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기차 충전율 90% 넘으면, 서울 아파트 지하주차장 못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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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인천 서구 한 공업사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벤츠 등 관계자들이 지난 1일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에 대한 2차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벤츠 승용차에 장착했던 중국산 배터리가 불에 타는 사고가 발생하자 서울시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시는 9일 “공동주택에서 전기차가 불타면서 시민 불안감이 증가함에 따라 전기차 화재 주요 원인 중 하나인 과도한 배터리 충전(100%)을 방지하는 대책을 마련한다”고 발표했다.

서울시,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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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서구 청라동의 한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차량들이 지난 1일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로 인해 불에 타 검게 그을려 있다. [뉴스1]

소방청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4년 6월까지 전국적으로 전기차 187대가 불에 탔다. 이중 서울에서 16대가 피해를 봤다.

전기차 화재 원인은 외부 충격, 배터리 결함, 과충전 등 다양하다. 전기차 화재 특성상 정확한 원인 파악은 쉽지 않지만, 다만 과도한 충전도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서울시 판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충전율을 제한하는 것이 전기차 화재 예방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논란이 있지만, 많은 전문가가 충전율을 낮추면 화재 예방이나 내구성능·안전 증가에 효과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단 서울시는 9월 말까지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을 개정한다.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에 90% 이하로 충전을 제한한 전기차만 들어갈 수 있도록 권고하는 내용이다.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은 입주자가 자율적으로 정하는 규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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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별 전기차 화재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90% 충전제한 인증서(가칭)’ 발급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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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파우치형 배터리 업체 파라시스. [사진 파라시스 캡쳐]

이와 함께 서울시는 전기차 충전율을 제한하기 위해 제조사와 협의하기로 했다. 전기차 충전율 제한 방법은 크게 2가지다. 전기차 제조사가 설정하거나, 전기차 소유자가 목표 충전율 설정하는 방법이다.

이중 첫 번째 방법은 전기차 제조사가 자체적으로 출고 시부터 배터리가 일정 정도 충전되지 않도록 설계하는 방식이다. 제조사에서 배터리 마진율을 10%로 설정하면 실제 배터리 용량의 90%만 사용할 수 있다. 해당 용량이 자동차 계기판에 100% 용량으로 표시된다.

두 번째 방식은 전기차 소유자가 직접 자동차 내부 배터리 설정 메뉴에서 최대 충전율을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방식이다. 제조사에서 내구성능·안전 마진을 10%로 설정한 전기차에 소유자가 목표 충전율을 80%로 설정한다면, 배터리 용량 가운데 72% 정도만 사용하게 된다.

서울시는 전기차 업계에 현재 3~5% 수준으로 설정된 전기차 내구성능·안전 마진을 10%로 상향 설정하도록 제안하고, 제조사에서 90%로 충전제한을 적용했다는 ‘충전제한 인증서(가칭)’를 자동차에 발급할 계획이다. 별도로 공영주차장 등 공공시설에선 오는 9월 먼저 충전율을 80%로 제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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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서구 청라동의 한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에서 지난 1일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로 인해 불에 탄 차량을 지게차가 들어올리고 있다. [뉴스1]

신축 아파트는 지상에 전기차 충전기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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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화재가 발생한 차량인 메르세데스 벤츠의 준대형 세단 EQE.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아울러 서울시는 소방시설을 긴급 점검하고 제도를 개선한다. 서울소방재난본부가 전기차 충전시설을 설치한 서울 시내 공동주택 약 400곳에 대해 스프링클러 설비 등 소방시설 유지관리 상태·개선사항 등을 9월 말까지 긴급 점검한다. 공동주택 소방안전관리자에겐 스프링클러 설비 등 주요 소방시설 점검 체크리스트를 제작·배포한다.

10월까지 ‘서울특별시 건축물 심의 기준’을 개정해 향후 신축하는 시설엔 전기차 충전소를 지상에 설치하도록 규정할 예정이다. 부득이하게 지하에 설치하면 주차장 최상층에 설치해야 한다. 전기차 전용주차구역은 3대 이하가 주차할 수 있게 격리해 설치한다. 또 방화벽을 만들고 주차구역마다 차수판을 설치해야 한다. 여장권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전기차 충전율 제한을 제한하면 화재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천시 청라지구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인 메르세데스-벤츠의 EQE 세단은 중국 파라시스 배터리를 사용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파라시스 배터리를 탑재한 메르세데스-벤츠 차는 3000여대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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