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노르웨이 대사 "우린 징병제 군인 36%가 여성, 취업에도 도움" [시크릿대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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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 카리 한센 오빈 주한 노르웨이 대사. 등산을 좋아하고 스포츠를 즐긴다. 김경록 기자.

등굣길에 오로라를 만나는 나라, 노르웨이. 안네 카리 한센 오빈 주한 노르웨이대사는 최근 서울 성북동 대사관저로 중앙일보를 초청해 "대학생 아들이 (오로라 연구 중심지인 트롬쇠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찍어서 보내줬다"며 하늘의 오로라 사진을 보여줬다. 그런 오빈 대사의 관저엔 눈 덮인 산 정상에서 환히 웃는 사진들이 곳곳에 걸려있다. 노르웨이 어디쯤인지 묻자 그는 웃으며 "한국에서 남편이 찍은 사진들"이라고 답했다. 이어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르웨이와 한국은 닮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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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는 곳곳에서 오로라를 볼 수 있다. 사진은 수도 오슬로의 주차장에서 보인 오로라. 신화=연합뉴스

북한산ㆍ관악산 등정도 즐기지만, 관저에서 삼청공원까지 이어지는 등산로는 그가 사랑하는 일상의 산책 코스다. 그는 "삼청공원엔 등산화에 묻은 흙을 털어내는 진공청소기까지 구비된 게 놀랍다"며 "한국 등산 여행 덕에 등산화가 몇 켤레나 닳았다"고 했다. 그는 "트라이애슬론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자연과 스포츠에 진심인 오빈 대사는 학업에도 열심이다. 모국 베르겐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제·경영학, 벨기에 유럽대 대학원에서 유럽경제통합론, 영국 런던정경대(LSE)에서 해양법과 경제정책 분야로 석사를 받았다. 한국 부임 이전엔 캐나다 대사를 5년 역임했고, 노르웨이 본부 외교부에서는 북극 지역 담당 부국장, 1999년부터 3년간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노르웨이 대표 등 요직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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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산 정상에 오른 오빈 대사. 사진 본인 제공

은퇴한 남편은 서울에 함께 거주하고, 두 아들은 노르웨이 등에서 공부 중이다. 노르웨이의 주 37시간이라는 근로 시간 덕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남성 육아 휴직은 저출생 문제 해결에도 도움됐을 것 같다.
"노르웨이도 저출생 문제로 고민이 많았다. 출산율이 2.1은 되어야 인구 유지가 된다는데, 1.4까지는 끌어올렸다. 이제 육아 휴직을 쓰는 남성이 93%에 달한다. 안 쓰면 없어지는(use it or lose it) 방식이 유효했다고 본다."
휴직 외 보육 시스템은 어떤가.
"모두가 맘놓고 사용할 수 있는 어린이집 인프라가 열쇠다. 나도 업무를 마치고 퇴근길에 건물 바로 1층에 있는 어린이집에서 아들을 하원시켰고, 남편은 집에 먼저 도착해 저녁식사를 요리하며 시간을 절약했다."
경력 단절 여성 비율에 유효한 변화가 있나.
"외교부만 봐도 국장급 이상에 여성이 절반 이상이다. 세계 각국에서 근무하는 대사들 역시 남녀 비율이 큰 차이가 없다. 남자와 여자는 다를 게 없다."

남녀의 평등은 징병제 역시 마찬가지다. 노르웨이는 2015년 남녀 모두를 징병 대상으로 삼는 보편적 징병제를 도입했다. 남녀를 불문하고 해당 연령대의 국민 모두가 징병 대상인데, 정부는 전체의 17%가량을 건강 및 각종 테스트를 거쳐 입대시킨다.  복무 기간은 12개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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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 카리 한센 오빈 주한 노르웨이 대사. 남녀 모두를 징병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징병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남녀 징병제는 어떻게 기능하고 있나.
"군 복무 경력은 그만큼 훌륭한 인재라는 의미로 통하고, 추후 취업 등에 도움이 된다. 나도 나이가 해당이 되면 자원하고 싶을 정도다(웃음). 약 36%가 여성이라는 통계가 있는데, 고무적이다. 내 아들 모두 복무했다."

노르웨이는 지난해 우크라이나에 73억 달러(약 9조 939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가 상승으로 인해 산유국인 노르웨이가 본 이득을 나누겠다는 취지가 국제사회에서 화제가 됐다.

약 10조원에 달하는 지원 결정이 인상적인데.
"전후 재건을 위해 2023~2027년에 걸쳐 지원을 한다. 러시아의 잔인한 침공은 국제사회 전체에 심각한 안보 위협이다. 한국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 역시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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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노르웨이 대사관저엔다양한 미술작품이 걸려있다. 예술의전당에서 전시 중인 에드바르 뭉크의 작품도 있다. 사진 속 작품은 오빈 대사가 특히 아끼는 토르비욘 리 요르겐슨의 작품, '어망 말리기.' 김경록 기자

올해는 한국과 노르웨이의 수교 65주년이기도 하다. 오빈 대사는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부터, 서울에서 전시회도 열리고 있는 에드바르 뭉크까지, 노르웨이 문화가 사랑받아서 기쁘다"고 전했다. 반면 북한에 대해선 단호한 표정으로 "유엔 결의에도 위반되는 북한의 모든 핵과 미사일 도발에 반대한다"며 "평화는 대화로만 얻어질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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