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여자 단식 8강전 휴식 시간에 신유빈이 바나나를 먹으며 오광헌 감독으로부터 작전 지시를 받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긴 선수도, 진 선수도 눈물을 보인 명승부였다. 여자 탁구 에이스 신유빈(20·대한항공)이 파리 올림픽 단식 준결승에 진출했다.

세계랭킹 6위 신유빈은 1일(한국시간) 프랑스 사우스 파리 아레나 4에서 열린 대회 8강전에서 13위 히라노 미우(24·일본)에게 4-3(11-4, 11-7, 11-5, 7-11, 8-11, 9-11, 13-11)으로 이겼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결승에서 진 빚을 올림픽 무대에서 제대로 갚았다.

첫 게임은 쉽게 가져왔다. 침착하게 상대 공격을 잘 받아내면서 역습으로 마무리했다. 두 번째 게임도 백핸드로 상대 코스를 집요하게 공략해 이겼다. 3게임까지 신유빈이 가져오자 벼랑 끝에 몰린 히라노는 유니폼을 갈아입으며 템포 조절에 나섰다. 서브 공략부터 플레이 스타일을 완전히 바꾼 히라노는 이후 확 달라졌다. 공격적인 경기 운영으로 4~6게임을 모두 따내 게임 스코어 3-3, 동점을 만들었다.

여유 있게 앞서다 위기에 몰렸지만 ‘강심장’ 신유빈은 무너지지 않았다. 마지막 7게임에서 두 선수는 7-7, 8-8, 9-9, 10-10, 11-11로 이어지는 접전을 펼쳤다. 11-11에서 히라노가 시도한 회심의 백핸드가 네트를 맞고 나갔고, 기세가 오른 신유빈이 추가 득점으로 승부를 마무리 했다. 이긴 선수와 진 선수가 서로 다른 이유로 함께 눈물을 흘렸다.

앞서 열린 혼합복식에서 임종훈(27)과 동메달을 따냈을 때도 울지 않았던 신유빈은 “‘아, 끝났구나’란 생각에 눈물이 났다”고 했다. 경기 중 휴식시간 ‘먹방’으로 화제가 된 것에 대해서는 “엄마가 준 주먹밥과 바나나를 먹지 않았다면 힘이 빠져 7게임에서 졌을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오늘의 파리

신유빈은 탁구장을 운영하는 부친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탁구 신동으로 이름을 날렸다. 첫 출전한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특유의 파이팅 소리로 ‘삐약이’란 별명을 얻으며 32강에 올랐다. 그리고 3년 만에 다시 선 올림픽에서 준결승에 진출했다. 탁구 여자 단식에서 한국은 2004년 아테네 대회 김경아(동메달) 이후 메달을 추가하지 못 하고 있다.

신유빈의 준결승(2일 밤 8시30분) 상대는 도쿄 올림픽 2관왕 천멍(30·중국)이다. 최정상에선 내려왔지만, 경험 많은 강자다. 신유빈은 “최선을 다하겠다. 기대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