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안세영 파리서 부상…선수측 “치료 지연” 협회 “한의사 급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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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이 7일 인천공항에서 귀국 인터뷰를 하고 있다. 파리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를 향해 거센 불만을 토로했던 그는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뉴시스]

인천공항 귀국장에 들어선 ‘셔틀콕 여제’ 안세영(22·삼성생명)의 목에 금메달이 보이지 않았다. 무거운 표정의 안세영은 7일 귀국장 인터뷰에서 “나는 싸우려는 의도는 없었다. 운동에 전념하고 싶은 마음을 호소하려고 했고, 그 마음을 이해해 달라는 뜻이었다”며 “아직 대한배드민턴협회(협회)와 얘기한 게 없고, 소속팀과도 상의한 게 없으니 자세한 건 나중에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안세영 “더 상의하고 말씀” 말 아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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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규 회장

앞서 안세영은 대표팀과 함께 파리를 떠나며 “내 입장은 한국에 가서 다 얘기하겠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이날 귀국장은 취재진과 팬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하지만 한국에 도착한 뒤에는 말을 아꼈다. 쏟아지는 질문에 “더 상의하고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는 답변으로 일관한 뒤 소속팀(삼성생명 배드민턴단) 버스를 타고 공항을 떠났다.

하지만 안세영이 불붙인 선수 부실관리 논란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새 이슈까지 추가돼 진실 공방의 전선도 확대됐다. 협회는 이날 오후 장문의 보도자료를 내고 안세영의 주장을 반박했다. 엇갈리는 양측 주장을 이슈별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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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① 무릎 부상 오진=안세영은 지난해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무릎 인대를 다쳤다. 5주간 재활을 거쳐 지난해 11월 다시 국제대회에 출전했다. 첫 정밀검진에선 2~4주 재활이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왔는데, 연말 재검진에서 부상이 당초 판단보다 심각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안세영은 “오진이 났던 순간부터 참으며 경기해 재활 기간이 길어졌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치료 일정을 앞당기기 위해 선수가 검진받은 병원이 아닌 다른 병원에서 판독·진단·치료를 진행하다 보니 혼선이 빚어진 것 같다”면서도 “병원에서 11월 국제대회 참가를 만류했지만 선수가 출전을 강행했다”고 반박했다. 올림픽을 앞둔 시점에 핵심 선수의 부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협회에 대한 비판이 불가피한 지점이다.

② 전담 트레이너 배정 거부=안세영은 지난 2월부터 협회가 배정한 전담 트레이너(한수정)와 함께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반년 가까이 신체적·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안세영 측 관계자는 “올림픽 개막에 앞서 ‘대회 기간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하고 싶다’는 의사를 협회에 전달했지만 무산돼 선수가 크게 실망했다”고 주장했다. 협회 해명은 정반대다. “한 트레이너는 지난해 7월 채용했다. 지난 6월로 계약 기간(1년)을 모두 채웠지만, 안 선수 지원을 위해 프랑스 현지 출발 직전인 지난달 12일까지 계약을 연장했다”며 “협회가 올림픽 종료 때까지 추가 연장을 제안했으나 한 트레이너가 거절했다”고 밝혔다. 진실 공방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③ 올림픽 직전 추가 부상=안세영이 파리에서 막바지 훈련을 하던 중 발목을 다친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협회는 “대한체육회 의무팀 치료, 파리 시내 한의원 진료 등을 제시했지만 선수 측 의견을 받아들여 선수가 지명한 한의사를 섭외해 서울에서 파리로 급파했다. 1100만원 정도의 경비를 지출했다”고 밝혔다. ‘선수 측에 조용히 넘어가라고 종용했다’는 일부 보도 내용에 대해 협회는 “부상 사실이 경쟁자들에게 노출되지 않게 하려는 조치”라고 말했다. 선수 측은 “부상 이후 제대로 된 치료가 이뤄지지 않아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했고, 그제야 한의사를 보냈다”며 늑장 대응을 지적했다.

④ 프랑스행 이코노미석 이용=안세영은 프랑스 이동에 앞서 협회에 “컨디션 관리를 위해 비즈니스석을 이용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형평성 문제를 알면서도 요청한 건 무릎 부상 후유증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협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협회는 2018년 비즈니스석 논란에 휩싸인 일이 있다. 당시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린 중국에 가면서 감독과 선수 6명은 이코노미석을, 임원진 8명은 비즈니스석을 이용해 공분이 일었다. 체육계에선 “국제대회를 앞두고도 주인공인 선수를 배려하는 분위기가 여전히 정착되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⑤ 국제대회 참가 일방 통보=협회가 선수와 사전 협의 없이 올림픽에 앞서 특정 대회 참가 또는 불참을 강요했다는 안세영 측 주장도 논란거리다. 이에 대해 협회는 “선수 몸 상태를 감안해 코칭스태프가 충분히 협의한 끝에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선수가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하지 않은 채 결정이 이뤄진 상황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선 협회가 이렇다 할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⑥ 코리아하우스 기자회견 불참=안세영은 관례를 깨고 메달 획득 다음 날 코리아하우스 기자회견에 불참했다. 회견을 주최한 대한체육회는 “선수 측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어렵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주장했다. 이에 안세영은 “기다리라고만 하니까 저도 뭐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협회는 “관련 상황을 모른다”고,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은 “나 또한 (안세영이) 기자회견장에 나오지 않은 게 의아스러웠다”고 말했다. 추후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다.

메달 획득 후 기자회견 불참도 논란
⑦ 국가대표 탈퇴 후 독자 행보=안세영은 시상식 직후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는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안세영 측 관계자는 “협회와 대표팀에 실망한 안세영이 향후 개인 자격으로 국제대회에 참가할 의지를 갖고 있다. 필요할 경우 법적 투쟁까지 불사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협회는 “관련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경우 협회는 대표팀 운영에 관한 상당한 고민에 빠지게 될 것”이라며 에둘러 불가 입장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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