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우디 최초 ‘K-POP 경연대회’ 열려…"히잡·아바야 입고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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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K-POP 월드 페스티벌 경연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여성 3인조 댄스그룹 ‘팀 에베레스트’. 이들은 무대 위에서 반팔 등 의상을 입고 공연했지만, 무대가 끝난 뒤엔 사우디 전통 복장인 아바야를 입고 귀가했다. 사진 LG전자 사우디법인 제공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현지인이 출전해 대결하는 케이팝(K-POP) 경연대회가 최초로 열렸다. 관객들은 아랍 전통 의상인 히잡·아바야를 입고 공연장 안팎에서 K-POP을 열창했다.

지난 3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K-POP 월드 페스티벌 경연대회’가 열렸다. 주사우디한국대사관(대사 최병혁)과 사우디 엔터테인먼트 아카데미(SEA)가 공동 주최하고 LG전자 사우디 법인이 주관·후원한 이날 행사에는 예선을 통과한 10개 팀이 참여해 경합을 벌였다. 예선에는 사우디 전역에서 총 30개 팀이 참가했다고 한다.

이날 대회가 열린 웨어하우스(ware house) 공연장은 관객들로 가득 찼고, 미처 입장하지 못한 현지인들은 밖에서도 박수와 함성을 지르며 노래와 춤을 즐겼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댄서 라우라는 “2019년 BTS가 리야드에서 공연한 뒤 블랙핑크·샤이니 등이 인기를 끌며 K-POP에 대한 열기가 뜨거워졌다”며 “하지만 아이돌 스타가 아닌 사우디 현지인이 참여한 행사에 젊은 층이 대거 참석해 즐기는 모습을 본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초청 가수로 무대에 오른 젠도 “K-POP에 매료돼 수년 간 K-POP 공연을 해왔지만 이렇게 뜨거운 열기와 함성은 처음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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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K-POP 월드 페스티벌 경연대회'의 모습. 관객석에도 히잡과 아바야를 입은 여성이 많았다. 사진 LG전자 사우디법인 제공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으로 꼽히는 사우디에서 행사가 열리면서 이색적인 장면도 연출됐다. 일부 참가자들은 얼굴이 노출되는 것을 걱정해 마스크를 쓰고 무대에 올랐고, 관객석에도 히잡 등으로 신체를 가린 여성이 많았다. 1차 예선에서 통과했지만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등을 고려해 경연대회는 포기한 참가자도 많았다고 한다.

이날 우승을 차지한 여성 3인조 그룹 ‘팀 에베레스트’도 무대엔 반팔 등 의상을 입고 올랐지만, 귀가할 땐 아바야를 입었다. 사우디에서 여성은 외출할 때에 반드시 아바야를 입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사우디대사관 관계자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샤리아)상 개혁·개방 뒤에도 요란한 음악을 금기시하는 문화가 있어 국·공립학교에선 음악을 정규과목으로 지정하지 않는다”며 “참가자들은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스스로 K-POP과 한류를 익혀 대회까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사에 참여한 사우디 관계자들도 K-POP을 향한 뜨거운 열기에 큰 관심을 보였다. 사우디 문화부와 SEA 고위 관계자들은 “기대 이상으로 성공적인 행사였다”며 “한국 대사관 등과 한류 관련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제안했다. 최병혁 대사는 “이번 행사가 사우디 내 한류 팬들의 관심과 이해도를 높였을 것”이라며 “한·사우디 문화 교류 활성화와 국격 제고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정호 LG전자 사우디 법인장도 “한류에 대한 사우디인들의 열망한 만큼 매년 행사를 이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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