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부 "적십자 통해 北수해 지원 용의…제3국 협의 등 모든 방식 열려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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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술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이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북 수해 지원 발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1일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북측의 최근 수해와 관련해 인도적 지원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올해 초 남북관계를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상정한 이후 남북 간 대화의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다만 북한은 2022년 5월에도 코로나19 관련 정부의 백신 지원 제안에도 응답하지 않은 전례가 있다.

박종술 대학적십자사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5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최근 신의주 등 평안북도와 자강도를 비롯한 북한 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인해 북한 주민들에게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며 "우리 측은 북한 주민들이 처한 인도적 어려움에 대해 인도주의와 동포애의 견지에서 북한의 이재민들에게 긴급히 필요한 물자들을 신속히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발표했다.

이어 박 총장은 "지원 품목, 규모, 지원 방식 등에 대해선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와 협의할 준비가 돼 있으며 조속한 호응을 기대한다"며 "폭우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북한 주민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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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가 1일 수해를 입기 전인 올해 5월 8일 북한 압록강 위화도 일대를 촬영한 위성 사진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북한 위화도와 인근 철로 침수 전후 비교 이미지. 연합뉴스

한적 긴급브리핑 직후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수해 지원은 긴급 지원으로 가장 기본적인 인도적 사안"이라며 "형식상 남·북 적십자의 실무 접촉 방식이 될 것이지만 정부와 공동으로 협의 하에 진행하는 만큼 정부의 직접 제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긴급한 물자를 중심으로 우선 검토할 것이고, 긴급히 필요한 비상식량이나 의약품을 우선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원이 이뤄질 경우 예산은 남북교류협력기금에서 집행하게 되며, 정확한 지원 금액·규모도 북한과 협의하며 정해나가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북한의 호응 여부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상황을 예단하지 않겠다"면서 "우리 측의 제의에 호응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북측과의 협의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고 보고 대면 협의나 서면 협의, 제3국 협의 모든 방식에 열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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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가 1일 수해를 입기 전인 올해 5월 8일 북한 압록강 위화도 일대를 촬영한 위성 사진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북한 위화도 내부(북부) 침수 전후 비교 이미지. 연합뉴스

북한은 현재까지 정확한 인명·재산 피해 규모를 공식 확인하고 있진 않지만, 피해규모가 상당할 것이란 게 정부 안팎의 추정이다. 특히 지난달 27일 전후에 내린 폭우로 압록강이 범람해 하류에 있는 평안북도 신의주시와 의주군 섬 지역에서는 큰 피해가 발생했다. 이 밖에 압록강이 지나는 자강도, 양강도 역시 수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그간 대북 인도적 지원은 정치·군사적 상황과 무관하게 추진한다는 입장 밝혀왔다. 2022년 5월에도 정부는 코로나19 방역 협력과 관련한 실무 접촉을 제안한 적이 있다. 당시 전화통지문 발송을 위해 북측에 접촉을 시도했으나 북한이 응답하지 않았다는 게 통일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정부가 이번에 공개 담화 형식으로 대북 수해지원과 관련한 입장을 밝힌 것도 지난해 4월부터 남북 간 통신 연락선이 가동되지 않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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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은 3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2차 정치국 비상확대회의가 29일부터 30일까지 평안북도 신의주시 피해 지역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뉴스1

북한이 정부의 이번 대북 수해지원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앞서 김정은은 2021년 1월에 열린 8차 노동당 대회에서도 "현재 남조선당국은 방역협력, 인도주의적 협력, 개별관광 같은 비본질적인 문제들을 꺼내 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당시에도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겠다는 일종의 선 긋기라는 분석이 나왔다. 대북 소식통들 사이에선 "김정은이 남측의 지원을 받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얘기가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시기적으로 한·미 연합 군사연습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가 19일부터 본격적으로 실시될 예정이로 북한이 응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정부 입장에선 최근 오물풍선과 확성기 등 악순환을 끊으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김정은이 현장 지도와 관료를 질타하는 등 재난 리더십을 연출 중인 상황에서 한국의 지원을 받는 모양새를 만들기 쉽지 않다"고 봤다.

통일부에 따르면 정부의 수해 지원은 2005년, 2006년, 2007년, 2010년 등 4차례 이뤄졌다. 구호 물품과 컵라면, 쌀 등 1297억원 규모였다. 정부는 2011년, 2012년에도 수해 지원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응답하지 않거나 지원 품목에 대한 불만으로 거부한 사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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