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전화재 네탓 공방…“우크라 핵테러” “러시아 자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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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공격한 지 엿새째인 지난 11일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장갑차를 타고 러시아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본토를 급습한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 원전을 향해 진격 중인 가운데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은 자포리자 원전에서 화재가 발생해 냉각탑 중 하나가 손상됐다고 전했다. 러시아 당국자는 화재가 원전 안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화재로 방사능은 누출되지 않았다. 자포리자 원전 6기는 전쟁 발발 직후인 2022년 9월 가동이 중단됐다.

양국은 ‘네 탓 공방’에 열을 올렸다.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 로사톰은 성명을 통해 “11일 오후 8시20분과 32분쯤 자포리자 원전의 2개 냉각탑 중 하나가 우크라이나의 공격형 드론에 직격돼 화재가 발생했다”며 이번 화재를 우크라이나의 ‘핵 테러’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자포리자 원전에 불을 질렀다면서 “러시아는 필요할 경우 자포리자 원전을 파괴해 우크라이나에 핵 재난을 안겨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해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이번 화재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에서 엿새째 지상전을 이어가는 가운데 발생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국경에서 각각 25㎞와 30㎞ 떨어진 톨피노와 옵스치 콜로데즈에서 우크라이나군 기동대의 돌파 시도를 차단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본토 내 최대 30㎞ 지점까지 진입한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우크라이나군도 쿠르스크의 여러 마을을 점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경에서 약 3㎞ 떨어진 마을 게보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관공서에서 러시아 국기를 제거하는 사진이 공개됐다. 가디언 등 외신은 우크라이나군이 대규모 원전이 위치한 쿠르스크주의 쿠르차토프를 향해 진군 중이라고 전했다. 현재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옵스치 콜로데즈에서 쿠르차토프 원전까지는 50㎞ 이내다.

BBC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쿠르차토프 원전 근처에 새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 이에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양국에 “최대한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러시아 측 민간인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알렉세이 스미르노프 쿠르스크 주지사 대행은 12명이 숨지고 121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까지 12만1000명이  대피했다고 덧붙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2일 “러시아 영토에서 적을 쫓아내는 게 국방부의 주요 임무”라고 말했다고 BBC가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회의를 소집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의 기습 공격은 협상에서 좀 더 유리한 입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BBC는 스미르노프 주지사 대행이 이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영토 안 12㎞까지 진입했으며 28개 마을이 적의 통제에 놓이는 등 상황이 어렵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전문가는 우크라이나군이 계속 선전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 마이클 클라크 특별연구원은 지난 10일 더타임스 기고문에서 “이번 작전은 인천상륙작전에 비견할 정도로 위험한 작전이지만, 인천상륙작전과는 달리 전쟁을 뒤집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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