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미국 기침하면 털썩, 오를 땐 찔끔…코스피 ‘저평가의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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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기침을 하면 한국은 감기에 걸린다.”

외부 변수에 지나치게 취약한 한국 증시를 가리키는 말이다. 정부가 연초부터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달 들어 코스피·코스닥 시장이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한국 증시의 근본적인 체질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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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1.83% 상승한 2568.41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는 ‘블랙 먼데이’였던 지난 5일 8.77% 급락했지만 6일 3.3% 상승에 이어 이날도 1%대 상승에 그쳤다. 코스닥 지수 역시 2.14%(748.54) 올라 지난 5일 무려 11.3% 떨어진 지수를 회복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일본 닛케이지수가 12.4%(5일) 폭락한 뒤 10%(6일) 넘게 뛰고 이날도 상승세를 이어간 것과 대조적이다. ‘오를 때는 찔끔, 내릴 때는 폭삭’이란 국내 증시의 꼬리표가 다시 확인된 셈이다.

실제 코스피의 연초 대비 수익률은 8월 7일 종가 기준 -3.8%다. 일본 닛케이지수(5.41%), 대만 가권(자취안) 지수(19.28%)가 연초 대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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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전문가들 사이에선 며칠 사이 요동치는 국내 증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저평가)의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낮은 영업이익률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기대감 하락 ▶탄탄하지 못한 수급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라는 지적이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시장은 일본·대만·미국이 오를 때 충분히 오르지 못하다가 빠질 때는 또 같이 빠지는데, 회복은 더디면서 (주요국 증시와) 상승률이나 밸류에이션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다”며 “‘이익의 질’이 좋지 않고 더 근본적으로는 거버넌스(지배구조)가 좋지 않은 기업을 중심으로 더 빨리 (주가가) 빠지는 경향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국내 기업 영업이익률은 지난 10년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경우 5.56%→5.39%로, 코스닥 상장사는 4.48%→3.36%로 쪼그라들었다. 이마저도 연도별로 보면 영업이익률에 큰 편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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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올 초부터 이어진 밸류업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뀐 점도 외국인의 ‘셀 코리아’를 부추기는 요소다. 이찬형 페트라자산운용 부사장은 “기업들이 밸류업에 역행하는 행태를 보이면서 글로벌 증시가 다 같이 빠지는 시기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저 없이 주식 처분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인적 분할한 뒤 두산로보틱스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겠다고 밝힌 두산그룹이 대표적인 사례다. 외국인은 두산그룹이 계열사 재편안을 발표한 직후인 12일부터 이달 7일까지 두산밥캣 주식 약 239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취약한 수급 환경도 장애물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고 있고, 퇴직연금은 안전자산으로만 쏠리는 데다 개인들도 단타 위주로만 국내 주식시장에 접근하고 있다”면서 “장기적인 투자 기반이 부족한 것이 국내 증시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일본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주가 반등이 더딘 이유는 장기 자금 유입이 부족한 신흥국 증시의 한계 때문”이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서는 중기적으로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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