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우리말 바루기] ‘햇빛’이 뜨겁나, ‘햇볕’이 뜨겁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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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볕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작열하는 태양이 너무 뜨거워 집 밖을 나서기가 무서울 정도다. 폭염주의보가 내리는 날에는 언론 매체에서 “햇빛이 뜨거운 한낮에는 최대한 외출을 삼가는 게 좋다”와 같은 기사를 내보내곤 한다. 무척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여기에는 잘못된 표현이 숨어 있다.

태양은 ‘빛(光)’과 ‘열(熱)’을 내뿜는다. 우리말은 어휘가 다양하고 섬세해 이를 가리키는 낱말도 ‘햇빛’과 ‘햇볕’으로 나뉘어 있다.

‘햇빛’은 태양의 광선(光)과 관련된 것으로, 시신경을 자극해 물체를 볼 수 있게 해주는 전자기파다. 우리는 햇빛으로 인해 ‘밝음’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따라서 “햇빛 때문에 눈이 부시니 커튼을 치자” “눈부신 햇빛이 찬란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등에서는 ‘햇빛’을 쓰는 게 적절하다.

‘햇볕’은 태양의 뜨거움(熱)과 관련된 것으로, 해가 내리쬐는 기운을 뜻한다. 햇볕을 통해 살갗에 뜨거움이나 자극의 정도를 느낄 수 있으며, 피부를 햇볕에 오래 노출하면 피부가 상하거나 벗겨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노약자들은 햇볕이 뜨거울 때 열사병을 조심해야 한다” “뜨거운 햇볕에 피부가 그을려 벗겨졌다” 등에서는 태양의 뜨거움을 나타내고 있으므로 ‘햇빛’이 아닌 ‘햇볕’을 써야 보다 정확하다.

글의 서두에서 나온 문장에 이를 적용해 보자. “햇빛이 뜨거운 한낮에는 최대한 외출을 삼가는 게 좋다”에서는 ‘명암의 정도’가 아니라 ‘해의 열기’를 나타내고 있으므로, ‘햇빛’을 ‘햇볕’으로 고쳐 써야 바른 표현이 된다는 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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