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쿠팡발 '로켓 공습'에 피란…택배업계, 해외시장 눈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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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주차장에 쿠팡 배송트럭이 주차돼 있다. 뉴스1

택배업계의 ‘밥그릇 빼앗기 싸움’이 치열하다. 쿠팡 물류전문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의 개인 사업자 대상 배송 사업인 ‘3자 물류’가 확대되면서다. 국내 성장에 한계를 느끼는 택배 회사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며 새 먹거리도 발굴하고 있다.

국토교통부·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2022년 이후 협회는 생활물류(택배) 물동량 집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5일 확인됐다. 협회 관계자는 “각 택배사의 자료를 취합해왔지만 정확한 자료가 들어오지 않고 있다. (2022~2023년 자료는) 기존의 집계 기준에서 벗어나 각 업체에 물량 재추산을 요청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통합물류협회의 자료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2년동안이나 택배 통계를 못 내는 상황에 대해 업계는 코로나19 이후 택배 시장이 급팽창했고, 쿠팡까지 합류하며 물동량 추산이 더 어려워진 영향으로 본다. 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국내 택배 물동량은 2019년 27억8980만 박스→2020년 33억7373만 박스→2021년 36억2967만 박스 등으로 계속 성장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지난해 택배 물량은 40억 박스가 넘었을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쿠팡은 2018년 CLS를 설립하고, 2021년 화물차 운송사업자 자격을 취득해 직배송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듬해부터는 ‘로켓그로스’라는 이름으로 3자 물류에 진출, ‘로켓 공습’ 범위를 확대했다. 쿠팡 구매페이지에서 ‘판매자로켓’이라고 불리는 상품이 CLS가 배송하는 택배 상품이다. 쿠팡이 직접 매입해 파는 로켓배송·로켓와우 상품과 달리, 판매자로켓은 개인 판매자가 쿠팡에 입점해 파는 상품에 대해 CLS가 물류·포장·배송을 대행해준다.

업계에선 CLS의 배송 물량이 이미 한진·롯데글로벌로지스의 점유율을 뛰어넘는 시장 2위 수준일 것으로 본다. CLS 출범 당시 예고됐던 택배 시장 지각 변동이 현실화한 것이다. 2020년 시장의 절반(50.1%)을 차지해왔던 CJ대한통운의 점유율은 올 1분기 44.5%로 떨어졌다. 쿠팡 측은 쿠팡 입점사들이 발주하는 택배에 집중하고 그외 택배 시장 진출은 현재로서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개인 판매자들이 쿠팡이나 네이버쇼핑 등 플랫폼에 물류·배송을 위탁하면서 택배 업계의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쿠팡은 올해 초 한진에 위탁했던 판매자로켓 배송 물량 전체를 CLS로 돌렸다. 지난해 4분기 8억7700만원이던 한진의 택배사업 영업이익은 올 1분기 영업손실 14억8300만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2022년 3분기(-32억6800만원) 이후 첫 분기적자다. 업계에선 쿠팡 물량이 빠진 영향으로 본다.

6월까지 롯데글로벌로지스가 했던 G마켓과 익일 배송(스마일배송) 물량은 지난달부터 CJ대한통운이 넘겨 받았다. 중국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 물량은 지난해까지 CJ대한통운이 80%가량을 처리해왔지만, 올해초부터는 절반가량으로 줄었고 그 자리를 한진·롯데글로벌로지스·우체국소포 등이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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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분류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뉴스1

문제는 국내 택배 시장의 성장성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저가 공세로 한국 시장을 확장해왔던 알리·테무 등 중국발 이커머스(C커머스)의 성장세도 예전같지 않다. 각 기업들은 새벽배송·당일반품 등으로 서비스를 차별화하고, 해외 사업을 확대하는 식으로 새 먹거리를 발굴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초중량 자재를 옮기는 ‘프로젝트 물류’를 확대 중이다. 이 회사의 중동 자회사 CJ ICM은 지난해 6월 이라크에서 시작한 석유정제시설·건설자재 배송 프로젝트를 최근 완료했다. 이라크 움 카스르항에 하역된 기자재들을 약 95㎞ 떨어진 바스라 지역의 공사현장까지 옮지는 작업으로 최대 길이 84m, 무게 890t 등 중량물이 포함됐는데 운송물의 총 무게 110만t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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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은 5일 중동지역 자회사 CJ ICM이 이라크에서 총 무게 110만t 규모의 중량물들을 운송하는 '프로젝트 물류'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라크 움 카스르 항에서 초중량물 운송을 준비하는 모습. 사진 CJ대한통운

해외 물류기지를 세워 초국경 배송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CJ대한통운은 해양진흥공사와 함께 미국 시카고·뉴욕 등 3곳에 축구장 50개 크기의 물류센터 건설을 추진 중이다. 한진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풀필먼트센터 공간을 50% 확장해 지난 6월 본격 가동에 돌입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미국-멕시코 국경 운송 등 글로벌 신사업 확대를 모색 중이다.

이채호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쿠팡이 신기술·서비스를 바탕으로 3자 물류 사업을 본격화한 결과, 기존업계가 신사업 진출을 적극 모색하는 등 이른바 ‘메기효과’가 나타난 것”이라며 “국내 택배사들은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를 바탕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 경쟁력을 갖고 있는데, 글로벌 시장에서도 K-물류의 영향력을 확대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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