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XY 여성 선수' 해외 법원선 어떻게?…6년째 소송중인 선수도

본문

17232564112722.jpg

2024 파리올림픽 여자 복싱에서 성별 논란에 휩싸인 알제리 선수 이마네 칼리프. 연합뉴스=로이터

‘성별 논란’은 2024 파리올림픽의 화두 가운데 하나였다. 지난해 국제복싱협회(IBA) 주최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XY 염색체’를 이유로 실격된 알제리의 이마네 칼리프(66㎏급)와 대만의 린위팅(57㎏급)이 이번 올림픽에서는 나란히 결승전에 진출해서다. 두 사람 모두 여권에 기재된 법적 성별은 여성이다. 두 선수는 IBA가 각종 비위로 인해 공식 협회 인증을 박탈당함에 따라 “여권 성별을 기준으로 한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방침에 따라 올림픽 무대에 섰다.

17232564114353.jpg

이마네 칼리프 선수는 현지시간 9일 오후 열린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시상식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 YSH

‘간성(intersex) 선수’ 논란… 10년 전 다툰 인도 선수

17232564115781.jpg

인도의 두티 찬드가 2018 아시안게임에서 100m 달리기를 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대부분의 사람은 XX 염색체를 가지면 여성, XY 염색체를 가지면 남성의 특성을 각각 가지고 여성, 남성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XX 또는 XY 염색체를 명확하게 보유하고 있더라도 각종 의학적 이유로 신체 특성이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신체적 특징이 성염색체와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는 이들도 소수지만 존재한다. 의학적으로 이들은 여성 또는 남성이 아닌 간성(intersex)이라고 칭한다.

간성 선수의 성별을 둘러싼 법적 다툼은 10년 전부터 스포츠계에 등장했다. 2014년 국제육상연맹으로부터 무기한 출전정지를 당한 인도 여자 육상 선수 두티 찬드가 대표적 사례다. 연맹은 찬드의 혈중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남성 수준이라 여성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정했다. 연맹은 찬드에게 ‘약물 또는 수술로 호르몬을 낮추라’고 권고했으나 찬드는 거부했고, 스위스 로잔에 위치한 스포츠중재법정(CAS)에 연맹을 제소했다. CAS는 찬드의 손을 들어줬다. 찬드가 좋은 운동능력을 보인 데에 훈련 등 다른 요인도 있는데, 테스토스테론이 유독 크게 도움을 줬다는 입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찬드를 출전 정지시킨 규정도 2년 내 새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폐지하라고 했다.

관련기사

  • 남성호르몬 많아도 여자는 여자

  • '남성 오해' 인도 여자육상 두티 찬드, 리우 올림픽 간다

데뷔 때부터 논란, 6년째 법정 싸움 중인 남아공 육상선수 

17232564117185.jpg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캐스터 세메냐 선수는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금메달을 딸 때부터 성별 논란에 시달렸다. 한때 약물로 호르몬을 조절해가며 대회에 출전하기도 했지만, 급기야 2019년 소송을 내 아직도 유럽인권재판소에서 진행 중이다. 로이터 = 연합뉴스

첫 법정 싸움을 한 건 찬드였지만, 스포츠계에 ‘여성 선수의 남성호르몬 수치’ 논쟁을 본격적으로 불러일으킨 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육상 선수 캐스터 세메냐다. 그는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800m 금메달을 딴 뒤 성별 논란이 불거져 성별검사를 받았는데, XY 염색체를 가졌고, 자궁‧난소가 없고 잠복고환을 가지고 있으며, 남성호르몬 수치가 일반 여성의 3배라는 보도가 나왔다.

국제육상연맹은 이후 성별 구분을 성염색체 검사로 하던 걸 폐지하고, 남성호르몬 검사를 하는 것으로 바꿨다. 일반 남성의 호르몬 수치 하한치인 10n㏖/L를 넘으면 출전을 금지하기로 했다. 2019년에는 ‘선천적으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여자 선수가 400미터 허들 및 달리기에 출전하려면 6개월 이상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5nmol/L 이하로 낮춰야 한다’는 규정을 새로 만들었다. 개인정보라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지만, 스포츠계에선 세메냐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7∼10n㏖/L 정도로 추정한다.

주종목인 400m, 800m, 1600m 달리기 모두 규제 대상에 포함된 세메냐는 이 규정이 부당하다며 CAS로 달려갔다. CAS는 이번엔 연맹의 손을 들어줬다. 세메냐는 이에 불복해 스위스 연방대법원에 항소했으나 2019년 연방대법원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17232564118565.jpg

지난 5월 유럽인권법원 대재판부에서 열린 변론에 참석한 캐스터 세메냐(우측)와 변호인. AFP=연합뉴스

그러자 세메냐는 유럽인권재판소(ECHR)에 CAS와 스위스연방대법원을 제소했다. 지난해 7월 ECHR은 “세메냐가 두 재판에서 사생활을 존중받을 권리, 차별받지 않을 권리 및 구제받을 권리가 침해됐다”며 “스위스 정부는 6만 유로(약 8500만원)를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스위스 측에서 항소해 올해 5월 ECHR 대재판부 심리가 또 열렸다. 결론은 아직 나지 않은 상황이다.

관련기사

  • 남자냐, 여자냐 … 여자 800m 우승 세메냐 성별 논란

  • 베를린 세계 육상 금 캐스터, 여자맞네

  • "여성 육상선수, 남성호르몬 수치 높으면 국제대회 출전 금지"

  • “남성호르몬 낮춰라”…'성별 논란' 세메냐, 세계선수권 출전 불투명

‘회색지대' 성별… 스포츠계 논란 계속될 듯

세메냐는 과거 성별검사 결과로 미루어 ‘안드로겐 무감응 증후군’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XY 염색체를 가지고 태어나 남성호르몬이 나오긴 하지만, 남성의 특성을 발현하는 데에 이상이 생겨 여성적 특성이 섞인 신체가 되는 경우다.

과학의 발달 및 사회적 인식의 변화로 등장한 간성(intersex)이란 ‘회색지대’를 놓고 스포츠계에서는 법적 논쟁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인권침해를 이유로 페지하긴 했지만, 애매한 경우엔 염색체 검사를 해야한다’ ‘염색체 검사가 절대적이지 않은 기준이다’ ‘남성호르몬 수치가 높으면 여성으로 분류하기엔 맞지 않는 것 아니냐’ 등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타고난 남성호르몬이 높은 게 남자 스포츠에선 재능이고, 여자 스포츠에선 결격이라는 게 논리적으로 정당한지 잘 모르겠다”며 “ECHR이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과 별개로, 스포츠계에서도 자체 논의를 해서 시대에 맞게 한번 정리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32,977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