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부통령도 강경 진보 vs 강경 보수…중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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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대통령 후보(왼쪽)와 팀 월즈 부통령 후보가 지난 6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첫 공동 유세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화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6일(현지시간) 팀 월즈 미국 미네소타 주지사의 민주당 부통령 후보 지명으로 11월 미국 대선 대진표가 완성됐다.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월즈 주지사 대(對)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JD 밴스 상원의원 간 대결이다. 유색인종 여성 대 백인 남성 대선후보 등 여러 대비점 중에서도 강성 진보와 강성 보수의 대결 구도가 어느 때보다 확연해졌다.

통상 미 대선에서 부통령 후보는 대통령 후보의 약점을 상쇄하고 중도·무당층 표심을 겨냥한 ‘보완재’ 성격의 인사가 선택됐다. 이런 전통적인 선거 문법이 이번 대선에서는 민주·공화 양당에 모두 무너지고 있다.

해리스는 자신의 부통령 후보로 당내에서 가장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월즈를 택했다. 월즈는 주지사 재임 기간 보편적 무상급식, 유급휴가 확대, 성소수자 보호, 총기 구입자 이력 심사 강화 등 좌파 성향 정책을 다수 추진했다. 중도 확장보다 진보 색채 강화에 주력한 모양새다.

이날 대선 승부처인 펜실베이니아의 첫 공동 유세에서 월즈는 트럼프에 대해 “마러라고 클럽에서 부자 친구들을 위한 감세에만 골몰한다”며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중산층의 물가를 올리고, 건강보험을 무위로 만들고, 낙태를 전국적으로 금지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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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오른쪽)가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젊은 기수인 JD 밴스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뒤 미시간주에서 공동 유세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앞서 트럼프는 친트럼프 성향인 밴스 의원을 낙점했다. 트럼프 추종 세력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앞으로 책임질 ‘젊은 MAGA 기수’로 평가받는 밴스는 낙태·이민 이슈에서 초강경 입장을 견지해 왔다. 트럼프를 보완하는 대신 트럼프의 색채를 더한 셈이다.

양측 대선캠프는 레이스 초반부터 색깔론을 꺼내 들면서 원색적인 비난전에 나섰다. 해리스를 “래디컬(급진) 좌파” “마르크스주의 지방검사”로 공격했던 트럼프 캠프는 월즈를 향해선 “웨스트 코스트 워너비”(West Coast Wannabe·서부 따라쟁이)라 부르며 파상 공세를 폈다.

반면에 해리스 캠프는 트럼프와 밴스를 ‘강성 MAGA’로 싸잡아 부르며 각을 세우고 있다. 월즈는 트럼프와 밴스, 나아가 MAGA를 두루 비판하는 유행어로 뜬 “그들은 기괴하다(weird)”는 말을 처음 만든 이력이 화제가 되면서 부통령 후보군으로 급부상했다.

이런 상황을 두고 미 정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치 양극화가 낳은 비극적인 현실”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이날 중앙일보와 서면 인터뷰한 토머스 슈워츠 밴더빌트대 석좌교수는 “이번 대선은 어느 때보다 강한 진보와 강한 보수의 전장이 됐다”며 “양당이 지지층 결집에 총력을 기울이는 사이 중도 성향 유권자들이 무시당하고 있다. 비극적인 일”이라고 진단했다. 로버트 슈멀 노터데임대 교수도 “정치적 양극화는 사람들을 왼쪽과 오른쪽 끝으로 끌어당기고 있다”며 “중도는 중요하지만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짚었다. 슈멀 교수는 “정치 양극화가 극심하고 진영 간 대립이 깊을 때 폭력 발생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며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정치환경은 더욱 적대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공개된 공영매체 NPR·PBS와 여론조사기관 마리스트의 전국 유권자 여론조사(1~4일 등록유권자 1513명 대상)에서 해리스는 51%의 지지율로 48%를 기록한 트럼프를 앞서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달 22일 조사에선 반대로 트럼프 47% 대 해리스 45%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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