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삐약이와 든든한 두 언니, 16년만의 메달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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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전 4강 진출을 확정지은 뒤 주먹을 불끈 쥔 오광헌 감독 (왼쪽부터) , 신유빈, 이은혜, 전지희. 파리=김성룡 기자

여자 탁구 에이스 신유빈(20·대한항공)은 든든하다. 자신을 옆에서 지켜주는 두 언니 전지희(32·미래에셋증권), 이은혜(대한항공)가 있기 때문이다.

여자 탁구 대표팀은 6일(한국시간)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 8강전에서 스웨덴을 매치 점수 3-0으로 꺾었다. 경기 시간 2시간도 되지 않는 완승이었다. 신유빈-전지희 조가 첫 번째 복식 경기를 잡았고, 이은혜와 전지희가 2·3단식에서 승리했다.

신유빈은 이번 대회 혼합복식에서 임종훈(한국거래소)와 함께 동메달을 따냈고, 단식에선 4위에 올랐다. 단체전까지 전 종목에서 4강에 올랐다. 대신 체력소모가 컸다. 총 12경기에 나가 54게임을 소화했다. 그나마 단체전에선 언니들의 도움을 받아 복식 두 경기만 치르고 단식은 한 번도 나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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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탁구 준결승에 진출한 대표팀 전지희(왼쪽)와 신유빈. 파리=김성룡 기자

신유빈은 "매 경기, 포인트 하나하나에 모든 것을 쏟고 있다. 지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래도 이렇게 많은 경기를 할 수 있어 영광이다. 남은 경기도 모든 걸 쏟아붓겠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경기마다 주먹밥, 바나나, 에너지 젤 등 음식을 먹어가며 체력을 보충하고 있다. 단식 4강에서 풀게임 접전을 치른 뒤엔 "간식을 안 먹었다면 7게임에서 졌을 것"이라며 웃기도 했다. 단체전에서 전지희와 이은혜의 선전이 더욱 반가운 이유다.

스포트라이트가 신유빈에게 쏠렸지만, 팀의 리더는 전지희다. 전지희는 중국 출신으로 2008년 한국으로 건너와 2011년 귀화했다. 국내 최강자였던 그에게 신유빈의 등장은 '위협'이 아닌 '호재'였다. 두 사람은 지난해 세계선수권 은메달,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냈다. 복식 세계랭킹은 2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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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탁구 대표팀 맏언니 전지희. 파리=김성룡 기자

사실 전지희에게 올림픽은 한계이자 도전이다. 2016 리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메달을 거머쥐지 못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무슨 생각이 드는지'를 묻자 "돌아보지 않겠다"고 했다. 이어 "돌아보면 아무 쓸모도 없고, 아프다. 앞으로 어떻게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지희는 "우리 유빈이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빈이가 국제대회에서 랭킹(8위)을 끌어올린 덕분에 이번 대회 단체전에서 좋은 시드(3번)를 얻었고 덕분에 4강까지 쉽게 왔다"고 했다. 이어 "올림픽 메달을 따면 저희 선수들이 돈이라든가 지원을 많이 받을 수 있다. 현장 지원도 늘어난다. 그러면 유빈이가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며 맏언니다운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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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강 진출을 확정지은 뒤 기도를 하는 이은혜. 파리=김성룡 기자

단체전은 한 선수가 2번까지 나설 수 있다. 오광헌 여자 탁구 대표팀 감독은 이은혜에게 두 번의 단식 경기를 맡겼다. 신유빈-전지희 복식 조가 강한만큼, 이은혜만 제 역할을 하면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맞아떨어졌다. 이은혜는 16강전(브라질)에서 1승 1패, 8강에서 1승을 기록했다.

전지희와 마찬가지로 중국에서 귀화해 처음 올림픽에 나선 이은혜는 이번이 첫 올림픽이다. 첫 경기에선 긴장했지만 8강전에선 승리를 확정짓고 무릎 꿇고 손 모아 기도했다. 그는 "정말 승리가 간절한 경기에만 그런다"고 했다. 이은혜는 "첫 세트를 내줬지만, 빨리 잊어버렸다. 단식 첫 번째 주자는 부담이 있는데, 앞에서 복식을 너무 쉽게 이겨 나도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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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탁구 대표팀 에이스 신유빈. 파리=김성룡 기자

전지희의 장점을 묻자 신유빈은 "언니의 실력", 이은혜는 "책임감"이라고 했다. 이은혜는 "마음이 따뜻하고, 자기 경기가 있어도 우리를 신경 많이 써 주는 좋은 사람"이라고 했다.

여자 탁구는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낸 뒤 메달을 따낸 적이 없다. 준결승 상대가 유력한 중국을 넘긴 어렵지만, 동메달결정전을 이기면 16년 만에 메달을 따낸다. 신유빈은 "이제 정말 마지막 종목이다. 후회 없이 멋진 마무리를 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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