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탈덕’ 뜻 물어도 “모른다”…탈덕수용소 명예훼손 다음달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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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유튜브 탈덕수용소 운영자 박모씨가 결심공판을 마치고 법원 밖으로 나가는 모습. 연합뉴스

‘탈덕’이 무슨 뜻입니까?(판사)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유튜브 ‘탈덕수용소’ 운영자 박모씨)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준구 판사 심리로 12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유튜브 채널 ‘탈덕수용소’ 운영자 박모(35)씨는 탈덕수용소의 뜻을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별 뜻 없이 지은 이름이고, 모르겠다”고 답했다.

박씨는 2022년 6월 ‘국민 남친 배우 아이돌의 문란한 사생활’이란 제목의 영상을 올려 배우 강다니엘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를 받는다. 지난 공판에 한 차례 무단으로 불출석해 ‘한 번 더 불출석할 경우 구속’이란 경고까지 받은 박씨는 이날은 검정 가발, 검정 뿔테, 흰색 마스크를 쓰고 고개를 푹 숙여 얼굴을 모두 가린 채 법정에 출석했다.

박씨 측이 신청해 진행된 피고인 신문에서 박씨는 자신의 최대 구독자 수, 수익 등에 대해 ‘모른다’로 일관했다. 지난해 6월 네이트판 게시판에 올라온 사과글은 자신이 아니라 자신을 사칭한 누군가가 쓴 글이라고 주장했다.

박씨의 유튜브 채널 ‘탈덕수용소’에서 ‘탈덕’은 인터넷 은어로, 아이돌 팬덤에서 이탈하는 것을 뜻한다. 입덕의 반대말이다. 박씨는 ‘제목을 탈덕수용소로 지은 건 어떤 의미인지’는 물론 ‘탈덕의 사전적 뜻이 무엇인지’를 묻는 말에도 ‘모른다’로 일관했다.

재판부가 “자신이 만든 채널의 뜻을 모른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재차 질문해도 “만화를 보다가 나온 걸 조합해서 만든 거라 진짜 의미 없이 만들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고 주장했다. 검사가 “탈덕은 팬덤에서 탈퇴하게 된다는 것 아닌가요?”라고 콕 집어 묻는 질문에도 “그런 뜻은 아닙니다”라고 답했다. 박 씨는 ‘탈덕수용소’와 ‘입덕수용소’를 같이 운영했는데, ‘입덕수용소’에는 연예인 미담 등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문구=의견 개진” 주장

이날 결심공판에서 박씨 측은 “영상 제작 사실 자체는 인정하지만, 명예훼손이나 비방의 목적이 없었다”며 “인터넷에서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는 내용을 알리고자 제작한 것이고, 유명 여성잡지의 기사, 언론사 기사 및 여러 커뮤니티에 게시된 글들을 근거로 사실이라고 믿고 제작했다”고 주장했다. 박씨 측은 “시청자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영상을 제작했다”며 “버닝썬이 매우 큰 사회적 문제였던 만큼 사회적 악영향을 우려해 공익적 차원에서, 대중 환기를 위해 만든 것”이라며 “수익 창출의 목적이 없었다”라고도 했다. 또 영상 말미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라는 문구를 넣은 것을 근거로 “인터넷상에서 이런 논란이 있다는 식의 의견개진임을 명확히 했다”라고도 덧붙였다.

영상을 만들 때 참고했다는 잡지 ‘우먼센스’의 기사를 흐릿한 사진으로 제출한 데 대해 검사가 캐묻자 “영상을 만들기 전에 찾아봤고 이후엔 자료를 지웠는데, 수사받는 과정에서 찾아보니 이미 인터넷에서 자료가 많이 사라져서 이것밖에 구할 수 없었다”는 취지로 답했다. 그러면서 “저 기사에는 이니셜로 표시돼있지만,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 등에서는 모두 ‘강다니엘’이라고 칭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중들의 의견이 이렇다’고 올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박 씨에 대해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박씨는 “그때는 철이 없고 생각이 짧았다”며 “피해자분들께 상처 드린 것 같아 죄송하고, 사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게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며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밝혔다.

박씨는 재판이 끝난 뒤에도 취재진이 나갈 때까지 한참을 법정 안에서 대기하며 시간을 끌다가 검정 모자를 뒤집어쓰고서야 법정을 나왔다. 박씨는 취재진을 피해 검정 우산을 펴고 카메라를 가리려 애쓰기도 했다. 박씨에 대한 1심 선고는 다음 달 11일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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