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뛰기 사상 첫 메달에 도전했으나 7위로 마친 우상혁. 파리=김성룡 기자

누구보다 안타까웠을 자기 자신보다 주변 사람을 챙겼다. 꿈꿔왔던 올림픽 메달을 놓친 '스마일 점퍼' 우상혁(28·용인시청)은 눈시울을 붉혔다.

우상혁은 11일(한국시간)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7위에 머물렀다. 한국기록인 개인 최고 기록(2m36)에 훨씬 못 미치는 2m27에 그쳤다. 개인 최고 기록을 넘었다면 동메달을 따낼 수 있었지만 힘이 부쳤다.

경기 뒤 만난 우상혁은 "오늘 같은 날은 컨디션이 안 좋아도 최대한 좋게 만들어야 한다. 좋다면 그것을 잘 유지해야 하는데 잘 하지 못했다"며 "모든 선수가 매 시즌 잘할 순 없다. 그래도 올림픽을 겨냥하며 매 시즌 버텼는데 이렇게 끝나서 아쉽다"고 말했다.

우상혁은 탈락이 확정된 뒤에도 필드에 남아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응원했다. 우상혁 뿐 아니라 경쟁하면서 우정을 쌓은 잔마르코 탬베리, 무타즈 에사 바르심(카타르) 등은 자신의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금메달 경쟁을 펼친 해미시 커(뉴질랜드)와 셸비 맥큐언(미국)에게 박수를 보냈다. '자신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그는 "지난 3년 고생했다"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

김도균 감독(왼쪽)과 우상혁. 연합뉴스

3년 전 도쿄올림픽(4위)보다 아쉬운 성적을 냈음에도 취재진 앞에서 미소짓던 우상혁은 한 순간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바로 김도균 감독의 이야기가 나왔을 때였다. 국가대표 도약 종목 코치였던 김 감독을 만난 이후 우상혁은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다. 우상혁은 "최고의 감독님이다. 감독님은 나를 위해 가정도 돌보지 못하고 해외로 다니면서 최선을 다해주셨다. 그래서 아쉽다"고 했다.

우상혁은 "2m31을 넘지 못한 뒤 감독님을 보니 계속 격려해 주시더라. 누구보다 속상해 하시고 안타까워하실 걸 알기 때문에 눈물이 난다. 나야 시키는 것만 하면 되지만 감독님은 모든 것을 챙겨야 했다. 나를 열정적인 선수로 만들어주셨다"며 얼굴을 가렸다.

레이저 런 경기를 마치고 아쉬워하는 근대5종 국가대표 전웅태. 뉴스1

인터뷰 말미 그는 또 한 번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근대 5종 전웅태의 결과를 듣고나서였다. 이날 결승에 나선 전웅태는 수영 종목을 마친 뒤 3위에 올랐다. 마지막 레이저 런(육상+사격)에서도 2, 3위권을 유지했으나, 마지막 600m를 남기고 6위로 떨어졌다. 사격에서 흔들린 게 아쉬웠다.

우상혁과 전웅태는 2018년 처음 만나 우정을 쌓았다. 도쿄올림픽에선 전웅태가 동메달을 따내고, 우상혁이 트랙앤드필드 최고 성적을 내면서 함께 웃었다. 그러나 파리에선 둘 다 웃지 못했다. 우상혁은 "웅태 형과 함께 파리 올림픽 메달을 따고 싶었다. 내가 메달을 못 따더라도 웅태 형은 꼭 메달을 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라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