 런던올림픽과 2020 도쿄올림픽 우승의 뒤를 이은 대회 3연패다(2016년 리우 대회는 종목 로테이션 규정상 단체전 미개최).
프랑스가 종주국인 펜싱은 유럽 나라들의 전유물로 여겨진다. 중세시대 호신용 검술로 시작해 스포츠로 진화한 만큼 역대 올림픽에서도 프랑스와 이탈리아, 독일, 헝가리 등이 강국으로 꼽힌다. 그러나 한국은 이러한 나라들의 틈을 비집고 올림픽 3연패라는 대업을 썼다.
그렇다면 한국은 왜 펜싱, 특히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강세를 띨까. 이날 경기를 중계한 김정환은 “가장 중요한 부분은 세대교체를 인위적으로 진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이가 많다고 바로 내치지 않고, 선배가 후배에게 노하우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한다. 그렇게 전통이 이어지는 사브르 대표팀만의 문화가 강세의 비결이라고 본다”고 했다.
실제로 사브르 대표팀이 3연패를 이루는 기간 선수 변화를 살펴보면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엿볼 수 있다. 2012년 런던에선 주장 원우영(42)을 필두로 오은석(41)과 김정환, 구본길(35)이 활약했고, 2021년 도쿄에선 김정환과 구본길이 그대로 남고 김준호(30)와 오상욱(27)이 합류해 금메달을 일궜다. 3년 뒤 이번 대회에선 마찬가지로 구본길과 오상욱이 중심을 잡았고, 도경동(24)과 박상원(23)이 들어와 깜짝 활약을 펼쳤다. 경험이 있는 선수들은 후배들을 이끌고, 이를 몸으로 배운 후배들은 다시 선배가 돼 올림픽 리더가 된다.
선후배들 사이의 격의 없는 소통도 비결 중 하나다. 대회마다 4형제가 똘똘 뭉쳐 시너지를 내곤 하는데 맏형과 막내마저도 친구처럼 지내면서 서로를 다독여준다는 점이다. 도쿄 대회에서 셋째로 뛰었던 김준호는 “우리 대표팀은 언제다 소통이 잘 된다고 본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막내가 맏형을 다그치기도 하고, 반대로 형들이 후배들에게 눈높이를 맞춰 대화를 했다고 하더라. 특히 결승전 조커로 나온 (도)경동이가 걱정이 많았는데 나를 비롯해 선배들이 ‘다른 생각은 하지 마라. 그저 네가 출전할 수 있는 그 순간에만 신경 써라’고 조언해줬다. 이런 점이 3연패의 원동력이 됐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런던과 도쿄, 파리를 거쳐 3연패를 이어간 사브르 대표팀은 또 다른 도전을 앞두고 있다. 바로 2028 LA올림픽에서의 4연패 도전이다. 김정환은 “상대의 견제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남은 4년간 우리 선수들을 집요하게 분석하리라고 예상한다”면서도 “대표팀은 언제나 이를 이겨내 왔다. 세대교체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전력과 경험만 잘 유지한다면 방어전도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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